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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사실 머리로는 감성을 일깨우는 스토리텔링의 매니아적 이유를 들고싶지만, 가끔은 치고박고 싸우고 도대체가 왜 이렇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지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편이 이기는 해피엔딩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순간 우여곡절을 피해 만들어 낸 단 한발의 미사일로 얻어내는 승리같은 것 말이죠.

 

그런 점에서 <배틀쉽>은 헐리웃에서 인기를 끌만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몇 년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트랜스포머를 떠올린 것도 아마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기 때문일거에요. 사실 시대가 힘들다보니 심각한 이야기에서 잠깐 떠나보고싶은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지 않습니까?(물론 <부러진 화살>, <도가니>처럼 SNS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의외의 선전을 거둔 영화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요. 항상 유행은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일까요.)

 

 

 

게다가 주인공 테일러 키취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얼마 전 인상 깊게 보았던 <뱅뱅클럽>의 포토그래퍼 케빈이었다는 걸 뒤에 알았어요. 그 영화에서도 긴 머리로 약간 제정신이 아닌 듯한 역할을 맡았었는데 이번 <베틀쉽>의 초반 장면에서도 그런 이미지가 매력적으로 드러났었죠. 첫 눈에 반한 여자를 위해 편의점 난입을 감행하다니요. 그런 똘끼충만한 남자는 뭐를 해도 하는 가 봅니다. 나중에 지구를 지키는 엄청난 영웅이 되니까 말이죠. 

 

처음에도 언급한 것처럼 이영화는 생각을 많이 하면 안되는 영화입니다. 어쩌다가 말썽꾸러기 호퍼가 대위까지 되어 선장이 되는 상황이 되었는가는 둘째 치더라도 기껏 외계에서 온 비행물체는 참 힘겹게도 지구의 문명을 파괴해 나가죠. (그 강도는 셀 지언정 그 파괴력은 참 미미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그점 때문에 지구병력으로 싸움이 가능했지만요. 트랜스포머는 지구인은 구경꾼이 되고 오히려 자기네들끼리 싸우잖아요. 한마디로 대결자체가 안되는 외계인들이니까.) 또 정식 군인이 있지도 않은 일본의 해군을 이야기하질 않나 호퍼와 주먹다짐을 해서 큰 위기를 준 인물이 결국은 꼼수를 부려 외계인을 헤치우는 전우로 둔갑하질 않나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외계인은 눈코입 수염까지 있고 키도 인간과 비슷합니다. 상상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디자인이죠. 매카닉들도 지구에는 없는 물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익숙한 디자인이고 말이죠. 솔직히 처음에는 외계인들을 보고 어릴 적 보았던 심형래의 '우뢰매'를 떠올렸답니다.

 

어제는 북한과 한국의 미사일의 성능비교 뉴스가 나오더군요. 규모면에서 우리가 부족하지만 정확도면에서는 우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북한의 로켓발사 실패와 미사일공개 등 분위기가 다소 긴장모드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뉴스죠. 이런 한국에서 보는 <배틀쉽>은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남의 이야기인 <트렌스포머>가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을 보고 있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미국기 펄럭이며 전우애를 그리고 장애를 극복하고 영웅이 되는 과정은 분명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많습니다. 최근 타이타닉 3D가 개봉하면서 보게 되는 배의 침몰 CG도 그렇게 신선하지는 못하구요. 

 

그럼에도. 빵빵하게 치고박고 결국에는 승리를 거두는 블록버스터로 두시간 잘 보고 나왔다고 하겠습니다. 그럼 이 영화의 목적은 다 이룬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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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왕십리 CGV에서 있었던 <뱅뱅클럽>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어떤 내용인 지 잘 모를 것 같아요. ‘뱅뱅’은 우리 나라 청바지 브랜드 이름이라서 총소리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클럽’이라는 것도 다양한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포스터를 보게 되면 어느 정도 영화의 이미지가 그려지게 됩니다. 바로 포터그래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는 것이죠.

스터 맨 위에 있는 사진은 아주 유명한 사진이거든요. 바로 굶주린 어린아이 뒤에서 꼼짝없이 노려보고 있는 독수리를 담은 사진입니다. 아이의 죽음을 기다리는 독수리의 모습에서 수단의 기아를 뼈 아프게 느낄 수 있는 한 장의 이미지였죠.



‘한번 보는 것이 백번 듣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한 장의 사진은 세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의 집중을 받으며 퓰리처 상을 수상하게 하였습니다. 저도 이 사진이 나왔을 때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진이 주목을 받고 곧이어 사람들은 ‘포토그래퍼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당시 저도 ‘이 사진을 찍을 동안 달려가 아이를 구해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과연 포토그래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들일까요? 과연 이들이 파파라치와 다른 점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분명히 그들은 파파라치처럼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왜 독수리를 쫒아내고 아이를 구하지 않았느냐’라고 묻는 이들에게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죽음이 눈 앞에 있는 순간까지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모든 이야기를 찰나에 담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므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관심을 보이고 비로소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숨겨진 슬픔의 시대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해주는 눈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링컨차를 탄 변호사>의 라이언 필립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소 진지한 영화에 아이돌 스타로만 보이는 배우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모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이목을 끄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영화 자체로 몰입시키는 데에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라이언은 그렉의 역할을 담담하게 잘 했습니다. 다른 뱅뱅클럽의 맴버들과 조화를 이루어 내며 포토그래퍼로서 진가를 찾아가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거든요. 포토그래퍼로서의 본분은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는 역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말이죠.


영화 제목이기도 한 ‘뱅뱅클럽’은 남아프리카의 내전을 취재하는 외국인 포토그래퍼 네 명을 일컫는 별명입니다. 이들 4총사는 위험 천만한 곳에 총 대신 카메라를 메고 긴박한 상황을 필름에 담는 일을 합니다. 미국, 유럽 등의 ‘밖’에서는 모르는 ‘안’의 생생한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내었죠.


<뱅뱅클럽>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라이언 필립이 연기한 그렉 마리노비치와 닐스 반 자스벨드가 연기한 주앙 실바의 저서인 <뱅뱅클럽: 숨겨진 전쟁에 대한 사진>이라는 책을 영화화 한 것이죠. 다른 두 명의 주인공은 지금 세상에 없기 때문에(켄 오스터브룩(프랭크 라우텐바흐가 연기)는 내전 중 총상으로, 케빈 카터(테일러 키취가 연기)은 자살로 사망했습니다.) 남은 두 사람이 그당시 세상에 가려진 슬픔을 바로 비추던 <뱅뱅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은 것입니다.


내용 자체가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있어서 보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참혹함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모른 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가려지고 모르는 또 다른 세상이 있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움직인다면 보다 행복한 사람이 많아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오히려 열정을 불사르던 포토그래퍼 개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일종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경찰이나 군인처럼 누군가를 지켜주고 정의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 아님을, 오히려 우리와 같은 평범한 한 사람의 직업인임을 인식하게 되었죠. 그렇게 본다면 분명 그들은 우리보다 용감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 참혹한 현장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대신 발벗고 나서지 않았느냐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운이 좋아 한 두명을 구해낼 수 있었겠지만, 사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이끌어 낼 수 없었겠죠.


영화의 내용이 진지하고 때로는 우울하기도 하지만, 구성은 좋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사진을 찍는 이들의 이야기답게 영화는 영화이지만 정지된 이미지를 담아 넘깁니다. 꽤 이국적인 아프리카의 사진들을 슬라이드 넘기듯 보여주기도 하고, 실제 인물들이 서로를 찍었던 진짜 사진과 같은 장면을 영화 속에서 찍어 담아 보여줍니다. 이 사진들이 영화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면서 관객에게 실재와 가상을 넘나들게 만들죠. 또한 네 명의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사랑과 질병과 같은 이야기를 중간 중간 이어가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단순한 다큐멘터리영화가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추었습니다. 이 들 네명과 사랑을 나누는 여인들도 참 대단해 보이더라구요.


영상 기법이 발달하고 카메라의 컬러나 화소수가 좋다고 해서 좋은 사진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그저 울림이 있고 또렷한 하나의 사진에서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이끌어 냅니다. 이러한 사진이라고하는 기존의 미디어를 움직이는 영상을 담는 도다른 미디어인 영화에서 다루었다는 것도 무척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하였네요.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만큼이나 풍요로운 감정이 생겨나는 느낌입니다.


중간에 다소 지루하다 느낄지라도, 포토그래퍼들의 열정적인 직업의식과 그들이 느끼는 고뇌 혹은 한 사람의 인생을 대리 경험하는 것은 결코 헛되지 않으실거에요. 뿐만 아니라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감각있는 구성은 영화가 끝나고 자리를 일어설 때 지루하거나 끔찍한 느낌은 많이 남아있지 않도로고 할 것 같습니다.


2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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