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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샌드위치 같은 콘텐츠를 만들자

5년 전 비로소는 문래동에서 작은 공간을 빌려 기타, 그림, 독일어, 글쓰기 등 작은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한 주기의 강좌 일정이 끝나고 각 강좌의 수강생들과 강사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파티는 각자 먹을 것을 조금씩 준비해서 같이 먹는 포틀럭 파티였습니다. 도너츠, 과일, 과자, 음료 등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사와서 제법 한상 푸짐한 파티음식이 꾸려졌습니다.

그 음식들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음식은 바로 마늘 샌드위치였습니다. 이름부터 생소하고 왠지 내키지 않는 조합이었고 비주얼도 샌드위치의 산뜻하고 푸릇한 예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준비한 선생님의 성의 때문에 조심스레 한입 베어 물었지만 맛을 기대하지는 못했습니다. 막상 한입 꿀꺽 씹어 삼키고 나니 마늘향이 입안에서 감칠맛을 내면서 부드러운 감자와 빵의 식감을 살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이 신통한 것도 아니고 재료가 비싼 것들도 아닌데, 담백하고 고소한 마늘샌드위치는 그 후로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늘 샌드위치는 뜨거운 으깬 감자에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속 재료를 테두리를 잘라낸 부드러운 식빵에 채워 만드는 간단한 메뉴입니다. 뜨거운 감자에 들어간 다진 마늘은 적당히 익어서 매운 맛과 강렬한 향은 사라지고 감자에 눈에 띄지 않게 섞여 들어가 감칠맛을 내는 비밀 무기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마늘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듣지 않았더라면 샌드위치의 아이보리색 비주얼은 담백하고 가벼운 근사한 이미지를 뽐냈을 것이 분명합니다. 포실한 강원도 감자에 의성 마늘을 쓰고 쫄깃한 우유식빵을 썼다 하더라도 재료비는 그렇게 높아지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콘텐츠는 꼭 마늘샌드위치 같아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늘 샌드위치처럼 별 것 없어 보이는 재료를 가지고, 아주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따로 있을 때보다 적당한 온도와 타이밍에 전략적인 모양새로 꿰어져 있을 때 그 가치가 수십 배, 수만 배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로소도 평소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조합하고 그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 꾸미지 않고 심플하고 강렬하지 않지만 길게 가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혼자 있으면 맵고 냄새나는 마늘이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는 그런 토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콘텐츠가 아닐까요.

 

 

신촌타프 예술가모임에서 만들었던 샌드위치. 마늘샌드위치는 아니다.

 

문화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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