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의 단어장

 

[재매개] 미디어 진화의 원리

 

[문화기획자의 단어장: 013 재매개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의 표상 양식(representation), 인터페이스, 사회적 인식이나 위상을 차용하거나 나아가 개선하는 미디어 논리

 

제이 데이비드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Jay David Bolter & Richard Grusin, 1999/2006)이 같은 이름의 책에서 통찰력 있게 구성해 제시한 개념이다. (뉴미디어 이론, 2013. 2. 25., 커뮤니케이션북스)

 

 

 불과 몇년 전, 전자책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종이책이 위협받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작고 가벼운 디바이스에 수백권의 책을 가지고 다닐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 기능을 겸비한 새로운 형식의 도서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학계나 업계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졌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이 전자책의 개발과 관심의 다른 한편에는 기존 종이책의 건재함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라디오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으며, 웹을 통해 버라이어티 쇼나 드라마를 감상하는데 전혀 어색해 하지 않습니다. 이는 팟캐스트나 웹드라마 등이 등장하여 새로운 미디어로 발전해나가는 특성을 앞의 예와 같은 기존 미디어 개선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많은 미디어가 생겨나고 그것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쟁합니다. 도태되기도 하고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흡수하거나 변형되기도 하면서 기존의 미디어는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이유로 등장하는 수많은 미디어들과 함께 우리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재매개'라는 단어와 그 개념에 대한 고민은 중요합니다. 물론 각 미디어의 특성을 완벽하게 연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복수의 미디어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특성은 그때마다 새로울 것이기에,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전해지는 온갖 데이터나 메시지 혹은 콘텐츠의 특성을 공통적인 것과 개별적인 것으로 나누어 볼 여유가 없을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시기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디어는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들이 다른 미디어와 재매개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믿음은 큽니다. 그러므로 미디어의 특성과 더불어 다른 미디어와 재매개 하는 것의 의미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문화기획자가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하나의 이벤트나 콘텐츠로 담아내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개념이 될 것입니다.

 

 재매개의 개념을 알아보고자 할 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비매개'라는 것으로 미디어 고유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전감을 주고 익숙함을 전달하며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비매개적 특성입니다. 이는 미디어의 정체성을 갖도록하고 본질적인 특성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 '하이퍼 매개'는 다중성이나 분절을 담당합니다. 사회적 물질적, 정신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하며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만들어 냅니다. 이들 비매개와 하이퍼매개는 상반된 개념이나 여집합으로 모순된 관계가 아닙니다. 바로 서로 공진하면서 우리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죠.

 

 즉, 재매개는 하나의 뉴미디어가 기존 다른 미디어와의 소통하는 논리를 의미하면서 하나의 미디어 속에 콘텐츠를 관객에게 소구시키는 논리입니다.

 

 콘텐츠에서는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개념과도 이어질 재매개의 특성은 기존 미디어의 특성이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에 영향을 끼친다는 당연한 전제를 염두해본다면 재미있습니다. 시리즈나 스핀오프로 만나보는 콘텐츠, 여러 미디어를 통하여 통합적으로 이야기를 조합해 나가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있어서 이 재매개의 개념은 선발/중심 미디어의 콘텐츠가 다른 미디어와 어떻게 관계맺을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열쇠가 될 것입니다.

 

 

 

다음 영상은 배트맨 시리즈 중 'Dark Knight'의 바이럴 캠페인 영상입니다. 밈(Meme)이 되버린 'Why so serious'라는 조커의 대사와 조커 특유의 찢어진 입이 강조된 이미지가 영화나 광고 혹은 디지털 게임을 벗어나 현실로 나와 대체현실게임이 된 사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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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매개 뉴미디어의 계보학, 볼터 & 그루신

 

뉴미디어는 말 그대로 새로운 미디어입니다. 그렇다고 이 새롭다는 미디어가 기존의 미디어와 동떨어진 전혀 다른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전 미디어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되려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상호작용하며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뉴미디어의 이해는 기존의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제이 데이비드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이 함께 쓴 책입니다. 비록 십여년의 시간이 지난 책이라 할지라도 그 당시의 새로운 것들이 지금 조금은 익숙한 것이 되어 그 사례를 더욱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주장한 바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 저자는 우선 재매개라는 제목에 덧붙여진 뉴미디어의 계보학과 관련하여 이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재매개라는 것은 미디어를 다시 미디어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이전의 미디어를 창조하여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비매개, 하이퍼매개, 작은의미의 재매개가 포함됩니다.

 

 

 

 현대적 미디어의 두가지 특질이라고 한다면 실재적인 것의 투명한 표상, 그리고 미디어 자체의 불투명성이 주는 즐거움이 서로 공명한다는 것일 수 있는데, 이것은 각각 비매개와 하이퍼매개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쉽게 말해 투명하다는 것은 우리가 몰입하도록 하는 자연스러운것이며 불투명하다는 것은 이질감을 통해 신선함, 환기 혹은 각성을 일으킨다는 것 쯤의 의미가 됩니다. 비매개는 서로 다른 시대에, 다양한 집단들 사이에 서로 다르게 표현되는 일군의 믿음과 관행들을 지칭하기 위한 이름으로 정의하고 이런 모든 형식들의 공통된 특징은 미디어와 그것이 표상하는 것 사이의 필연적인 접촉점이 있다는 믿음을 전제합니다. 리타처럼 문화콘텐츠와 뉴미디어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는 이러한 필연적 접촉점이 어떤 것인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죠.

 

 또한 재매개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재목적화라는 개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오락산업이 재매개를 재목적화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적 차원이 사회적, 물질적 차원과 구별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예술의 차원과 문화콘텐츠의 차원이 구별되는 지점과도 이어지겠죠. 오락산업은 친근한 내용을 다른 미디어 형식 속에 부어넣는 것이라고 재목적화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기존 미디어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지위를 그대로 이어받고자 하는 실무자들뿐만 아니라 관람자들조차도 경험의 진정성에 소구한다는 것이 비매개와 하이퍼 매개의 논리를 결합시켜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기술의 측면에서 예술의 아우라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것입니다. 재매개는 예쑬 작품의 아우라를 파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대신 그것은 항상 다른 미디어 형식 속에서 그 아우라를 개조할 뿐인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역사 안에서 새롭게 등장해온 뉴미디어들의 숙명은 바로 비매개성에 대한 타당성을 제고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은 투명성은 드라마,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선호되며 하이퍼매개성은 뉴스, 스포츠프로그램, 시트콤이나 미인대회 혹은 광고에서 선호됩니다. 그 자체로 미디어로 주장하기 때문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하는데 영화보다 디지털 합성을 수용자들도 적극 수용하는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같은 이야기라도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이러한 뉴미디어 특유의 투명성과 불투명성에 기초한 것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미디어의 특성과 관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통합적 스토리를 구성하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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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들뢰즈와 미디어, 최영송

 

 

 들뢰즈는 뉴미디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넘지 않으면 안되는 산인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책마다 등장하는 그의 이름을 그냥 넘기기가 어려워, 우선은 "들뢰즈와 미디어"라는 콤팩트한 단행본을 발견하였습니다. 

 

 문득 리좀, 단절, 비소통 등의 용어가 떠오르는데요. 미디어를 연구하는 신문방송학과의 교수인 최영송교수님의 들뢰즈의 이론과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엮어 설명하는 부분은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더 깊이있는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조금 두툼한 책을 차근차근 읽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들뢰즈의 비소통 개념은(전달과 공유라는 주류모델)에 대한 비 판적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미디어의 패권이 신문과 방송으로부터 인터넷과 SNS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미디어 현상을 해명할 수 있는 이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들뢰즈의 '비소통'개념은 뉴미디어 현상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제기하면서 도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평가입니다. (p.1)

 

 들뢰즈가 말하는 소통은 이성적 개념의 전달이나 공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감응적 사건의 발생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들뢰즈의 커뮤니케이션은 "비소통" 즉, 소통되지 않는 부분들의 접속을 의미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전달 패려다임을 넘어선다는 뜻에서 '비소통'입니다. (p.2)

 

 1인 미디어의 등장은 우리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 본질에 대해 다시 숙고하도록 만들었고, 들뢰즈의 '비소통'개념 또한 그 가운데 하나로 제시됩니다. SNS혁명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는 단순히 효율성이나 유용성으로만 축소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음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p.5)

 

 21세기는 전염이라는 프레임으로 세계를 봅니다. 전염학적 전회를 가져온 가장 강력한 발명은 '전염성 미디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 마셜 매클루언에 따르면, 인류는 새로 주어진 생태적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자신으로부터 전달함으로써 확장하는 새롤운 미디어를 발명하게 됩니다.  '인간은 말하자면 기계 세계의 생식기로서 언제나 새로운 형태들을 수태하고 진화시키는' 숙주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McLuhan, 1964/ 2002, p.89) (p.10)

 

 "무엇을 말하든 행하든 생각하든 간에 사회 생활에 일단 들어가면, 우리는 매순간 다른 사람을 모방한다"(가브리엘 타르드 Tarde, 1898 / 2013. p.34) 바이러스처럼, 개인은 이미 전염하면서 전염되는 '전염성 미디어'라는 것입니다. 타르드의 모방이론은 커뮤니케이션학과 관련해 확산이론, 밈이론,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등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p.12)

 

 들뢰즈에게 모든 것은 기계입니다. 모든 것은 다른 것과 맺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존재는 접속을 욕망하는 기계라는 것이죠. (p.19)

 이어서 들뢰즈는 "모든 기계 속에 흩어져 있는 작은 기계들과 모든 유기체속에 널려 있는 작은 구성체들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침투, 즉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즉 재매개)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들뢰즈의 용어를 정리해보자면,

들뢰즈의 '종합'은 미디어들의 소통 순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연접'은 미디어들이 재매개하는 방식을,

'이접'은 한 미디어가 왜 어떤 미디어는 포함하고 어떤 미디어는 배제하는 지를 다룬다.

'통접'은 연접과 이접의 결과를 다룬다.

입니다.

 

 

 

 

들뢰즈의 뉴미디어와 관련한 가장 인상적인 용어는 바로 리좀입니다.

리좀(rhizome)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현대의 매끄러운 네트워크를 가리킵니다. 수목형(트리)의 권위적 네트워크 방식에 비해 리좀형 네트워크는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대의 접속 능력을 갖게 됩니다. 매끄러운 리좀적 네트워크는 n-1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통해 수목형 네트워크를 리좀적으로 바꾸어 가게 됩니다. (p.33) 그런 의미에서 리좀은 하이퍼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웹페이지 처럼 클릭 한번으로 모든 페이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5) 덧붙이자면, "리좀은 ... 그 다양체로부터는 언제나 하나가 빠집니다(n-1).  그러한 다양체는 자신의 차원들을 바꿀때마다 본성이 변하고 변신하게 됩니다.(Deleuze&Guattari 1980/ 2001, p.47)(p.39)

 

이러한 들뢰즈의 이론은 뉴미디어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좋을 뿐더러 뉴미디어가 경계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선, 판옵티콘(패놉티콘)과 관련한 것인데, 통제사회는 훈육사회의 '패놉티콘'으로 진화한 사회입니다. 패놉티콘은 뉴ㅣ디어에 적용한 수커리 잰슨에 따르면, 각국의 위성들이 국제적 넽워크를 완성함에 다라, 전자 패놉티콘이 전세계를 자신의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죠. ... 통제사회에서는 모두가 네트워크에 등록될 수 밖에 없고, 등록되는 그 순간부터 권력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p.44)

 

 현대의 불통의 원인은 소통의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라고 진단합니다. 우리는 솥오을 통해 통제당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죠. GPS에 의해 우리의 이동경로를 남기고 PFID를 통해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우리 스마트폰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가 모이면 모일수록 우리의 미래에 대한 것까지 예상가능하게 합니다. 이미 곳곳의 CCTV는 우리가 하는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죠. 이러하다보니, 외부의 강제 없이도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서 자발적 복종을 확산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p.47)

 

들뢰즈는 두개의 미디어가 만나 탈영토화 할 때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두 미디어는 각각의 수많은 특성들 중에 하나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만들고 그것들이 블록을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것이죠. 이것을 수식으로 a+b=a'+b'+[ab]입니다. 마치 수학에서 배열을 풀어 낼 때 보았던 것같기도 하고 합집합을 구할 때 보았던 것과도 비슷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절에서 비롯되며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차이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논리는 꽤 시간이 지난 지금, 여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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