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를 찾아줘, 내 마음대로 하도록

 

 

목이 마르면 나뭇잎을 띄우고 길이 바쁘면 돌아가라 했던가. 리타는 길고 긴 논문을 뒤로한 채 한편의 영화를 봅니다. 제목은 '나를 찾아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더라도 그냥 저냥 리타 생각을  짧게 적어보려고 해요. 영어 제목은 'Gone girl' 입니다. 지금 이시대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 많은 영화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하고 사는지, 그들의 눈을 얼마나 쉽게 속일 수 있는 지를 말이죠.

 

 

 

 

에이미는 명문대 출신에 도도한 뉴욕 여자입니다. '어매이징 에이미'시리즈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작가로 나오지만 남편 닉은 이렇다할 작품활동 없이 백수로 고향마을에서 한심하고 게으르게 살아갑니다. 에이미의 독백으로 시작되고 그녀의 일기로 그간의 행적을 돌이키면서 그들의 사랑과 권태를 가슴 아프게 바라보게 됩니다.

 

 

마침내 사라진 아내, 그것도 그들의 결혼 기념일에 곳곳에 의문을 남겨둔채 사라진 여자에 대해 경찰과 언론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의 흐름은 철저하게 기획된 것임이 밝혀지게 됩니다. 독백처럼 흘러나오던 일기장도 초반의 달달한 장면이 뒤이어 등장하는 의혹을 사실처럼 느끼도록 만들어 내는 이 심리전은 보는 내내 가슴이 조려오게 했어요.

 

이 영화가 나올 때쯤 사람들은 김민희가 나왔던 '화차'와 비교하기도 하였는데요. 리타는 오히려 '빅픽처'가 떠올랐습니다. 하나의 인생으로 살아가는 여자와 남자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자기 삶을 유지시키는가의 방식이 흥미롭게 대비되거든요. 그래서 '나를 찾아줘'의 리뷰는 이들의 비교를 통해 간단히 해보고자 합니다.

 

빅픽처는 원래 더글러스 캐네디의 소설로 먼저 읽었습니다. 후에 프랑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최근에 보게 되었는데요. 그 결말은 다소 달라졌지만 영화로서 '빅픽처'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국의 대륙을 떠도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새롭게 다가왔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빅픽처'의 폴은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와 닮은 듯 상반된 지점에서 영화를 이끌어 나갑니다. 폴은 사진가가 꿈이지만 작가를 꿈꾸는 아내와 가족을 위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갑니다. 여기까지는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 남편인 닉과 이어지는 것 같지만, 집을 떠나 자신을 위장하는 것에서부터 이 영화의 스릴러는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지점이 이 두 역할의 행보가 비교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죠.

 

에이미는 석연치 않은 단서를 남기고 몸을 숨겨 언론이 남편인 닉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폴은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고 자신을 스스로 죽임으로서 남편을 벌하려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위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폴의 신분이 들통이 날 위기, 에이미가 궁지로 몰아넣었던 남편의 기사회생과 죽음의 공포로 노출된 자신의 모습. 이것들이 어떤 것이든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들의 처지라면 과연 어땠을까. 저런 순간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것은 영화나 소설이 우리에게 이런 큰 시련을 경험하지 않고도 반성하게 하는 할인티켓 같은 것입니다. 

 

배우자의 분륜으로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감당하지 못해 자신을 숨기고 떠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스스로를 몰아갑니다. 한사람은 영영 자기 자신와 가족으로 돌아오지 못하였지만 도덕과 자신의 재능을 찾았고, 다른 한 사람은 내면의 파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드라마틱한 귀환의 서슬퍼런 복수로 쇼윈도 행복을 완성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치정과 살인이라는 어두운 범죄, 은폐, 글과 사진이라는 예술 그리고 이름을 잃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식 등이 이 두 영화를 비교하게 만드는 지점이 아니었나 합니다. 물론 남자는 끝까지 동정의 대상이 되었고 여자는 마침내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운 비릿한 인상을 남겼다는 극명한 차이는 있습니다만.

 

영화 마지막 에이미의 이 표정을 보게 되면 속에서 부글부글 치를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겁니다. 이렇게 영화 내내 긴장의 공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쉴새 없이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도 아마 드물거에요. 또 두고 두고 욕해줄 캐릭터가 있다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연민정이 더 배워야 한다고까지 댓글이 달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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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 
7.5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킴 디킨스
정보
스릴러 | 미국 | 149 분 | 2014-10-23

 


빅픽처 (2013)

The Big Picture 
8
감독
에릭 라티고
출연
로맹 뒤리스, 마리나 포이스, 까뜨린느 드뇌브, 닐스 아르스트럽, 브랑카 카틱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15 분 | 201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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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니 다이어리'빨간 우산 타고 멀리 날아볼까

 

 오랜만에 영화를 봅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첨단 기술을 뽐내는 영화는 잠시 미뤄두고 좀 더 영화스러운 그런 영화가 보고 싶어집니다. 이를테면 평범한 사물 하나를 큰 의미를 가진 것인냥 자꾸만 클로즈업하고 나름의 의미를 자꾸 고민하게 만들거나 장면의 전환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지)지 않아 스토리를 부수어 보게 되는 그런 영화말입니다. 그런 중 선택한 영화가 바로 '내니 다이어리'입니다.

 

 

 

 

 여자들이라면 고민해보았음직한 내용을 담았다는 어느 리뷰글을 보고나니 일정부분은 그런 것도 같지만, 리타가 본 내니의 다이어리는 여자가 아닌 모든 일반 청년의 것이었습니다. 유모(내니)일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발음이 비슷한 이름(애니)덕이었지만, 내니의 다이어리는 자아 찾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제목에도 내세운 유모는 특히 여자들의 다이어리라는 생각은 조금 멀리 간 느낌이 듭니다. 물론 브리짓존스가 쓴 일기처럼 노처녀의 허심탄외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개인의 느낌을 촤락 펼치는 다이어리라고 할 만한 것은 부족합니다. 일기라기보다는 일정이나 기록이라는 편이 나을 정도니까요.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 장면이 더 인상적입니다. 오히려 내니의 다이어리는 구직활동을 위한 자아 찾기 단계에서 마주한 사회의 초상이며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지 모르는 자신을 조급한 심정으로 상상해 보는 일종의 기도문입니다.

 

 

 

 청년들이 흔히 가지게 되는,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막 사회로 들어서는 때에 가지는 당혹스러움이 이 영화의 시작입니다. 리타는 앞 문장의 주어를 '여자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은 대학에서부터 사회생활을 위한 갖은 준비를 시작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그 내용은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는 사회라는 '지옥'에 비해 따뜻하고 밝고 부드러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름을 주어로 소개하라는 지점이 애니가 자아를 각성하는 지점이며, 경영학을 전공하였지만 인류학을 부전공한 자기를 되돌아볼 순간이 됩니다. 면접을 보다말고 뛰쳐나가는 그 모습 뒤로 스스로의 얼굴이 투영되지 않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리타는 OO이다'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도록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표면적으로 영화의 내용은 다소 진부합니다. 우선 백인, 교육을 잘 받은 미혼의 여성으로 가장 상급의 유모스펙을 갖춘 애니의 좌충우돌 유모 적응기입니다.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어린아이와 교감하더니 우연의 연속으로 맺어지는 왕자님과의 로맨스 그리고 억지 해피엔딩까지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마치 다양한 것을 즐기고 마무리까지 배불리 할 수 있는 '회전초밥집' 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 빨간 우산 때문일 것입니다. 시골출신의 평범한 햇병아리가 대도시의 큰 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우뚝 선 건물의 로고가 바로 빨간 우산입니다. 그 우산은 비와 우박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쓰였을테지만 토토로의 그것처럼 주인공 애니에게는 낙하산이거나 비행선이 되는 것이 바로 빨간 우산입니다. 이 우산을 타고 훨훨 날아 올라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를 천천히 관망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론 숨가쁘게 지금이 내 인생의 전부인냥 살아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노력하고 그 노력이 후회없다면 실패도 그렇게 아프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리타입니다. 하지만, 그 조금 더 빨리 내가 누구인지, 내 이름을 내세워 당당하게 나를 표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살아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니가 된 애니의 다이어리를 엿보며 리타가 다시 다짐하게 된 또 한 가지 입니다.

 

 

 

 

이제 곧 졸업식 시즌이 다가옵니다. 수많은 애니들이 졸업장을 들고 사회로 나오게 되겠네요. 그들에게 기운 바짝 차릴 수 있는 빨간 우산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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