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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선량하고 따뜻한 장편소설

 

 워낙 읽을 꺼리가 많은 세상이다보니 스마트폰만 들여다봐도 한 두시간 훌쩍 지나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주변에 소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내용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가슴에 묻어두고 일상에서 따뜻한 기운을 얻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공대나온 투박한 여인네라 소설은 가까이 두지 않았음에도 나름 두툼한 소설을 읽어보자 마음 먹은 것은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가십성 게시물과 냉소적인 댓글들을 읽다 보니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이런일이 있을까 싶고 불쌍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쉬이 잊혀지고마는 휘발성 강한 글을 읽으면서 시간을 훌쩍훌쩍 써버리고 나면 그 후에는 공허함이 크더라구요. 

 

 소설은 이런 게시글들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 합니다. 비슷하게도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신비로운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그 속에는 내 스스로에게 대입해볼 수 있는 진리라기엔 거창하지만 중요한 것들이 하나씩 들어앉은 느낌입니다. 

 

 

 

 그 중 동화같기도 하고 영화같기도 한 소설을 한권 만났습니다. 바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인데 추리소설작가로도 알려진 작가의 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 글은 '심야식당'이나 '러브레터'를 떠올릴만한 가슴 두근거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번역가가 남긴 글에도 언급된 것 처럼 이 소설에는 무엇보다 선량함이 잔뜩 묻어 있어 좋았습니다. 

 

 일본어로 '나야미'는 고민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나미야씨는 잡화점을 운영하는데 동네 아이들을 상대하다가 엉뚱하게 고민상담을 편지로 주고 받는 일에서 삶의 활력을 찾습니다. 평범한 노인의 정성어린 답변에 점점 어른들까지도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잡지 인터뷰까지 실리기도 하였지만 1970년대 일본의 소도시의 한물 간 잡화점이 그러하듯 문을 닫게 됩니다.

 

 소설은 고민상담을 하던 잡화점이 오랜기간 남아서 그곳과 관련있는 사람들이 시공간을 초월한 인생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일본의 197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엮이면서 완성되어 가는데 그 따뜻한 기운이 왠지 기분 좋은 소설이죠.

 

 이야기로 치자면 손에 진땀을 쥐는 그런 긴장은 없지만, 소설의 재미라면 시간을 넘나들며 주고받는 편지라는 소재가 주요합니다. 우연으로 시작된 '러브레터'의 첫사랑 찾기처럼 과거의 기억과 추억과 현재의 모습을 맞대어 보는 것과 같은 나름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공간으로 이 허름한 잡화점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각자의 고민은 스스로가 풀어나가는 것이고 그들의 대답을 이끌어 주는 것은 다소 부족해보이는 잡도둑 3명에는 어쩌면 버거운 일인지는 몰라도 그 옛날 나미야씨가 했던 것 처럼 슬기롭게 고민을 풀어나가면서 그들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에는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크고 작은 고민들은 드라마틱하게 싹 하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민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직접 마주한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백지편지를 마주한 나미야씨의 회신에서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다는' 문구는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여러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을 것 같네요.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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