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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새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 안섹시해요.

 

뇌섹남을 내세우는 예고편을 본 기억이 있어서 우연히 첫회를 본방송으로 보았습니다. 마초-꽃미남-차도남 등을 넘어 이제는 외모는 물론 지성미를 갖춘 남자들이 주목 받는다는 '뇌섹남'이라는 용어를 내세우며 이른바 좋은 학벌, 높은 아이큐를 가진 이들을 패널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출연자로는 '비정상회담'의 전현무와 테일러, 페퍼톤스의 이장원,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 김지석, 하석진이 나섰습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타일러는 시카고대, 서울대에서 공부를 하는 재원이고, 이장원은 과고-카이스트 박사 학벌에 높은 아이큐까지 소개되었어요. 하석진도 상위권 대학의 공학도이며 전현무는 연대 영문과출신이면서 3대 언론고시를 모두 합격한 실력파라는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김지석은 영국의 명문사립고출신으로 독일어실력도 있었고 리타가 가장 눈여겨 본 랩몬스터는 다른 출연자들처럼 학위나 경력은 없지만 수능모의고사 상위 1프로, 독학으로 토익 900 등에 아이큐 148로 소개되었습니다. 가장 어리면서 나름의 톡톡튀는 대답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타일러가 테슬러의 연구실같다는 말로 묘사된 세트입니다. 각기 다른 뇌섹남들이 만들어내는 기발한 대답을 엿들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발산적 공간이 되기를 바란 듯합니다. 그렇지만 정면의 큼지막한 가방도 그렇고 오래된듯한 상자들 뿐만 아니라 세트를 가득 채운 많은 소품을 보면 여행프로그램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이 세트 그대로 '세상속으로'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각기 다른 개성을 드러내도록 주변을 더욱 깔끔하게 가져가면서 색상만 포인트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뒤편 주황색 동그라미가 그 포인트라고 한다해도 아쉽습니다. 뇌섹남이라면 좀 깔끔하고 시크한 이미지 아닐까요.

 

 

 

각 출연자의 뇌섹남으로서 자질(?)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대부분이 자백하기도 했지만 주입식 교육 때문에 굳어진 사고를 탓하며 돌아가며 퀴즈를 맞히는 코너가 이어졌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함께 문제를 맞추면서 스스로도 뇌섹녀가 되고자 집중한 것 같습니다. 아이큐 테스트 같은 (최근 설 특집으로 나왔던 영재 아이들이 풀었던 문제같은) 몇가지 문제는 영어로 천천히 구술로 주어졌고 지명된 출연자가 그 대답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영어로 출제되어야만 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굳이 영어로 출제되어야 하는 다른 이유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female이 왜 iron(철)이 없으면 안되는가, 10+3=1이 되는 곳은 어딘가, 존의 아버지의 5아들의 이름은 10, 20, 30, 40 그리고 무엇인가, 1년은 31이 있는달과 30일이 있는 달이 있다. 28이 있는 달은 몇 개인가 등의 문제였습니다. 순발력이나 집중력, 상식 등을 알아 볼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각자의 매력을 드러내는 문제들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인성이 가장 좋은 출연자가 누구일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김지석이라고 대답하려고 합니다.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퀴즈나 뒤이어진 면접질문에도 가장 활발하고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침착하고 진지한 모습을 하고 끝내 면접 질문에서도 1등을 차지한 하석진입니다. 아직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끌어들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전현무 옆자리에 앉아서 중심으로 계속 시선이 가게 되는데, 리액션이나 순발력있는 모습은 아직 드러내지 않았어요. 아마 이 자리가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리는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들어서인듯 합니다. 자리가 편해지고 주변 사람들과 친분이 쌓인다면, 또 스스로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을 잘 어필 한다면 좋을것 같아요.

 

 

 

사실 이미 익숙한 다른 출연자들보다는 이장원과 랩몬스터에게 제작진이 거는 기대는 클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뇌섹남적 매력을 어필하는 것보다 우선 예능방송에 적응을 해야 하는 이들이기에 언뜻 순수하거나 능숙하지 못한 모습이 친근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GEEK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나온 이장원은 그만의 정신세계가 아직 1%도 공개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수만줄의 코딩이 매끄럽게 구동할 때의 희열이라는 표현은 흔한 것이 아니잖아요.

 

 

물론 예능프로에서 철학적 의견을 내세우거나 어려운 수리문제를 풀기를 바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비정상회담'에서 진지한 모습을 한 외국남자들이 논리적으로 토론을 하거나 '마녀사냥'에서 수위높은  주제를 가지고도 점잖게 보일 수 있는 입담을 보아온 터라 뇌섹남이라는 단어에 어느정도 학습이 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왜 전 여친과 헤어졌는가'라는 S전자 면접 질문은 '얕은 수'를 보인 듯 합니다.

 

결국 각 출연자의 개인적인 토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제인데, 면접형식의 문답형식과 이성으로 애정관계를 이야기하는 흐름은 앞서 이야기 했던 두 프로그램을 혼합해놓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밍숭한 느낌입니다. 문제 자체를 떠나서도 뇌섹남과 대기업입사를 위한 면접문제는 간극이 다소 크기는 하죠.  

 

 

 

그나마 소득이 있었다면 상무님이라 불린 전문가 출연자입니다. 오히려 이들 네 전문가가 뇌섹남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처음부터 각 출연자의 개성을 잘 살리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문제는 포맷과 주제입니다. 여타의 퀴즈쇼처럼 시청자가 참여하는 게임의 형식도 아니고 제각각인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주제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즉 시청자가 예상 가능한 흐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흐름이 있어야 다음 회를 기대하게 되고 그 프로그램에는 더 잘 적응할테니까요.

타일러와 함께 있는 전현무의 뇌섹남의 이미지는 '비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이기에 비교대상이 될 텐데요.(타일러는 복장조차 똑같습니다.) 각기 다른 국적의 남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두고 각나라의 사정을 근거로 한 열띤 토론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마녀사냥'의 허지웅, 성시경은 솔직한 경험을 근거로 논리적인 이야기를 통해 수위높은 주제를 얼굴붉히지 않고 공론화의 장으로 이끌었습니다. 즉, 여러 사람이 모여있다면 그 다름을 드러내야 할 것이고(비정상회담),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주는 중심 컨셉이 있어야(마녀사냥) 더 오래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요.

 

이 프로그램을 보고 친구에게 어제 '문제적 남자'봤어? 이거는 OOO야 하고 설명할 꺼리가 떠오르지 않네요. 뇌섹남이 안섹시해지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조차도 하지 않을까해요. 우선 '뇌섹남'의 단어 정의부터 다시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여담이지만 뒤이어지는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에서도 5명의 출연자가 둘러 앉아 전현무가 사회를 보더군요. '먹방없는 음식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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