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들의 도시'에 해당하는 글 2건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2)

16부작(하루 2회, 32회)로 구성된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영화를 소제목으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의 주제 혹은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11회부터 20회까지 소 제목 속 영화내용과 드라마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당신이 잠든사이에, 드라마 속 영화 다시보기 (1) 보러가기]


6. 눈 먼 자들의 도시(2008), 미스터리,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비정상이 정상인 곳에서 정상은 비정상이 된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과 동일시된다. 그 가운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 박탈감은 상상이상일 것이다. 눈 먼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유일한 눈뜬 자는 인간의 악랄하고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나는 현장에 경악한다. 차라리 나도 눈이 먼 사람이었으면 하는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 되고 만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책으로 읽었을 때 더 강렬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며 읽어내는 소설이 영상으로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영화보다 주제를 더욱 적확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친동생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간이 뻔뻔하게 무죄로 풀려나는 광경은 그야말로 인간의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 동생의 죽음을 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동생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는 연기를 선보이는 형. 그를 돕는 이유범 변호사조차 악수한 손을 몇 번이고 되씻는다. 과연 잘못을 저지른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돕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 것인가.

 

7. 말할 수 없는 비밀(2008), 멜로 판타지, 주걸륜, 계륜미

피아노를 매개로 시간을 초월한 십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2015년 재개봉되기도 하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밀스런 여자아이와 그런 아이를 알아보는 매력적인 남자아이. 항상 2% 부족한 상태로 틀어지고 말아 마음을 졸이게 만드는 영화는 훌륭한 피아노 연주 솜씨, 감독이 만들어내는 미스테리한 장면들과 함께 오랜 기간 마음에 남았다.

드라마는 이번엔 이런 시간을 초월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제목을 빌리지 않았다. 일차원적으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듯한 우탁이에 관심을 주고 있다. 물론 13년의 시간을 거슬러 인연이 있던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번 편은 드라마에서 숨고르는 회차였을 뿐이다.

 

8. 오만과 편견(2005) 로맨스,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맥퍼딘

남녀의 연애에 걸림돌이 되는 오만함과 편견. 소설명작집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오만과 편견>이다. 이전에 영화화 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006년 키이라 나이틀리의 엘리자베스는 또 달랐다고 평가된다. 오해의 다른 이름인 오만과 편견은 서로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마음을 졸이는 불완전한 청춘의 다른 이름은 아닌가 싶다.

드라마에서는 이 오해나 오판을 만들어낸 오만과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말한다. 어린 시절 방황하다 전과까지 가진 사람이 용의선상에 오르자 당장 범인으로 여겨지고 마는 형국에 믿을 것이라고는 약점을 쥐고 있는 경찰인 친구. 자의든 협박에 못이겨서이든 우탁은 친구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재찬을 설득한다. 그 친구의 절도와 폭력은 다른 사람에게 악의적으로 자행된 범죄가 아닌 아주 사소한 것들이 부풀려진 것이었고, 이런 사실은 전혀 상관없는 지금의 의혹에 편견을 만들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9. 유주얼 서스펙트(1996), 스릴러, 가브리엘 번

더 이상의 반전 영화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만큼 유주얼 서스펙트는 마지막 반전 장면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수사관이 용의자 5인의 진술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 나가는 기장감이 돋보였다. 과연 카이저 소제는 누구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드라마는 재찬의 습격을 예고하고 그를 공격할 용의자를 내세운다. 벙거지모자를 쓰고 횡단보도에 선 그를 공격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지 밝히는 것이 이번 회차의 내용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목과 내용 구성까지도 딱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10. 소년, 소녀를 만나다(1996) 드라마, 드니 라방, 미레일 페리어

이름은 알려진 듯 하지만 내용은 다소 생소한 영화다. 프랑스 영화는 머리가 아닌 감성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가끔은 그 몽환적인 배우들의 표정이나 허무한 사건, 기이한 사랑의 방식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고는 한다. 이 영화도 흑백의, 다소 쳐지는 영화다. 실연의 상처를 입은 두 남녀가 만나 끌리게 되지만 결국 이전 사랑을 잊지 못하고 해피엔딩을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반대로 드라마는 긍정적인 의미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가족을 잃는 커다란 사건을 동시에 겪었던 과거의 인연이 바로 옆에 있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남자는 한발짝 다가서고 여자는 한걸음 물러서 주춤한다. 시청자는 눈치챘던 이 사실을 두 주인공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들이 소년이고 소녀였을 시절의 아픔은 이제 다 자란 연인이 되어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응원하게 된다.



비로소 문화콘텐츠 브랜드 연구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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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무척 중요합니다.

시각은 전체 감각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런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후각은 너무도 예민해서 이미 제 기능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뿐더러 뇌속 깊은 부분과 연결되어 있어서 깊은 추억 속 본능까지도 들추어 내어 성가시게 할 뿐이며, 이미 너무 많은 소음이 뒤죽박죽인 도시에서청각은 어느 하나에 집중해야 할 지 몰라 정신 사나울 때가 더 많습니다.
 


주인공 수아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두 가지 기능을 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는 영화의 내용과 형식에 모두 순 작용을 하게 되는데요. 하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주인공이 어떻게 그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의 장르로 내세운 스릴을 증폭시키기 위해 오히려 시각적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반복을 통한 몰입 강화

두 남동생을 통한 자립.
수아는 장래가 총망되던 예비 경찰이었지만 불운의 사고로 동생을 잃고 눈이 멀었습니다. 3년이 흘러도 동생을 죽게 만든 무력했던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따지고 보면 동현이는 불량 청소년도 아닌 그저 춤이 좋아 친구들과 열심히 춤연습하던 열아홉 또래 아이들의 딱 보통 아이였습니다. 그리고 기섭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음식 배달을 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의 반은 욕인 아이입니다. 딱 동현이와 또래 나이의 어른들이 보기에는 반항아이고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는 책임감있고 강단 있는 아이입니다. 이렇게 두 동생의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 수아는 동현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나가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닫힌 마음을 활짝 열게 됩니다.

죽음과 희생의 반복을 통한 관객의 몰입 강화.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동생을 잃고 주인공은 눈이 멀었다는 슬픈 사연, 그렇게 충직하고 사랑스럽던 슬기의 용감한 희생, 범인에게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 희생자들, 두 형사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주인공의 주변에서 참기 힘든 죽음이 반복됩니다. 이런 섬뜩한 장면의 반복을 통하여 절정 부분에서 수아와 범인의 대결 장면은 큰 몰입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너무도 간단하게 사람들을 죽인 범인이라면, 눈까지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금방이라도 끝장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안타까운 심정으로 영화를 주목하게 되는 것이죠.


오히려 시각을 극렬하게 표현, 청각과 촉각은 보너스.

눈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의 느낌을 <블라인드>는 다른 영상으로 관객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 것을 감독이 얼마나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고 그럴듯하게 연출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블라인드>에서는 박쥐나 돌고래가 초음파를 통해 사물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처럼 담배연기나 음파를 통해 암흑 속에서 범인의 형태를 유령이나 좀비처럼 일그러진 형태로 그려냅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하는 꽤 영리한 방법이었죠. 범인이 가지고 있는 악랄함과 잔인함을 이보다 더 극명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듯.

수아가 만지고 들어서 알게 되는 것들은 오로지 그녀의 대사를 통해서 알 수가 있는데, 그것들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단서로 작용하게 됩니다. 사실 눈이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청각이나 후각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발달하였으며, 꽤 그럴듯한 추측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영화등을 통해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는 그 요소가 큰 특징이 되지는 않았지요. 실제로도 후반부에는 그녀의 청각이나 촉각에 대한 의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단지 이 이야기는 그녀의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의 시작과 새로운 눈을 뜨게 된 마침내의 시작 사이의 긴 터널에 대한 것일 뿐입니다.

흥행하기 위한 꼼꼼한 장치들.

동생의 트라우마를 또 다른 동생으로 이겨내기의<블라인드>는 영리한 영상기법을 내세워 이미 그만의 개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흥행을 위해서는 약간의 양념이 필요한 법.

스릴러의 긴장 간간히 유머를 넣을 것.
조연으로 등장한 조형사는 극의 전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수아의 발 노릇을 하면서, 경상도 사투리, 지치지 않는 행동력은 이 도시 외부인으로서 순박한 캐릭터로 작용합니다. 그는 자칫 어둡고 끔찍해할 만한 영화를 상업영화로서 적절히 균형을 맞춰주는 구실을 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맹인견으로 등장한 슬기의 경우도, 수아와 친밀한 한 때를 보내거나 조형사와 마주한 콤비 연기에서 기특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유쾌한 감정을 실어주었죠.

고아, 맹인, 길거리 아이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약간의 공익적 의도.
처음부터 염두해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힘 없는 여자에 맹인이라는 신체적 약점 이외에도 주인공 수아는 고아원 출신입니다. 게다가 함께하는 이들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지요. 그녀를 믿고 도와준 조형사도 지방에서 올라온 순박한 경찰이었습니다. 비뚤어진 것 같은 아이들이라도 친구사이의 우정은 돈독하고 그들이 그들 나름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친구의 죽음을 잊지 않고 추모공연을 하는 아이들을 통해서요. 또한 맹인들도 그들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경찰로서 꿋꿋하게 웃어 보이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서 말입니다. 부차적이기는 하지만 맹인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다양한 용품들을 선보이면서 보통 사람들에게 약간이라도 그들을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요소를 넣어준 셈이죠. 


또 다른 눈 먼자들의 도시

2008년 개봉한 <눈 먼자들의 도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는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서 보이지 않을 때, 주인공 여자만 눈이 보이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람들이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세상에서도 권력과 욕망이 들뜷어 인간의 깊숙한 추악함까지도 드러나게 되지요. 그 안에서 주인공이 주변을 도와나가면서 인간 본연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과 주변을 일으켜 세우게 됩니다.

한편, <블라인드>는 힘 없는 여자 혼자만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 뜬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욱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젊은 남자들도 떨어져 나갈 판에 눈이 보이지 않는 여린 여자가 포악한 괴물로 변해버린 범인을 무찔러 버립니다. 조금 오버해서 해석해보자면, 이것은 사회가 가지고 있던 사회적 약자들의 편견이나 냉소를 깨부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기력하게 희생에 숨어들지 않고 몸 속 한 점 에너지까지 휘둘러내 버리는 주인공을 통해 그녀가 단순히 흉악한 범인을 무찌른 것만이 아닌 듯합니다. 

전혀 다른 환경과 갈등을 겪는 두 여자지만, 내적 갈등을 이겨나가면서 결국에는 자기와 다른 모든 이보다 강하게 일어선다는 점에서 두 영화를 연결짓고 싶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세상과 다른 나는 소외되고 고통을 겪지만, 마침내는 두발로 굳게 일어설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단지 평범한 누군가가 언제든지 겪을 수도 있는 재앙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물어본다면 이런 대답을 해보고 싶지 않을까요?


<블라인드>는 스릴러이고 마케팅에서 내세운 '두 목격자의 엇갈린 진술'도 흥행에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스펙트럼은 꽤 넓어서 뒷 힘을 더욱 발휘하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앞 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강약을 조절한 비슷한 모티브의 반복학습에 의해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을 유도하고, 맹인이라는 설정을 역설적으로 시각효과로 표현함으로써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으며, 사회 약자를 대변한다는 상징적인 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곱씹을만한 명분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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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0 , 댓글  8개가 달렸습니다.
  1. 흥미로우면서도,,
    선뜻 보기에는 조금은 겁나는 영화인데요.... ^^;;;
    • 네 저는 어머니와 영화를 보았는데요. 다소 잔인하고 애처로운 장면이 많아 조금은 걱정했던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저희 어머님이 조금 소녀같은 면이 있으시거든요. ^^
      저는 CSI시리즈물로 조금 단련이 되어 있어서 참고 볼만 했구요.^^
  2. 눈이 먼다는 건 보통 사람들에게는 공포죠. 그럼에도 시각을 차단한 주인공을 통해 도리어 시각을 강조한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감동을 주기 위한 코드가 약간 진부한 면은 있지만 그래도 뭔가를 남겨주는 영화란 면에서 인상적입니다.^^
  3. 평가가 극과극을 달리는군요. 일각에서는 한국 스릴러물은 아직 멀었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잘빠진 영화라고 하고... 흠 고민되네...
  4. 영화 평론가 같으세요. 대단하시다는 보고 싶긴한데 무서우면 싫은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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