15회 서울 국제 만 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에서 선보인 <옛날옛적에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 미술의 원천>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뮈엘 두의 다큐멘터리는 월트디즈니라는 인물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야말로 월트디즈니의 성장과정과 여행등의 경험을 통해 우회적으로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왔는지를 다양한 예술작품과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력을 통해 알아보았는데요. 그가 어린 시절 자랐던 유럽의 시골마을, 할아버지의 직업과 그 공간 그리고 다양한 유럽의 동화들을 통해 그의 스토리가 만들어져 갔지요. 때로는 악몽에서도 이야기의 극적인 부분을 끌어 올만큼 열정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했던 월트디즈니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1937~1967년까지 제작된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노키오>, <판타시아>, <정글북> 등 애니메이션에서도 걸작에 손꼽힌다는 이들 애니메이션 속에서 드러나는 환상적인 그림이 어느 명작에서 영감을 받아온 것인지를 분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영상기법또한 눈에 들어왔는데요.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인물이 액자나 홀로그램으로 등장하고 사라지거나 각각의 명화들이 전시회의 사진처럼 연결되어 비춰지고, 숲을 거니는 것 처럼 그림들이 따로 또 같이 분절되거나 조합된 채로 다가왔다 사라지는 그런 영상들이 신선했습니다. 자칫 다큐멘터리는 지루할 수 있는데, 곳곳에 유머를 집어 넣은 것도 재미있었구요.미키마우스를 떠올릴 수 있었던 영감이 되었던 명화 속 쥐가 직접 자기가 미키마우스의 사촌쯤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면 아이들의 다소 유치하고 심플한 내용이나 화면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동화를 주제로 삼았다고 하면 그런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떠오르지요.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예전 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화에도 다소 잔인하거나 폭력적이고 어쩌면 어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복잡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백설공주가 길을 잃고 헤매는 숲속의 그 기괴한 모습이라던가,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 수백개의 빗자루들이 행군하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몽롱하고 환상적인 모습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플랑켄슈타인과 킹콩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하고,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마녀의 캐릭터를 더빙을 맡은 배우의 외모에서 차용했다는 이야기등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았습니다.


경계를 넘어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싶었다.


다큐멘터리가 끝나자, 상영관 앞쪽 무대에 책상과 의자가 배치되고 큐레이터 출신의 프랑스인 브뤼노 지르보와통역을 해준 한상정 선생님이 올랐습니다. 직접 다큐멘터리를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 무척 설레더군요. 통역을 맡아주신 미학 전문가 한상정 선생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이라 반가운 마음도 컸구요.

다양한 질문이 오가는 가운데, 저도 질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간단한 질문 세가지를 해보았는데요.

첫째는 다큐마지막에 월트디즈니의 "내 작품이 예술 영화에 올라가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라는 말을 보면, 상업성과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소위말하는 고급문화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박물관의 작품들을 가져다가 전시를 하는 것이 과연 월트디즈니가 원하는 바인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브뤼노 지르보는 프랑스인이고 크게 보면 유럽인으로서 월트디즈니의 작품들을 너무 유럽의 것에서 온 것이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것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이 다큐를 다룬 책이 있다고 하는데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죠.(이런 행사라면, 제품을 비치해두고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 위치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첫번째 질문의 대답은 월트디즈니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즐거움을 주었지만, 또 그의 작품은 예술로서 주목받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그 대사를 집어넣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5년 동안 많은 박물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해오면서 거친 많은 고민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이 대답을 통역을 해주는 한상정선생님에게 이야기하면서 나를 바라보며 보내었던 진지한 눈빛이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두번째 질문의 대답은 다큐멘터리에서는 원형으로서 유럽의 각국의 오랜 그림과 이야기들을 소개했지만 실제 전시회에서는 미국적인 요소들을 다수 배치하기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 세번째 답변은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군요.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창구가 있었다면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중국어 번역 출판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네요. (통역을 해주신 한상정 선생님은 한국어 번역을 해볼 수 있겠느냐고 재치있게 질문하시기도 했습니다.)

이 강연을 통해서 그동안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만만한 '생각을 뛰어 넘어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보고 공유하고 그 깊이를 음미할 수 있는 진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고유 정서를 잔뜩 드러낸 좋은 만화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관련 책 구입: 아마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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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즈니의 작품은 유럽에서도 인기가 있었다고 하죠. 심지어 히틀러까지도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디즈니 미술.... 그리고 예술의 영역으로 보면 과연 어떤 정답인지 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네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클래식이 당대에는 대중음악이었고, 현대에는 고전예술이 되듯 시간이 점점 디즈니를 예술로 만들어줄 듯 한 생각이 듭니다^^
    • 네, 저는 하위문화 상위문화라고 규정하는것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자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거든요. 힙합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할 수는 있지만 꼭 그게 맞다고 할 수는 없듯이... 물론 저도 나중에는 이렇게 보면 볼 수록 신비하고 꽤 많은 이야기가 숨겨진 애니메이션은 정말 전통예술로 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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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5회를 맞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와 영화의 중간쯤에서 만화의 장점과 영화의 장점을 두루 섭렵한 멋진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물리적 실재하는 공간에서 표현할 수 없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것들까지 경쾌하고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한방'이 있죠.

명동 CGV 입구

안내책자와 티켓

애니메이션은 <체브라시카>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체브라시카인데 원작인 러시아 말로 꽈당하고 넘어지는 쯤의 뜻이 담긴 뜻이라고 합니다. 처음 따뜻한 어느 나라에서 온 오렌지 박스에서 발견될때 자꾸 넘어지곤 했거든요. 체브라시카는 코알라와 곰의 중간쯤 되는 귀여운 동물이었습니다.

가운데 체브라시카와 악어 제나


체브라시카>는 총 세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편은 체브라시카가 친구를 만나는 과정, 2편은 마샤가 서커스에 들어가서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3편은 마술사 할아버지의 손녀딸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과정입니다. 이 세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주변과 관계를 확장시켜 나가면서 감동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체브라시카>를 보면서 처음 놀랐던 대사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동물들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을 하고 그 포식관계와는 상관없이 친구가 되기도 하는 것을 못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들만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안에서 악어가 신문을 보고 시계를 보고 그러다가 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악어로 일한다니요. ^^

악어와 강아지, 고양이와 사자는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등장합니다. 다만 유일한 적대자로 등장하는 샤포크리악 할머니의 애완 쥐만이 그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정도입니다.

전화박스가 집이어도 상관없고, 친구의 집을 청소해 주고, 친구가 없는 이들을 위한 집을 진심을 다해 만들어 내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순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았던 것이 1편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2편에서는 자아실현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이루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다하여 마침내 꿈을 이루어 내는 과정을 담은 것입니다. 1편에서 만들어 졌던 그 우정이라는 관계가 이 자아실현을 돕는 밑거름이 되었죠. 그 결과 마샤라는 소녀는 멋진 줄타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력있는 곡예사가 되었구요. 그리고 3편에서는 뫼비우스띠가 한바퀴를 돌아 나와 다시 처음지점과 만나듯, 넓고 큰 세상이란는 공간에서 처음과 끝 혹은 앞과 뒷면으로 함께 마주하는 인연을 이야기 했습니다.

늙은 마술사가 어릴 적 잃은 손녀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였는데요. 이 이야기는 흡사 <일루셔니스트>에 등장하는 늙은 마법사의 쓸쓸한 이야기와도 닮아있습니다. 늙은 마술사가 기차를 타고 정처없이 떠나고 그의 손에 들린 어린 손녀의 사진, 그리고 여인이 되어가는 소녀의 등장 등. 다만 <체브라시카>에서는 서커스와 마술이 아직도 환영을 받고 즐거움을 주는 멋진 일들이지만, <일루셔니스트>에게는 한물간 쓸쓸하고 퇴색하는 일거리들로 표현되었지요.

<체브라시카>에서는 누구나 꿈이 있고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돕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것들이 모두 그 목적한 바를 이루어 주지요. 그림체나 주인공의 외모들을 비추어 볼 때, 다소 어린 연령층을 위한 애니메이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세상은 그렇지 않은 일도 많단다...'라고 <일루셔니스트>스럽게 이야기 하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그 속에서는 악어는 나른하고 기운빠진 우리속에 갇힌 모습이 아니라 단지 '악어로' 일하고 있을 뿐이고,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또 서커스에서는 사자가 다른 사자를 조련하고 또다른 사자는 관중석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지요. 문득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여기저기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 비추어 볼 때, 이 재미있는 풍경은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도 같다는 생각도 스칩니다.

서커스에서 멋진 곡예를 펼치고, 사람들에게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마법을 선보이는 것.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은 서커스와 마술을 때 지난 유행으로 밀쳐내지 않고 반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소 안타까웠던 것은, 샤포크리악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것입니다. 검고 타이트한 투피스를 입고 은색 손지갑을 들고 다니는 괴팍한 샤포크리악은 1편에서 체브라시카의 친구맺음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뮤지컬스러운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드에게 불평불만을 내보이지요. 그런데 그 것은 어쩌면, 게나와 체브라시카의 친구찾기와 같은 노래였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몰라준 것 뿐이지요. 그래서 자꾸 여기저기 심통을 부린거였죠. 사실 1편 마지막에는 샤포크리악이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로 화해를 요청하면서 끝맺었었는뎅. 2편에서는 형편없는 주변인물로, 3편에서도 그 비중은 조금 늘었지만, 그 개성을 드러내주지 않았어요. 너무 평면적으론 나쁜편이 된 것입니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 만들어 나갈 재능이 충분한 할머니인데 말이지요. ^^

아이들이 신나게 보고 즐겁게 웃고, 게다가 체브라시카의 더빙을 <위대한 탄생>에서 예쁜 목소리로 노래 불렀던 김정은양이라고 하니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 캐릭터인형도 많이 탐이 나더군요. 오랜만에 귀엽고 밝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니 한 열 살쯤은 더 순수해진 것 같습니다. ^^

체브라시카
Cheburashka

Director: 나카무라 마코토 Makoto NAKAMURA
Producer: Takeshi OIKAWA
Script: Makoto NAKAMURA
Art Ditrection: Leonid SHVARTSMAN
Camera: YANG jongpyo
Music: Viadimir SHAINSKY
Production: FRONTIER WORKS INC.
Distribution: Dong-A Export Co. LTD

'제나는 동물원에서 악어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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