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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미디어의 언어, 레프 마노비치

 

 뉴미디어라는 말은 신선한 말은 아닙니다. 게다가 '뉴'라는 말의 뜻이 새로운 것을 뜻하므로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입니다. 이미 쓰여진 지 십여년이 지났기에 이 책에 붙은 새로운 이라는 말의 의미를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1부 '뉴미디어란 무엇인가'에서 레프 마노비치는 뉴미디어를 네트워크에 연결된 디지털 컴퓨터라는, 정보사회의 새로운 기제가 가져온 새로운 기술 뿐만 아니라 영화나 연극, 활자도서 등 이미 잘 자리 잡은 문화 형식의 기술과 기억, 전문성을 통합하는 혼합종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적 궤도 안에서 컴퓨팅 기술과 미디어 기술이 접목되면서 서로의 특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한 새로운 가치의 미디어를 일컫는 것일텐데, 들뢰즈가 이야기 했던 연접과도 연관있어보입니다. 즉, A와 B의 합은 A'와 B'로 변이하고 [a+b]의 블럭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죠. 커뮤니케이션은 그 차이를 인식함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차이를 발생하는 것을 통해 각자 가진 특성을 바로 보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컴퓨팅 기술과 미디어 기술의 접목은 그 새로운 의미를 어떻게 발현시키고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을 예상해볼 수 있겠죠.

 

 

 

 저자가 밝힌 뉴미디어의 원리는 다섯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호작용성이나 하이퍼미디어의 특성은 이러한 원리에 포함된 것으로 별로 새로울 것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선 '수적 재현'이나 '모듈성'이라는 두가지 원리는 뒤 따르는 세가지 원리의 기본 전제가 되며 앞서 이야기한 상호작용성이나 하이퍼미디어의 특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합니다.

 

 '수적재현'은 뉴미디어의 객체가 형식적으로 기술될 수 있고 연산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분절적 재편의 차원을 넘어 샘플의 수량화를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이러한 분절적 특성은 롤랑바르트의 "언어는 그 자체로 실제를 분절한다"라는 말에서 처럼, 의사소통의 기본 전제에 중요한 것입니다.

 

 '모듈성'은 객체 그 자체는 독립성을 잃지 않고 더 큰 객체로 조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도 연결되는 원리인데, 삽입과 삭제로 조합가능한 모듈이지만 그 과정에서 전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죠.

 
 수적재현과 모듈성이라는 기본 원리를 깔고 세번째 원리인 '자동화'는 인간의 의도는 부분적으로 창조과정에서 많은 부분 없어질 수 있도록 자동화된다는 것입니다. 미디어를 제작하는 단계이거나 또는 미디어에 접근하는 두가지 방식에서 모두 통하는 원리입니다.

 

 '가변성'은 레프 마노비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리입니다. 하이퍼 미디어, 상호작용성이라는 미디어 특성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가변성의 원리는 객체가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서로 다른 무한한 판본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동의어로 '변형가능'이나 '유동성'을 꼽고 있습니다. 순응보다 개성을 존중하는 후기산업사회의 논리에 부합하는 이 가변성의 원리는 예술뿐 아니라 뉴미디어의 기본조건으로 보며, 객체의 여러 판본들이 구체적으로 정의된 '데이터'를 공유하는 주류 문화의 논리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부호변환'은 뉴미디어가 문화적 층위와 컴퓨터 층위로 나뉘는데 컴퓨터에 의해 생산되고 유통되고 저장,보관되는 컴퓨터 논리가 미디어 전통의 무노하적 논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이 두 층위는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함께 합성되고 새로운 컴퓨터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죠. 시간이 다소 지난 지금의 모습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이미 많은 컴퓨팅 기술에 의한 인공지능은 단순 행위를 매끄럽게 진행하는 차원을 넘어 문학이나 회화를 창작하는 경지에도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죠.

 

소설도 쓰는 인공지능…日 문학상 1차 심사 통과[출처: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no=214369&year=2016)

AI가 그린 그림 900만원에 팔려···예술 넘보는 인공지능[출처: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19853826)

 

또한 문화 인터페이스의 언어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 인쇄물, 영화, HCI 등에서의 인터페이스 언어에 대해 살펴보는데요. 저자는 컴퓨터가 우리와 문화 데이터가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문화 인터페이스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또한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HCI, Human-Computer Interface)라는 용어는 사용자와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하며, HCI는 키보드, 마우스 같은 물리적 입력과 출력장치들이 포함됩니다.

 

 여기에 컴퓨터 미디어를 사용하는 기술을 오퍼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오퍼레이션의 영역이 전문가와 아마추어로 나뉠지라도 두 집단은 '복사, 잘라내기, 붙이기, 검색, 필터, 코드 변환'등의 몇 가지 오퍼레이션을 인간과 컴퓨터 간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오퍼레이션은 코드 변환이라는 뉴미디어 원칙의 한 경우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퍼레이션은 메뉴나 필터 그리고 플러그인, 합성, 원격행위 등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여러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통한 창작을 떠올려본다면 그 내용이 쉽게 그려집니다.

 

 레프 마노비치는 뉴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견지합니다. 뉴미디어는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지 않으며 시대간의 단절은 일반적으로 완전한 변화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여러 요소의 재구성을 수반하는데 이전 시대의 체계에서 종속적이었던 특징들이 지배적이 되거나 지배적인 특징들이 부차적인 것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기호학에서의 통합체와 계열체에 대한 이론을 도입하기도 하는데요. 통합체가 현존과 연관되면서 명시적이고 서사적이라면(특정단어, 문장, 장면) 계열체는 부재와 연관되는 요소로서 함축적이면서 상상에 의한 데이터베이스(작가의 상상세계)입니다.

 

 이 책에서는 뉴미디어의 언어의 원리와 이들 원리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미래의 뉴미디어의 특성을 이야기합니다. 언어, 분절과 연속, 환영, 형식이나 공간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살펴보다보면 인공지능, 가상세계, 증강현실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키워드로도 뻗어나갈 수 있는 여러 인사이트가 보입니다.

 

 제이 데이비드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의 "재매개"와 함께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 추천받았네요.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 뉴미디어와 데이터(콘텐츠)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서 해봐야 겠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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