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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영화와 소설사이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아마 영화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해도 저 문장은 기억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죽고 없는 옛 연인에게 고함치듯 반복하는 저 문장을 뜻도 모르고 따라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여자에게 무슨 슬픈 사연이 있는걸까 하고 궁금증이 생기게 하였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제 더이상 슬퍼하지 않을 여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만들었습니다.

 

 

 

주제곡만큼이나, 잘지내냐 묻는 대사만큼이나 뇌리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

 

 

분명, 영화와 소설은 따로 또 같이 즐겨도 좋습니다. 아직도 좋습니다.

 

이와이 슌지가 소설 작가과 영화의 감독을 맡은 <러브레터>는 1995년 동시 공개되었을 때, 일본 문화에 개방적이지 않았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재개봉을 할 만큼 우리 가슴속 깊이 남아있는 콘텐츠입니다.

 

이름이 같은 두 남녀와 얼굴이 같은 두 여자의 여러겹으로 쌓아올린 이야기가 궁금증을 증폭시킵니다. 옛 사랑과 지금의 사랑 그리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가슴을 들뜨게 만듭니다. 이 겨울의 사랑이야기가 우리 가슴에 이렇게 오래 남은 것은, 단지 풋풋했던 어린 시절의 사랑이야기라서가 아닙니다.  아마도 사랑했던 자신의 그 날의 추억을 회상하도록 하였고 그것이 우리를 이 영화와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소설에서는 현재의 연인 히로코와 첫사랑인 이츠키의 비중이 대등하면서 대조적입니다. 3인칭 시선의 히로코는 도쿄의 수줍고 내성적인 여자인 한편, 1인칭 시선으로 분량을 채워나가는 여자 이츠키는 털털하고 독립적입니다. 히로코가 조난으로 애인 이츠키를 잃은 지 2년이 지나도록 힘들어하지만 이츠키는 어린 시절의 소년 이츠키의 존재 조차 잊고 있습니다. 그러다 히로코가 하늘의 이츠키에게 보내보았던 한장의 편지로 두 여자의 삶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죠. 이 두 여자의 현재와 과거, 공간과 시간, 현실과 환상의 교직이 소설 <러브레터>를 읽는 즐거움을 만듭니다.

 

한편, 영화<러브레터>는 직접 보여주기, 들려주기의 방식으로 소설의 복선이나 반복적 에피소드를 압축시키면서 과거 이츠키 커플의 첫 사랑 기억에 주목하도록 합니다. 상대적으로 히로코의 분량이 감소하는 듯 하지만,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충실히 담아냈다는 것이 리타의 생각입니다. 

 

소설과 영화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층적이면서도 단단한 구조로 기꺼이 독자들을 끌어들이더니 절대 잊을 수 없는 대사와 하늘을 올려다 보던 그 시선을 가슴에 묻도록 합니다. 소설에 스치듯 지나간 사진은 영화에서 소녀가 소년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카메라의 시선으로 재창조되기도 하고 커튼이 나부끼는 창가에서 책을 읽던 소년을 쳐다보는 일이나 하교길 푸대자루를 뒤집어 씌우는 얄궂은 말없는 장난은 소설에서 읽을 수 없었던 소녀와 소년의 풋풋했을 첫사랑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2분 5분씩 히로코와 이츠키로 교차하다가 이츠키의 현재와 과거로의 교차로 전환되던 방식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템포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몰입하도록 하는 이유였죠.

 

 

소녀들의 첫사랑에 대한 로망이랄까.

 

 

영화는 여자 이츠키의 방이나 입고 있는 옷의 아날로그 감성의 향수라던지, 작은 항구마을의 눈 쌓인 거리를 뽀독 소리나게 밟고 싶다던지, 추운 겨울 실내에서 호호불며 고구마를 먹고 싶다든지의 감성이 마구 솟아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이츠키의 오타루의 아날로그 감성 넘치는 소품과 패션도 영화의 보는 맛을 더해준다.

 

 

 다시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여자 이츠키는 히로코가 자신을 닮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왠지 조금은 억울할 것 같아요. 그녀가 소년 이츠키의 첫사랑이었다는 것도, 그래서 닮은 여자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것도 먼저 알아챈 것은 히로코이며 그녀는 당당하게 죽은 연인에게 잘 지내고 있다고 담담함을 선언했다는 것이, 영화에서도 히로코가 여전히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싶습니다.

 

 

 

박제된 시간, 그래서 현재를 인식하게 되는 아이러니.

 

영화를 읽는 것은 소설을 읽는 것보다 쉬운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어려운 것도 같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의미들을 잘 붙잡아 그 아래 숨겨진 무엇인가를 들춰내야 좀 이해했나 싶기 때문인가봅니다. 물론, 그렇게 어렵게 읽으려 들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도 영화라서 이런 의미들을 두고 두고 보면서 새로운 것을 계속 찾을 수 있는 매력을 뿜어내는 것이겠지요.

 

곧 한겨울인데, 러브레터'한 편 어떠신가요?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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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소설이 영화보다 깊이 들어가져서 좋더군요. 영화를 먼저 봤지만, 영화보다 소설이 더 와닿았지요. 영화와 소설이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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