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의 단어장

 

[키치] 모방된 감각

 

 

[문화기획자의 단어장: 011 키치 

 

본래의 기능을 거부하는 상투적이고 저속하게 평가받는 미적 논의의 대상

 

 

 키치는 독일어 'Verkitschen'(싸게 만들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합니다.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쓴 논문<아방가르드와 키치>에서 '키치는 간접 경험이며 모방된 감각', '키치는 이 시대의 삶에 나타난 모든 가짜의 요약이다'라고 밝힌 것을 보듯, 키치는 19세기 후반 부르주아 사회 형성, 예술의 상업화라는 배경에서 만들어진 예술 모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20세기 후반 다양성, 경계의 해체 그리고 유연한 상대주의의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하는 실마리가 되면서 대중주의와 잡종 문화에 주목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키치입니다.    

 

 

 

키치의 대표적인 '이발소에 걸려있는 그림'

 

 

 아방가르드가 낡고 익숙한 것의 인식에서 벗어나는 실험적 순수예술이라면 정반대로 키치는 익숙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저속하고 값싼 것을 드러내는 지점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키치처럼 익숙한 모습, 저속한 형태로 정통 예술의 모습을 각성하여 새롭게 보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와 연결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바로 캠프의 개념과도 맞닿는 부분인데, 캠프는 '케케묵거나 속된 것이 오히려 멋있다고 보기', '기상천외한 것이나 케케묵은 것 또는 속된 것의 좋은 점을 인정하기'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수전 손택이 마릴린먼로나 캠벨스프를 그대로 모방한 듯한 작품을 만든 앤디 워홀의 예술을 꼬집어 설명하면서 주목받은 개념이기도 합니다.

 

 키치는 현대의 대중문화와 소비 문화 시대의 흐름을 형성하는 척도를 제공하면서 지금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키치는 본래의 기능을 거부하고 충동이나 수집의 특성을 가지며 값이 싸고 축적의 요소를 가지면서 여러 요소를 조금씩 가지고 있는 중층성의 특성을 가집니다.

 

 문화기획에서도 때로는 외형적으로 키치적인 컨셉을 다룰 때가 많이 있습니다. 대중과 쉽게 교감할 수 있으면서도 값싼 것을 통해 가치있는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통하여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없이 그저 딴따라로 끝난다면 좋은 문화기획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사단은 이태원계단장을 매달 열며 관련 매거진을 발간하는 단체입니다. 이태원은 번화가이지만 번화가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과 달리 뒷골목은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어서 주변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에서 시작한 기획인데, 2년이 지나도록 꾸준하게 잘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주변 지역주민과 상권과의 조화를 생각한 것이므로 계단장에 참여하는 셀러들에게 별도의 자릿세를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정기장이 될 수 있도록 계단장 홍보, 운영, 깔끔한 뒷정리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wosadan)에는 관련 소식이 담기는데, 다른 페이스북 운영자들이 올리는 화려하고 세련된 포스터 이미지와 달리 그림판으로 앉자 마자 그려낸 것 같은 캐릭터와 글씨가 인상적입니다. 애시당초 소박한 의도로 비영리로 운영되는 행사를 잔뜩 힘들여 포스터를 만들어 내는 것도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이 캐릭터와 비슷한 이미지의 공지 포스터를 내놓는 것은 이 페이지의 자유로움과 소박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브랜드로 자리잡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이태원 계단장 캐릭터와 셀러모집 이미지

(https://www.facebook.com/wosa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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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 통쾌한 B급을 위하여!

 

 책소개는 이렇습니다.

"이 책은 비주류들의 전성시대의 사회현상이 일어난 사회, 문화, 정치적 배경과 양상을 심도있게 조명한다. 우리 사회가 이제 1%가 지배하는 불량 사회를 뛰어넘어, 99%의 비주류들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사회를 향해야 하며, 비주류의 전복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창출해 가는 '플랜B'의 생산자이자 변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는 본격 B급 문화비평서이다."

 

<B급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는 영화,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웹툰, 음악 등의 대중문화 장르뿐만 아니라 미디어, 정치에 이르는 다양한 지점에서 B급을 찾아내고 이를 저명한 학자의 말을 인용하거나 통계적 자료를 제시하고 역사나 신화의 비유를 들어가면서 짜임새있게 엮어 놓았습니다.

 

 

 

흔히 B급 문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 하고 또 들어왔습니다. 대개 영화에서 'B급'을 이야기 하는데, 책에서 들려준 바로는 B급 영화는 동시 상영시대의 메인 영화에 딸려가는 부록같은 것으로 저예산의 대량생산된 일종의 형식이 박혀 있는 영화라고 합니다. 태생부터 이러하니 아마도 B급 영화는 기존의 것을 반복하면서 그 안에서 '패러디'든 '낯설게하기'든 변주를 꾀하면서 만들어져 왔고 영화로서의 주목받기 보다는 소비하고 마는 일회용으로 치부되기도 했을겁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틀에 박힌 저예산 영화들이 만들어내는 자그마한 변화들은 그 영화만의 특색을 만들어냈고 나아가 이들 B급 영화 매니아를 만들어내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누구나 동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금의 세대들에게 더욱 구미가 당길지도 모를 이런 B급 영화는 그 범위를 확장하여 다른 장르로 그 정신을 뻗어 나갑니다. 

 

이 책을 쓴 이형석은 국문과 출신의 문화부 기자로서 다양한 장르의 B급문화를 오랜 경험과 구체적인 정보를 곁들여 유려한 문장으로 마무리합니다. 리타가 좋아하는 '글 좀 쓰는 티를 내듯 하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체로 쓰인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시시껄렁하게 읽어오던 다양한 텍스트를 아우르면서 잡지를 읽듯 책장을 넘기도록 합니다. 아, 종이로 인쇄된 단행본이라는 주류의 미디어 그리고 주요 일간지의 전문기자가 쓴 B급이라니, 그래서 잡지로 읽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습니다.

 

 

책의 목차를 보면, 더 읽고 싶어집니다.

우선 서문은 주류를 비웃는 B급 문화에 축배를!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1장, B급, 넌 뭐냐

2장, B급으로 읽는 대중문화: 소외된 욕망의 목소리

3장, B급, 거대 서사와 엄숙주의에 파산을 고하다

4장, B급 정치하다, 99%의 목소리

 

요즘 대중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차에 B급문화는 더욱 새롭습니다. 대중문화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에 B급문화와는 또 다르겠지만 이 대중문화라는 것도 기존 고급혹은 고전 문화와 대별적인 지점이 있고 그것에는 도시화나 산업화, 미디어발달 등에 따른 기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 흐름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테니까요.

 

 

책에서 이야기 한 부분 중 메모해둔 몇몇 지점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p48. 구술, 즉 구어체는 'B급 미디어'와 'B급 사이트'의 전형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지난 1998년 김어준이 만든 <딴지일보>는 B급의 구술문화를 제대로 보여 준 B급 미디어였다. ... 풍자와 패러디, 정치비판, 성적 묘사 등 소재도 소재였건와 <딴지일보>가 일대 혁신을 가져온 것은 그 표현 스타일이었다.

 

p.50. 인터넷 사이트의 수많은 게시판은 정보의 공유와 교환 이외에 의견 개진 역할도 톡톡히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이자 존재 이유의 하나는 '감정 배설'이다. ... '배설'과 '비판'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도 되지 않는다.

<딴지일보>는 인터넷 게시판 문화가 가진 배설의 기능과 정치 비판의 기능을 결헙한 B급 미디어이며, <DC인사이드>는 자연발생적인 정치화를 보여줬다.

 

p.74. 요컨대, B급 문화의 생산자이자 수용자들이 대거 분포한 2040세대는 '경제적인 소외층'이며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에 열망을 갖고 있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문화적으로는 다양성을 지향한다고 하겠다.

 

p.80. 저급문화와 하위문화로서의 B급

 저급문화는 교육이나 훈련을 애초부터 받을 기회가 없었던 이들, 혹은 사회의 공식적이고 권위적인 커리큘럼을 거치지 않은 이들의 문화라 할 것이다. ... '저급한 문화'는 어떻게 하나의 예술과 독자적인 생활양식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저급한 문화'를 향유하는 다양한 하위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B급 문화는 일반적으로 저급한 문화를 가리키며 저급한 문화는 특저어 하위집단에 의해 향유되는 하위문화다.

 

p.83. 2007년 켄 젤더는 하위 문화의 특징을 6가지로 꼽았다.

1. (직업이 없으므로)게으르다, 놀기 좋아한다는 비난

2. 전통적인 계급에 대한 소속감이 없고 이중적 태도(기존 마르크스 주의의 자본가와 노동자계급에대하여)

3. 경제적 지위나 소득, 자산보다는 거주및 활동 지역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4.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운 생활태도를 갖는 경우가 많다. 또래모임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곤 한다.

5. 과장되고 과잉된 스타일을 선호

6. 평범한 삶이나 대중적인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p.87. 키치는 절제와 균형미를 통해 인간의 감성과 지식을 고양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장되고 시끌벅적하며 화려한 스타일을 통해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수전손택은 자연스러운 것보다는 인위적인 것을 추종하고 진지한 것을 경박한 것으로 바꾸어 버리며, 일부 집단에 의해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예술 양식을 '캠프'라고 했다.

내용보다는 스타일을 앞세우는 장식예술이며 탐미주의적인 성격을 갖는다. 

고급문화가 비극의 창조에 골몰하는 동안, 캠프는 모든 것을 인용부호 속으로 불러내며 어떤 사물이나 인물, 현상과 예술작품의 배후에 숨은 희극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맥락을 발견하려 애쓴다. 이처럼 캠프는 희극성과 쾌락주의에 스스로를 빠뜨려 대량복제된 생산물로부터 창의적인 즐거움을 찾아낸다.

 

p.88 요컨대 주류의 심미안으로부터 '저급한 것'으로 평가받는 B급 문화는 대중문화와 하위문화가 충분히 성숙한 조건 아래에서만 독자적인 미적 가치를 갖는 예술 및 표현 양식으로 출현할 수 있다.

 

p.93. B급의 전제조건 ...... 열광적인 추종과 인용, 재해석

 

p. 102. B급이 문화로서 유행하기 위해선 '멋지다'는 구성원들의 동의에 더해,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어야 한다. 다시말해 '쾌락주의'이며 감각에 호소한다는 의미다. B급은 쿨하고, 쿨하다는 것은 멋질 뿐만 아니라 재미있다.

 

p.110 이러한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는 '대중'을 기반으로 했거나 대중의 출현 및 형성을 부추겼다. 즉 대량으로 복제된 얘술 작품은 특정한 개인을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익명의 다수가 감상할 것을 전제로 한다. 발터 벤야민은 '대중은 예술 작품을 대하는 일체의 전통적 태도가 새로운 모습을 하고 다시 태어나는 모태'라며 '양은 질로 바뀌었다. 얘술에 참여하는 대중의 수적 증가는 참여하는 방식의 변화를 초래하였다.'고 했다. 참여하는 방식의 변화는 '즐거움'즉 쾌락의 강조로 나타난다. 발터 벤야민은 과거의 예술이 '정신집중'을 요구한다면 새로운 시대의 예술은 '정신 분산', 즉 오락에 대한 열정 속에서 수용된다고 말했다.

 

 

p.190 예술 작품 그자체가 아닌 예술 작품이 재현한 대상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고 모두 기치라고 할 수는 없다. 예일대 철학, 미학 교수인 K.해리스는 '키치에 있어서는 욕구의 대상으로부터 욕구 자체로 관심이 옮아간다. 즉 본래 욕구의 대상이었던 것을 키치는 단순히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기회로 변형시켜 놓은 것'이라며 '순수한 정서가 귀해지고, 욕구는 잠들어 인위적인 자극이 필요하게 될 때 키치에 대한 요구가 생겨나게 된다. 즉 키치는 권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 했다. 그래서 '키치는 자기 향수를 위해 환상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B급 문화를 이야기 하면서 키치, 캠프, 컬트 등의 의미를 돌아보고 관련 텍스트에 대한 B급 리뷰를 던지면서 스스로 B급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스로 비주류로 밀려나거나 밀려난체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솔직하지만 저속한 행동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거기에는 통쾌함, 쿨, 재미가 있어야 하며 이를 따르는 추종자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리겠네요.

한편으로는 소유및 자유에 대한 역사와 복제, 통신 기술의 발달에 의한 삶의 태도 변화는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내었겠지만 이러한 기술이 더 자연스러운 미래의 세대에게는 B급문화조차도 고전이고 고급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형석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읽어내며 시작된 우리 사회에 만연한 B급문화에 대한 분석은 B급도 되지 못하는 우리 C급들에게는 좋은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B급 문화, 대한민국을 습격하다

저자
이형석 지음
출판사
북오션 | 2014-09-16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쎄끈하고 핫한 본격 B급 문화 비평서! 우리는 왜 싼티, 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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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봤습니다. 즐건하루되세요~~
  2. 잘읽었습니다^_^ 책을 더 읽고 싶어지게 해주신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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