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시장에서 망원동 주민 코스프레하기

 

먹고 노는 걸 못해서 잘 놀아보려고 대학원까지 온 리타입니다. 원래 대학다닐 때는 홍대앞은 제집앞처럼 다니고 그래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리타에게는 외국가듯한 연중행사처럼 생각됩니다. 그들의 자유스러움이나 스웩~이나 개성이나 그런 것이 좀 어색해서인지 오히려 신촌 뒷골목 짱박혀서 홀짝이는 맥주가 더 좋기도 합니다.

 

그래도 리타가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남의 '동네 뒷골목'과 '시장'입니다. 랜드마크만 있으면 나머지는 그저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기 좋아하고 평범한 세탁소, 철물점도 재미있게만 보입니다. 이번에 다녀왔던 망원시장도 이런 소소한 탐험을 하기 제격인 곳이죠. 

 

 

 

지방 한적한 시골에 있는 시장이 아니라 서울 시내 전철역 근처에 있다보니 사람이 적당히 북적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좀 있어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흥정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런 것 같아요. 먹음직한 간식거리 반찬거리도 자꾸자꾸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더 맛있고 그래서 더 먹고 싶고 그런 선순환인 셈이죠.

 

 

 

망원시장 입구입니다. 지인들이 망원시장 입구에 있는 츄러스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찾아가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망원역에서 내리면 엎어져서 코 닿을 곳이라 찾아가기는 쉬워요. 요새 홍대 상권이 점점 넓어진다고 하면서 종종 등장하는 지명이 망원동인데 이렇게 또 순박한 리타가 친구들 덕에 이곳까지 찾아와보았네요.

 

 

요새는 재래시장을 대형마트에 위축되지 않도록 강점은 키우고 단점은 많이 줄이고자 노력하는 것이 많이 보입니다. 안동, 속초, 제주, 대구 등 곳곳의 재래시장은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물건들을 진열해놓으면서도 소비자들의 편의 시설은 좀 더 편리하게 갖추어 가는 것을 보았거든요. 일단 너저분한 천막 가리개가 아니라 통로에는 천정을 만련하여 때로는 멋진 조명이나 영상을 틀어놓고 음악도 흐르는 것이 커다란 쇼핑센터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무료 배달을 해주는 등의 서비스도 시장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노력에서 나온 것들이겠죠.

 

 

콩나물도 깎아야 맛있다는데, 뭉텅뭉텅 투박한 손으로 담아주는 콩나물을 사본 적이 있다면 그 사람 냄새 때문에라도 재래시장에 가야한다고 합니다. 사실 리타는 마트에서 포장되어 있는 삼겹살은 잘 사는데 정육점 아저씨한테 싱싱한 고기 얼마어치 달라는 말을 잘 하지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래도 그렇게 사람 마주하고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이 좀 더 사람사는 동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천정에는 이제 카드결재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더군요.

 

 

밥만 넣고 슥슥 비벼먹으면 되도록 나물이 한대접 담겨있는가하면 장아치, 멸치볶음, 콩자반 등 만만하지만 도통 만들어 먹기는 손이 많이 가는 반찬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입니다. 그야말로 밥도둑들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이지요.

 

 

 

TV에도 나왔다는 고로케집입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는데, 주인장 마음대로 개릴라 세일을 감행하기도 한답니다. 원래는 1000원짜리인 고로케를 500원에 판다나요~ 운이 좋으면 반값에 따끈한 고로케를 종류별로 살수있는 기회를 만납니다. 리타가 좋아하는 명동성당 앞 크림치즈 들어간 고로케는 1500원이지만 이렇게 시장에서 만나는 고로케는 또 다른 맛일 것 같네요. 저 모양 야무진 것좀 보세요.

 

 

 

망원동 시장을 한바퀴 설렁 설렁 돌아 나오면 주변에는 옹기종기 맛집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작은 스시집도 있고 수제버거집도 있고 사진은 못찍었지만 츄러스 가게에 일본 가정집 스타일의 식당도 있습니다. 그야말고 동네를 탐사하듯이 돌아다녀야 언뜻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간판을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곳들이에요.

 

 

 

 

아직 쌀쌀할 때 다녀온 망원동이라서 옷차림새는 칙칙했지만 기분은 마치 여행객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네요. 친구들과 놀러와도 좋고 애인과 데이트도 좋을 그런 동네라서 좋았습니다.

슬리퍼 끌고 슬렁슬렁 나가서 이것저것 사먹고 수다떨고 주변 동네 사람들과 기분좋게 인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중에 가서 망원동 주민 코스프레라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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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서울이라도 지역에 따라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대와 강남도 자유로움과 도외적인 느낌으로 그 개성을 가를 수 있고, 대학로와 종로는 한 두 블럭 차이로도 그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그런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는 젊은 이들이 많은 곳이 익숙합니다. 그 복잡한 거리를 걷다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큰 서점에서 몇 시간이고 책을 읽어보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같은 서울에서 찾은 또 다른 공간은 아주 낯선 공간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게 합니다. 바로 재래시장을 다녀왔거든요. 평균 연령이 40대 이상인 곳. 그렇지만 그 활기는 강남이나 홍대앞보다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촌스러운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참 소박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마트보다는 시장을 좋아하고 꽤 먼 거리라도 시장을 찾아 가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추장스럽게 미니수레를 끌고 옷도 투박하게 입고 나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날씨가 추우니까 마스크도 하고 장갑도 껴야 하는데, 그리고 많은 짐을 가지고 먼길을 오르는 게 걱정스럽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시장에 가지 말고 같이 마트에 가자고 말리다가 이번에는 엄마를 따라 나섰습니다.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소위 잇!플레이스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딸로서 짐도 들어드리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500명? 혹은 1000명


 

 


시장을 가기 위한 필수품 미니수레들!


혼자 이리저리 재래시장을 찾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정말 물건을 사려고 일부러 시장을 찾기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관광목적의 재래시장과 상업공간의 재래시장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이날은 시장이 관광명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공간으로 찾았기 때문이겠죠. 상인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인과 흥정을 해야 하는 것이고, 물건을 골라야 하니까 시장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시장 길을 따라 약, 야채, 옷, 생선들을 다루는 가게들이 나름의 질서대로 모여있습니다. 마치 큰 마트의 생선코너, 야채코너 이렇게 해 놓는 것처럼요.(쓰고 보니 웃깁니다. 시장을 따라 마트가 만들어 졌을텐데말이죠. 이건 마치 몸매 좋은 사람에게 마네킹 같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겠죠.)


우리 엄마는 이것저것 물건을 고릅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생선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TV에서 보았던 매생이를 찾아 봅니다. 이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 당당한 모습의 엄마를 본 적이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아요. 아마도 엄마와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서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많아서 엄마와 떨어지기도 했는데 덕분에 보호자의 마음가짐으로 동행했던 딸을 엄마는 잘도 찾아내셨죠.



구수하고 넉넉한

왜 생선만 찍느냐며 찍어달라고 하시길래 찍었더니 ...


애누리가 넉넉한 공간이라 마음이 신이 납니다. 주먹만한 감자 대여섯 개를 3000원에 팔고 고구마를 함께 샀더나 고구마를 하나 더 넣어주십니다. 3마리에 5000원인 동태를 예쁘다고 작은 생선을 하나 더 끼워주십니다. 원래 4000원인 매생이를 3000원에 팔고 고마워서 생굴을 삽니다. 엄마는 딸들이 좋아하는 생닭을 두 마리 만원에 삽니다. 결국에는 두 개에 천원인 무를 찾아서 사들고 귤이랑 바나나도 세트로 사니 500원을 깎아줍니다.


물건을 사면서 흥정을 해보기도 하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깎아줍니다. 추운 날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피 리어카를 피해서 이리저리 바쁘게도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찾습니다.


한 시간 남짓 시장을 돌다 보니 저는 물건을 다루는 상인들의 살아있는 손놀림에 기운이 버뜩 들었답니다.
아마도 우리엄마는 한 시간도 더 지하철을 타고 가서 힘겹게 장을 보는 것은 일종의 에너지 충전을 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재래시장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 건 처음 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는 500명의 엄마들 때문인 것같습니다. 사뭇, 젊은이들이 가득한 강남이 그 속에서 충분히 익명이 되고 외로울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가끔씩 엄마와 재래시장 데이트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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