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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소위 지금껏 영화같다는 사랑이야기는 요즘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보입니다. 물론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는 우리 일상과 달리 정제되고 무언가 남기는 그런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요즘 영화는 로맨스영화들 조차도 '늑대소년'이나 '구가의 서'처럼 대놓고 판타지가 아닌 다음에야 극도로 현실적이어서 씁쓸할 지경이에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누구든 혼자 살 각오가 되어 있다보니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서 사람들은 조금 더 현실적이고 편리한 쪽으로 살아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30년쯤 되면 1인가구가 30프로에 육박할 거라고 하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자 하는 마음은 다소 촌스러운 것일런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랑은 삶에서 작지 않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적어도 사랑에 빠진 순간 만큼은 모든 것이 사랑하는 이를 향한 생각들이죠. 물건을 사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음식을 만드는 판단 근거도 그 사람이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많이 좌지우지됩니다. 그래서 튼튼하게 생활을 유지하려면 사랑도 그만큼 돈독해야 하는 것인데 또 그게 생각만큼 쉽게 되지 않죠. 아마 생각으로 사랑을 하는 게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기적인 솔로 VS. 따뜻한 커플

 

두 영화에서는 솔로들은 현실적이고 커플들은 참으로 비이성적일만큼 순애보에다 비일상적인 행동들을 해댑니다. '반창꼬'에서 한효주는 고수와 사랑을 나누기 전에는 똑똑하다는 것만 믿는 이기적인 의사였구요. '연애의 온도'에서는 헤어진 두 남여가 살벌할 정도로 악랄한 행동을 벌이곤 합니다. 둘 다 사랑할 때는 둘도 없는 천사로 행동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지요.

 

이기적이었는데 순애보가 되었다는 '반창꼬'와 순애보였는데 이기적이 되어보니 아프더라는 '연애의 온도'는 지금 젊은 남여의 사랑이 쓸쓸한 솔로들의 현실적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더 로맨틱해집니다. 

 

사람을 속이려면 진짜를 90퍼센트는 섞어 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야 숨어있는 10퍼센트까지도 진실로 보일테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현실감각이 확연하고 일상생활의 은어나 남여간의 불륜까지도 오픈해 놓은 영화에 사람들은 더 쉽게 공감을 하게 됩니다. 그 속의 10퍼센트 로맨스에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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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더 쉽게 감동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반창꼬에서 한효주가 이기적이고 자뻑넘치는 의사가 아니었다면 전형적인 캐릭터인 고수때문에 영화는 밋밋한 것이 되고 말았을 거에요. 그런데 그런 여자가 이런 남자때문에 순애보가 되고 착한 여자가 된다는 것은 왠지 더 달콤합니다. 또 사내커플인 이민기와 김민희가 최악막장으로까지 싸움을 벌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 오는 고민과 남여 각자의 고통이 그닥 와닿지 않았을거구요.

 

냉동실에서 서로 꼭 껴안으며 살아남은 남여와 사회적으로 발가벗긴 옛여인을 보듬어준 남자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감동스럽습니다. '그래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어야 이 험한 세상 살아나갈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느껴지면서요.

 

어쩌면 그 즈음의 남여가 한둘쯤은 가지고 있을 사랑과 이별의 추억에 이들은 이런 식으로 위로를 하고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너희들이 그렇게 뜨겁게 사랑할 때 마치 놀이동산에 어린아이들처럼 평화로웠다해도 사실 바깥에서는 불구덩이나 롤러코스터에서 나오는 비명소리를 못보고 못들은 것일 수도 있단다.' 라구요.

 

그나저나 이민기는 역시 좋지만 고수에게도 이렇게 호감이 상승하는 이유는 그의 근육때문만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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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면 공식처럼 생각나는 것이 몇 개가 있습니다. 선남 선녀가 우연히 마주치고 가끔은 한쪽이 워크홀릭이거나 특이한 직업을 가졌고 다른 한 쪽은 부자거나 귀족 혹은 왕족입니다. 많은 여자 주인공들은 명랑하고 긍정적입니다. 여러가지 고난에도 힘차게 웃어 넘기고 항상 누군가가 짜잔!하고 나타나서 도움을 주게 되죠. 게다가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해피엔딩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친구가 이야기 한 것 처럼 로맨틱 코미디에는 항상 주인공에게 장애가 있습니다. 그것은 계급, 문화, 경제상항 등이 그것입니다. <오싹한 연애>에서는 이 장애가 바로 '공포'입니다. 

 



그런데 이 '공포'라는 코드가 '로맨틱'함에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오싹한 연애>는 그간 보아왔던 공포영화의 요약판을 보여주자고 작정이라도 하듯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을 뒤섞어 놓습니다. 여기에는 소재와 등장인물의 제약이 없습니다. 아이 어른 남여를 불문하고 장소시간 불문합니다.

<식스센스>에는 유령을 보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아이는 자신만의 작은 텐트 속에서 주변의 움직임과 소리를 무시하려고 무던히 애를 씁니다. 하지만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무척이나 벅차 보여 아쓰럽기까지 합니다. <오싹한 연애>는  마치 이 모티브를 가져온 양 여자 주인공도 그녀만의 작은 텐트 안에서 초조하게 혼자만의 밤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녀도 처참한 모습의 귀신에게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고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고괴담>시리즈에서 봄직한 교복입은 여자아이들의 소름끼치는 사연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고, <장화,홍련>을 떠올릴만한 옷차림과 주인공의 집안 특히 주방의 모습은 미술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타의 공포물의 다양한 장면을 가져다 배치했습니다. 벽장, 천정, 지하실, 물속,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번쯤 느껴 본 적 있고 들어본 적 있는 그런 오싹한 순간의 이미지를 중간중간 배치하였죠.

마치 낮과 밤이 교차되는 것처럼, 달달한 사랑의 감정이 샘솟다가도 어둑한 공포에 뒷걸음치게 되는 주인공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포'의 배치는 단지 로맨틱 코메디의 '장애물'로서의 독특한 기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강력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안전이 욕구를 뒤흔드는 와중에 애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시험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몸의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합니다. 가볍고 유쾌하고 해피엔딩이기까지 한 로맨틱 코메디의 단점이라면 '지겨울수도 있다'라는 것을 염두해 둔 탓일까요. 달달한 연애사를 감상하면서 제멋대로 늘어져 있을 관객들에게 '현실은 달라!'하면서 긴장감을 잊을만 하면 옥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연애라는 것 자체가 오싹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낳아주신 부모님도 모르는 자신의 속을 단 몇 초만에 뿅!하고 콩깎지가 씌인 사람이 모두 알아차린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정말 오싹한 것이죠. 내가 사랑하기로 한 사람에게는 어린 아이 유령이 업혀있고, 원한 가득한 표정을 지은 처녀귀신이 붙어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나와 다른 그녀혹은 그만의 그 동안의 삶의 습관이거나 문화이거나 가치관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가풍이거나 계급이거나 종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싹한 연애>는 사랑이란 이러한 장애물을 '깡'넘치게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깡을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그와 교감해야만 한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소주를 맛있게 마시는 법 세가지
1. 그냥마신다.
2. 잔을 부딪친다.
3. 사랑하는 사람과 마신다.

공포를 이기는 법 세가지
1. 음식을 많이 먹는다.
2. 활짝 웃는다.
3. 위로받는다.

손예진이 연기한 밝고 힘찬 여주인공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소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고, 공포를 이기기 위해서는 위로를 받으면 된다고... 이 것들은 모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끔찍한 것들이 두 사람에게는 견딜만 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은 둘만의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포는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어 가고, 그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포 영화 메타포들을 상기시키면서 영화의 안과 밖을 바삐 드나들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해 로맨틱 코미디의 핑크빛이지만 다소 책임감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묵직하게 채워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보통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인사이의 장애물, 그 공포스러운 것들을 거둬내는 것은 내가 힘들고 고통받는 것 보다 나와 술잔을 기울이지 못하고 고통에 위로받지 못해 힘겨워할 다른 이를 먼저 걱정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시시껄렁하고 한편으로 약골일 것만 같은 이민기의 결말부분에서 전화기에 대고 하는 대사는 정말이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했다는 것입니다. '어디 이민기 같은 남자 없을까요!'

그리고 흠짓 놀라며 괜스레 연인에게 안기며 영화를 보았을 모든 연인들! 멋지고 오싹하게 사랑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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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저도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재미있게 보셨나보네요. 로맨틱 코미디인데 여러가지로 생각을 하면서 보신 흔적이 묻어납니다.^^ 리타님의 풍부한 감성, 잘 느꼈습니다^^
    • 그저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야 흥행에도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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