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다는 것은 자유만큼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술을 마시거나 운전을 할 수 있고, 결혼도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습니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군대에도 다녀와야 하지요. 물론 스무살을 경계로 아이가 어른이 되지는 않습니다. 철들지 않은 어른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아마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일듯 하네요. 책임감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우리는 좀 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한 지역에서는 새해를 맞아 성인이 되는 청년들이 독특한 의식을 치룹니다. 1월 초에 신사에서 진행되는 이 마츠리는 마을에서 성인이 되는 남녀 청년들이 헐벗은(?)채로 신사 내부를 한바퀴 뛰어 돌기도 하고 냉수마찰을 하면서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2년 전 1월, 도쿄를 찾았을 때 마침 찾아간 곳에서 보게 된 성인식의 모습들을 담아봤습니다.

여학생들은 위에 티셔츠를 입고 안에 수영복을 입었어요.



신사를 한 바퀴 뛰고 구호를 실컷 외치고 나면 같은 복장을 한 마을 어르신이 둘러싸고 서 있는 청년들에게 위협적인 몸짓과 함께 큰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하지만 아마도 그들에게 성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될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라는 의식인 것 같았어요.

신사 한 켠에서 대나무관을 따라 찬 물이 흘러 나옵니다. 이 찬물은 앞쪽에 수조로 떨어지게 되는데요. 조를 짠 청년들이 순서대로 그 안에 들어가 온몸을 적실정도로 바가지로 자신에게 물세례를 퍼붓습니다. 그 가운데에도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죠.



신사 안 마당입니다. 한 켠에서는 다꼬야끼를 팔기도 하고 화려한 장식의 기념품도 팔고 있어요. 신사 문앞에는 전통과자와 먹거리를 사는 가게들도 줄지어 있습니다.


다소 과격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성년식을 지켜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의식이 있다는 것이 그들에게 그렇게 나쁠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헐벗고 숨이 차도록 뛰고 난 후, 찬 물을 뒤엎으며 고함을 지르는 것은 앞으로 수없이 닥칠 시련을 당당히 물리치겠다는 공개적인 선전포고가 될테니까요. 이 경험이 그들을 더 단단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이 날이 2010년 1월 9일이었으니까, 이들이 성년이 된 지도 벌써 꼭 2년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 2년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날들을 ‘성인’으로서 당차고 포부넘치게 잘 살아오고 있을까요?

성년식을 구경하면서 또 한번의 성년이 되는 느낌으로 새삼 더 부지런히 재미있고 보람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또 다시 그런 느낌을 받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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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상기하게 되네요. 일본에서는 한사람몫을 한다고 할때 성인으로 보는데 말이죠. 한국은 과연 무엇이 어른을 만드는지 생각해봐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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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 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며칠만 지나면 애플이니 삼성이니 구글이니 MS니 돌아가면서 무슨 외계어라도 되는 듯한 말들로 새소식을 발표를 합니다. 무엇을 내놓았고 누구랑 누구가 손을 잡아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 하고 말이지요. 지금 이순간에도 새로운 SNS가 등장하고 글과 사진과 동영상으로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친구들을 찾아보라 합니다.

항상 변화의 경계에는 앞으로 올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불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지난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고 그 때를 추억하려 합니다. 그래서 요즘들어 7080이니 세시봉이니 하면서 예전 노래들이 다시금 유행을 타고 그 시절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의 얼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가 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애니메이션에서도 접하게 되었네요.

한국전쟁이 있을 때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니까 아마 60년대 후반의 이야기입니다. 한류의 인기가 일본 땅에서 후끈 달아오르고 일본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기는 했지만 1900년대 초반 한국은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런 정서를 가진 점에서 애니메이션 스토리와는 상관 없이 배경만으로 우리 나라에서 이 영화의 개봉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약간의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젊은 층이라 해도 국사시간 사회시간 혹은 뉴스에서 접하는 것들은 아직 과거의 한 점이라고 밀어버리기는 찝찝한 감이 있습니다. 중국도 다를 바 없구요.

반전, 자연주의라는 측면에서 미야자키의 세계관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의 아들에게 감독이 넘어간 뉴지브리작품은 어쩌면 너무 소박하고 다시 일본 안으로 침잠하려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센과 치히로>에서 기세 좋게 일본을 세계의 것으로 만들어 내었던 그의 아버지와 달리 일본만의 문화를 그들 속에서 소비하지 않고 왜 꺼내 나왔냐는 질문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물론 지브리는 곧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니라는 생각은 하더라도 그의 작품이 지금의 지브리를 만들어 낸 이유는 분명히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잘 짚어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야자키 고로는 자신의 색깔을 찾되 기존 지브리의 색깔을 이질감 없이 드러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으리라 봅니다.

영화 시작부터 흰쌀밥과 나또라는 말로 일본의 밥상을 차리는 노랫말이 흘러나오고 일본의 다다미나 의상 그리고 고등학생들의 복장부터 어느것 하나 일본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차라리 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애니메이션의 강점 깨끗하게 포기해버렸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피해를 입고 또다른 아픔을 겪고 있었을 우리 한국의 실정과는 달리 일본의 평범한 그들도 그들 나름의 힘든 삶과 대면하고있었다는 것은 조금 신선하기는 합니다. 착한 여자 아이의 지고 지순한 '아비찾기'는 결국 멋진 남자친구로 되돌아 왔다는 해피엔딩이 안도하게 합니다. 깃발을 올리고 그 깃발에 대답하는 설레는 로멘스나 학교의 전통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지켜나가는 과정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막장 드라마가 등장하더니 너무 급작스레 해피엔딩으로 배를 태우며 끝이 나는 것에 무언가 소소한 행복감은 있되 또다른 지브리를 접했다고 생각하기 어렵게 합니다. 차라리 얼마전 '별을 쫓는 아이'가 더 지브리같아. 라고 속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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