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아 지갑 놓고 나왔다, 웹툰 속 그림책

 

우연히 이 웹툰을 보고는 예전에 보았던 <3그램>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습니다. 28살짜리 젊은 여자가 암을 이겨내는 이야기인데요. 투병기간에 느끼는 감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담담한 그림체에 담겨서 마음을 촉촉하게 적십니다. (리타의 리뷰는 여기에서: http://ritachang.tistory.com/564)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처럼 수묵 느낌의 율동감이 살아있는 그림체에 따뜻한 시선을 담은 그림책도 언뜻 머리속을 지나갑니다. 그림책은 동화책보다 글씨보다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영상에 더 가까운 셈이죠.

 

 

 

 굳이 만화, 웹툰, 그림책 등등에 경계를 나누려는 게 아니라 <아 지갑 놓고 나왔다>가 다른 웹툰과 다르게 보이는 이유를 생각하다보니 이런 꼬리&꼬리들을 꺼내게 되었네요. <아 지갑놓고 나왔다>는 펜으로 쓱싹쓱싹 그린듯 뭔가 성의없다고 볼 수도 있는 그림입니다. 긴머리를 산발 한 얼굴없는 귀신이나 갓을 쓴 사내가 툭 튀어나오는 등 맥락이 없고 이야기의 구성이 촘촘하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새, 구두 같은 이미지는 다른 그림들에 비해 꽤 정교하게 그리는데 이런 상징들이 이야기 읽기를 잠시 멈추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느슨한 이야기는 유령이 된 아이와 그 엄마의 이야기를 알아가는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 우리와 멀리 있지 않은 어린 엄마의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한 체로 전하는 것은 몇몇 대사가 있지 않은 가운데서도 가슴 뭉클하게 합니다. 그림책같은 여운이 있달까요.

 

 

 

제목이 왜 <아 지갑놓고 나왔다>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아이 노루의 엄마가 가출소녀에다 미혼모였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누워있기만 합니다. 그래서 죽은 아이가 세상에 남아 슬픔에 빠진 엄마를 주변을 서성이는 내용이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듭니다. 

 

 

 

 노루엄마 수진은 사람들의 얼굴이 새의 모습으로 보이는데 표정을 읽지 못하고 사람과의 관계도 어색하게 만들어서 결국 고립되는 인물입니다. 이런 특성이 이 웹툰을 독특한 분위기로 이끄는 데요. 수진을 통해 우리에게 세상을 다른 식으로 보게 만들고 우리가 중요하고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도록 합니다.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거나 임신을 하거나 가출을 하고 출산을 하는 것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울고 짜고  노심초사 발을 동동거리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다른 사람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더욱 그랬겠죠.) 이런 담담함이 그런 그녀들을 보는 시선을 차분하게 만들어냅니다. 사실 사건보다 그 것에 호들갑 떠는 통에 더 일을 키우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 않나요.

 

 

 

순수한 아이의 시선, 엄마를 지키려는 사랑,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한계, 아이 잃은 불쌍한 엄마의 이야기를 읽는 우리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치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도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지켜보게 됩니다. 

 

 

이번주 엄마가 걱정인 아이 노루는 유령이지만 실제 세계에 작동하게 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능력은 앞으로 이야기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 지 궁금합니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 누구나 겪었을만한 경험, 그리고 누구도 겪어보지 않았을 경험. 그 중간쯤 이야기를 덤덤하게 읽는다는 것이 조금 색다릅니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 웹툰 보러 가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motherdaug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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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시동, 시시했던 일상이 부릉부릉!

 

 공부든, 싸움이든 특출나게 잘하는 것 없는 아이. 아빠없이 엄마에게 걸핏하면 싸대기를 맞고 동네 아이들 삥이나 뜯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아이. 대개 이런 아이들에게 학교는 골머리를 싸매고 사회에서는 손가락질을 하기 마련입니다. 머리 노랗게 물들이고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면서 나이에 맞지 않는 옷차림에 거친 입담에 담배와 술 등등.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아이들의 그런 옷차림과 외모나 행동이 모두 그들 자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순진함도 있고 소박한 꿈도 있고 친그들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우정도 있습니다. 그 시절 내 작은 시야에는 무척 큰 일탈로만 보이던 것들도 지금은 대개 귀여운 반항쯤으로 생각합니다.

 

 

 웹툰 시동에는 어디서 본 듯한 사춘기 남자아이, 여자아이의 일상이 담깁니다. 어머니를 만족시킬만큼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고 행동거지가 바르게 자라지 못한 고택일과 우상일, 권투를 왠만큼 잘하는 베일에 쌓인 소경주가 아웅다웅하면서 각자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동네 형님들 소개로 고리대금업체에 발을 디딘 우상필이나 우발적 가출에 우연히 찾아든 낯선 원주에서 자장면집 배달일을 시작하는 고택일의 모습은 사실 별반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노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하는 일 없이 찌질하게 시간을 보내던 자퇴생의 진로는 그다지 넓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렇지만, 개인의 삶은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너무 벅차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시동>에서는 반보 쯤 느리게 걷지만 덤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 같아 계속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들이 불쌍하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관점이 아니라 그들 나름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죠.

 

 

 

 이런 생각은 감각있는 그림체와 위트있는 대사 전달에서도 느껴지지만, 역시 시간을 통제하는 연출력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개 웹툰의 특징에 종적 스크롤에 의한 영상 연출 효과를 공통적으로 넣어두고는 하는데, 길게 뻗은 공간을 표현하거나 깊은 심해, 높은 건물 등으로 표현되는 공간 연출 외에도 스크롤을 내리는 그 물리적 시간의 흐름이 곧 이야기의 재현 시간으로 치환되면서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해 나가고 있다는 인상이 듭니다. 고택일이 싸대기를 맏고 기절하는 동안 다른 곳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깰 때쯤 되어 다시 고택일의 모습이 등장한다거나 처음에는 상관없는 인물들이 우연한 장소에서 스칠 때 서로다른 앵글에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갈 때처럼 동시성을 담아내는 그 시간의 세련된 연출은 자장면을 먹으면서 대충 훑어내려가도 이야기가 눈에 들어올 만큼 깔끔합니다.

 

: 대사 하나 없이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호흡, 나른한 일상이 매력적이었던 회차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29832

 

 주인공 택일이가 낯선 곳에 적응하고 다시 일상이 되고 그 일상에 말이 필요없이 그저 의성어 몇개로만으로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착각을 만드는 에피소드였죠.

 

 

 

 

 <시동>은 처음 같은 자리에서 시작한 고택일과 우상필의 인생이 갈라져 점점 멀어지는 갈래의 과정을 큰 틀로서 진행시킵니다. 고리대금업체에 취업한 우상필은 점점 땀흘리지 않는 권력에 물들어가고 자장면집에서 막내처지인 고택일은 이리저리 치이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그 과정에서 책임, 가족, 사랑의 의미를 하나씩 배워갑니다.

 이 분기점을 만들어 내는 사건이 고택일의 가출, 일상의 탈출이었고 그 갈래길의 이야기를 담는 공간은 원주의 장풍이라는 자장면집입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아우라처럼 그 안에는 도사같은 느낌의 사장과 권법을 전수하는 이거석이 자리하고 있기에 심신이 비실비실한 고택일이 수련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되주는 셈이죠.

 

 

 

 

 유려한 시간의 흐름을 만들고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는 거기에 청각과 촉각을 임팩트있게 던지는 싸대기가 더해지니, 노란날라리 고택일이 등장하는 <시동>을 완성하게 됩니다.

 

 

 

초반에 등장했던 그림입니다. 고택일이 고립되어 등을 지고 누워있는 무기력한 모습은 가끔씩 번아웃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어 더욱 짠합니다.

 

 

 고택일의 점점 멀어지는 절친 우상필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고택일의 삶에 이리저리 참견을 합니다. 우선 웹툰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노란머리의 고택일 외에 유일하게 염색 머리를 한 빨간머리 소경주가 있습니다. 아직 사연은 모르겠으나 체육관에서 애타게 찾고 있는 가출소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권투실력이 좋아서 함부러 건드렸다가는 큰 코닥치는 동생같은 아이죠.  

 

 

 허약 체질인 고택일은 이 소경주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정신까지 잃습니다. 터미널에서 퍼억! 배달갔다가 맞짱, 그러다가 무차별하게 얻어맞고 있는 소경주를 발견하고는 막아서주는 미운 정. 무의식적으로 택일은 경주가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아타까움이나 호기심이나 이런저런 감정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움직이게 되었겠죠.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더없이 까칠해진 소녀

 

 

 어려움을 겪고 난 후, 예상하지 못하게 받은 호의에 다소 마음을 놓게 되고

 

 

 

고마움을 표시하며 마음을 열어보는 소녀

 

이제 2부가 시작된 시점이니 점차 이 여자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지겠죠. 택일이와 경주는 참 괜찮은 조합입니다.

 

 

 또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가 바로 이거석입니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압도적 외모에 매운 손맛을 두루 갖춘 큰 형님이죠. 눈을 뜨고 잠을 자고 크게 코를 골고 최신가요를 허리가 끊어질정도로 불러대는 미스테리한 형님입니다. 서울에 엄마가 있다면 원주에는 거석이 있는 셈이죠. 택일이에게 싸대기 세리머니를 전하며 웹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합니다.

 

 

 

 

 엄마의 매가 그러하듯, 거석의 싸대기는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잘못을 납득하게 만드는 거부할 수 없는 훈계인 셈이죠. 그래서 경주가 동네 남자들에게 얻어맞을 때도 쉽게 나서지 않았던 거석의 비겁함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가면을 쓰고 종종 나타나는 조금산 작가마저도 뻗게 만들어 버리는 이 매력덩어리의 이야기도 점차 보따리를 풀어내겠죠?

 

 이만큼 읽은 리타에게 <시동>이라는 제목은 시시한 일상을 그래도 살아가게 만드는 엔진을 켜는 의식이기도 하고 시간을 움직여 삶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의 인생도 시시한 것은 없으며 그 인생에 활력을 넣어줄 엔진을 꺼뜨리지 않기를. 그 멋진 질주를 시작하는 통쾌한 시작음, 부릉부릉~ 이 바이오리듬으로 함께하기를!

 

 

 다음 웹툰 <시동> 감상하러 가기 :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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