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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소설이든 열번째 소설이든 우리가 한 작가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바는 늘 똑같지 않을까? 우리를 놀라게 할것, 동요시킬것, 변화시킬것,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 있을 것, 한마디로 문학다울 것. 아멜리노통브의 첫번째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이 모든 조건들을 두루 충족시키는 야심만만한 작품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첫번째 장편소설을 두고 한 르몽드의 비평입니다.

 

 

 

 

프랑스는 문화 예술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만큼 그 층위도 다양한 것 같은데요. 그래서 선혈이 낭자하거나 지나치게 선정적이기도 하는 이른바 B급 영화에 대한 이해도 너른 편입니다. 그런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보아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제목부터 어떤 추리소설을 떠올리게도 하여 처음부터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며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것은 140페이지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절정으로 다다르는 듯 한데요. 인터뷰라는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대화가 소설의 전부임에도(액션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부분이 바닥을 몇분 기어가는 게 전부니까요.) 살인자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앉아 긴장감을 준비하고 또 노작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젊은 여기자를 목졸라 죽일것만 같은 그 때, 준비했던 긴장과 흥분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희귀암으로 두달 후면 죽을거라는 대작가와의 다섯차례 인터뷰는 기자들에게 많은 좌절감을 맛보게 합니다.

메인이 되는 다섯번째 여기자 이전의 네번의 기자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죽음을 앞둔 노작가가 얼마나 흉물스로운 모습을 가졌으며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은 어떠한 지를 상상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어둡고 칙칙하고 끈적한 공간에 비곗덩이로서 살인자의 그 이미지를 천천히 완성시켜갈 수 있었습니다.

 

글 속에는 죽음과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은유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가슴, 정서, 감정이라 일컫는 것이 호르몬과 내장기관과 연결짓는 것에 고개를 절래 흔드는 위선을 발견함과 동시에 여성을 폄하하는 말 속에는 오히려 결혼을 통해 스스로를 속박하는 여성에 대한 동정이 숨어있기도 합니다. 아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날카로운 이야기가 살인자이면서 노벨수상자인 노작가의 입에서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또한 마치 소설"밑줄 긋는 남자"에서 처럼 실재했던 유명 작가들을 거론하고 그들 글의 특성을 동사처럼 사용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밑줄 긋는 남자"에서는 작가보다는 작품 속의 구절을 퍼즐로 만들어 도구화했다면, "살인자의 건강법"에서는 기존 작가들 자체의 삶과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어 문학이라는 너른 판 위에 이리저리 뒤짚어 주 재료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시도를 통해 문학스스로의 반성이나 글을 쓰는 이들에 대한 자각을 드러내는 듯도 합니다. 

 

처음 인용한 르몽드의 이야기처럼, 이 소설은 타슈라는 천재적 작가를 표현해 내면서 평범한 우리를 네명의 기자로 녹다운을 시키고 여기자와의 은밀한 인터뷰를 관통하여 우리를 충분히 동요시키고 시각을 변화시켜습니다. 동조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그가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 있으며, 다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치밀하게 논리적인 이야기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허구만을 그럴듯하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그 안에는 누구보다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낼 수도 있으며, 그 어떤 정치시사기자보다 현실을 직관적으로 담아 낼 수도 있을겁니다. 문학이라는 단어가 고상하게만 닫힌 책방의 어느 책장 쯤에 꽂힌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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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녹여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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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소설을 읽었습니다. 마음북maumbook이라는 문화예술책모임 에서 마음을 울린 책으로 지후언니가 추천해주신 책 중의 하나였죠. 이 책은 두껍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영화 <아멜리에>와도 닮은 구석이 있는 산뜻하면서도 완전소중하다싶은 구석이 있는 소설이에요.

 

은둔형이었을지도 모르는 젊은 여자의 사랑이야기라는 점에서 남자들은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소개말에도 나온 것처럼 '문학의 거목들로 가득한 숲속'을 신나고 발랄하게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 자못 청량하기까지 합니다. 중학생시절 한달을 걸려 읽어냈던 <죄와 벌>의 도스토예프스키가 등장하고 키에르케고르와 안드레지드의 실제 소설의 인용구를 적절하게 활용한 형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쩌면 독자 스스로 다독을 시험받는 듯하기도 하고 이 얇은 책 한권으로 그 유명한 책의 구절구절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같습니다.

 

 

 

 

제목이 그렇다보니 저도 책 중간중간에 밑줄을 그어놓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꼈습니다. 실용서적이나 정리가 필요할 것 같은 책에는 큰 마음 먹고 밑줄을 긋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여전히 감성의 한가닥이 맡물려 제가 이 책의 부분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생각이 더 커서 그 충동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었던 몇몇 구절을 떠올려보자면

 

'내 삶이 탐탁치 않기로서니, 그게 무슨 상관이랴, 서점에 가면 다른 삶들이 지천으로 널려있지 않은가.'

 

... 그리고 책을 읽는 중에 나타나게 될 너무 어려운 순간, 혐오감이 이는 순간,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비해, 비스킷 한 갑을 갖다 놓았다.

 

이제 겨우 <H>자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 <H>자를 가지고 무얼 하든 관심이 없었다. <불확실하다Hypothetique>는 말에 붙은 H든, <진공 청소기aspirateur>에 H를 붙여 Haspirateur를 만들든... ...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묘하게도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나는 <사랑에 빠지다amoureuse>라는 말을 숨을 들이쉬며 hamoureuse라고 발음해 보았다.

 

의기양양하게 고전을 헤집고 다니던 소설은 이내 여자 주인공으로 돌아와 그녀의 두통약, 소화제와 비스킷으로 독자의 감정을 다스리다가 결국에는 다른 남자와 해피엔딩이라는 김빠지는 듯 하면서도 끝내 미지의 남자를 숨겨놓는 여운을 심어 책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어요.

 

클로드가 비록 콩스탕스가 사랑한 밑줄 긋는 남자는 아니었어도, 그들은 그 밑줄 긋는 남자의 밑줄에 의해 연결되었어요. 세심하지 않고 다소 유치한 말투를 쓰더라도 내 몸을 덥혀주고 마음을 쓰다듬어 자신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일을 헌신적으로 달려드는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여자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주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만족감이 커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책이 나온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책 속의 주인공은 여전히 20대 중반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이들이겠지만, 그 시대의 파리의 묵직한 향취를 간직한 채 도서관 어디엔가 자신만의 밑줄을 감춘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요.

 

 

덧, 중간 중간 오타가 보이는데 열린책들에서 다음 쇄에는 수정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그곳마다 밑줄을 그어 담당자분에게 연락을 드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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