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유정의 환상방황, 떠났던 내가 일상의 나를 두려워 하지 않기를

아이를 낳고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겠지만, 기본 체력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 운동이나 등산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상념을 떠나보내기 위한 순례, 올래길을 걷고자 일부러 떠난적은 없다. 만약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일상의 내가 슬럼프를 겪어 힘들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어보고싶은 호기심이 더 큰 것일테다. 

하지만, 가끔은, 요즘처럼 아이 돌보고 일하고 공부하면서 일상이 버겁다 싶을 때는, 혼자 아무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곳 어디론가 떠나보고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또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이 쉬운일인가, 뭔가 이루어 놓은 사람들에게나 일탈이자 자극이지 않을까 하는 시니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경제적 비용에 관한 것만은 아닐것이다. 선뜻 주변의 양해나 응원을 받아낼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돌아왔을 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소설가 정유정의 방랑도 그렇게 시작했다. 내연기관의 연료공급이 중단된것 처럼 멀쩡한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작동을 멈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무작정 히말라야 행을 결심했다. 다소 엄살도 섞였겠으나 영어도 못하고 운동실력 없는 중년 초입의 아줌마가 무작정 외국의 오지로 떠난다는 결심을 누가 응원할 수 있었을까. 보내준 가족도 대단하고 하고자 하는 이에게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실력자들이 나타나서 이 문제투성이 아줌마를 정말 100점만점에 200점으로 여행을 마무리 짓게 해주었다. 

비록 일단은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히말라야 여행 하나쯤 앞으로 맞을 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뇌에 차겠지만, 그 상황을 양해받고 환경을 바꾸어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말이다. 

책은 히말라야 트래킹의 정보를 꽤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소설가 특유의 해학과 깊이있는 삶의 관찰력이 넘친다. 125페이지에서 비로소 '환상방황'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 여행기의 재미가 무르익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대책없는 아줌마가 다 있나 싶었다가 인간 본성의 밑까지 내려가 고민하는 작가에 몰입되었다가 질끈 눈물도 흘렸다. 즐거움, 슬픔이나 깨달음 때로는 악동같은 행동들이 내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자연에의 경외감과 사실감 넘치는 문화 묘사 외에도 지금 여기에서 각각의 고민과 피로를 가진 이들에게 자신의 솔루션을 하나하나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엄마의 죽음과 첫딸이라는 인생의 무게와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단편단편의 추억들, 어쩔 수 없이 마딱뜨리고 마는 신체적 한계에서 그는 속절없이, 그래서 내려놓고야 말았다. 내려놓고 나니 보이는 것들을 소설가의 필력덕에 실감나게 간접경험하고보니 나조차도 아주 똑같이는 아니어도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은것마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함께 여행을 했던 혜나는 흐트러짐 없는 여행을 꾸리는 성실함이었다면 검부의 지혜, 버럼의 순수함을 가졌다. 오직 글쓴이 자신만 음식이 맞지 않아 며칠을 굶고 며칠은 변비로 화장실 문제를 겪고 며칠을 고산병 증상으로 고민을 했으며 길을 헤매거나 급기야 동네 강아지들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천덕꾸러기의 못난 모습이었다. 

책을 덮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아무 정보 없이 무대뽀로 여행을 준비한 아줌마를 덜렁 따라나섰던 혜나, 자부심이 높은 가이드 검부, 해맑은 짐꾼 버럼은 어쩌면 길을 떠났던 작가 자신의 또다른 일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성실하고 프로패셔널함, 여러 책 속에서 삶의 정수를 뽑아내어 적용시켜보는 지혜로움,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어 한밤중 산속을 헤맸던 순수함, 그리고 잠시 일상을 떠나 훌렁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솔직함이라는 아이덴티티들이 한데 모여 여행을 했더라는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솔직하지 못하고 또 도망가고 싶고 어쩌면 두려움을 만용으로 뒤덮으려는 되도 않는 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번은 가라앉아 바닥을 치고 힘들어서 누가 손한번 잡아주었으면 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아니라는 사람들은 이 글의 첫 문단의 나처럼 스스로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아마 직접 서점에서 골랐다면 손에 들리지 않았을, 내 관심과 조금 떨어진 주제의 장르의 작가의 책이었다. 하지만 이건 운명처럼 내게 책이 온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속에는 장녀로 초보 엄마로, 아직 사회생활에서 커리어가 자리잡히지 않은 불안한 한 아줌마가 거울을 들여다보듯 들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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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우리가족 만나볼래? Would you like to meet my family?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걸 이미지로 이해했는데 이미지를 글로 풀어쓰는 건 작가의 이미지나 내 마음속의 이미지 모두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도 리뷰는 내 주관적인 감상이 중요하므로 나름의 느낌을 간단히 남겨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가족 만나볼래?>는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가족을 하마, 학, 바다사자, 뱀, 펭귄 등 여러 동물들로 표현하고 있다. 대가족, 핵가족, 한부모가족, 비혈연가족 등 요즘 우리 주변의 다양한 가족을 우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화의 '우'는 부치다, 기탁하다라는 뜻이고 '화'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 대상에 부쳐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다.

또 <우리가족 만나볼래?>는 우크라이나에서 자라고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작가 율리아의 작품으로 한국어 글귀 아래 영어로 다시한번 글을 새겨놓고 있다. 영어가 자국어가 아닌 작가지만, 단순히 영어교육을 위한 장치라고도 볼수 있겠지만, 나는 이 가족의 이야기가 비단 어느 한 지역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이시대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국나이로는 두살이고 다음달이면 세살이 되지만, 만1살인 내 딸 진주의 언어능력이 꽤 늘어난 가운데 만난 책이라 알아듣든 말든 엄마는 책을 온갖 의성어와 비음을 섞어 읽어주었다. 편안한 저녁, 아빠곁에서 엄마가 딸에게 읽어주는 가족 그림책은 개인적으로 뭉클하기까지했다.

작게는 이렇게 그림책을 함께 읽는 우리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점점 옆집의, 친구의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의 생김새와 생활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의미있는 책이 될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빤딱한 종이가 아닌 두툼한 종이재질이 손에 감긴다. 펼친 그림책 좌우, 상하, 가운데 주변으로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리듬감이 구성지다. 유럽작가작품이라는 선입견때문에 그린이 같은 그린이 아니고 블루나 옐로우가 평범하지 않다고 여기게 하는지는 몰라도 그 색감이 아이에게 자꾸 보여줘도 질리지 않을것만 같다. 압권은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 페이지에 온 가족이 모여있는 장면인데, 은박의 반짝임에 신나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동물들을 보며 괜히 마음까지 신나진다.

그림책은 한번 보고 마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그 두께가 얇은 것인지도 모른다.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괜히 할 이야기가 없어도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어차피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은 아가에게 순식간에 읽고, 순서없이 페이지를 건너 뛰어도 상호작용할 수 있다. 결국 또 요렇게 귀한 추억을 만들어줄 한권의 책을 만나게 되어서 기쁘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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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콘텐츠로 창업하라, 서서히 그러나 강력하게 브랜딩하는 방법


 아무리 봐도 <콘텐츠로 창업하라>는 제목은 잘 지은 것 같다. 콘텐츠와 창업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은 시대니 말이다. 비로소도 문화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연구소라고 본다면 이 책은 한번쯤은 거들떠 보아야 하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빈손에서 성공하는 새로운 창업전략'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은 6단계로 서서히, 그렇지만 강력하게 브랜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물론 빈손이라는 것은 공짜로 창업한다는 말과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 산업 이후의 부가가치가 큰 산업의, 그래서 손에 잡히는 유형의 자산이 아닌 무형의 자산이 있거나 쌓을 역량이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화마케팅과 맥을 같이하는 콘텐츠마케팅은 기존 물물교환의 거래시스템을 벗어나 조금 고도화된 방식의 거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한다. 그것은 일단 신뢰를 쌓고 명성을 얻는 것이고 그 기간까지는 무료로 주어야 한다. <FREE>라는 책에서 언급한대로 공짜로 제공되는 양질의 콘텐츠는 고객들의 신뢰와 함께 고마움이라던지 열정에 대한 감탄이나 나아가 존경까지도 얻게 된다. 이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지지기반을 토대로 다양한 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큰 그림이 되겠다. 

 그 6단계는 사실 아주 새롭거나 기발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꽤 두툼한 이 책이 요즘 많이 읽게 되는 요소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확신이 문장 사이에 진하게 녹아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말겠다는 식으로 친절하게 자료를 제시하고 레퍼런스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무언가 남겼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로소의 콘텐츠도 접근하는 독자들에게 물론 그 목적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공유가치가 있고 남길 수 있는 정보나 인사이트를 담는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단계별 비로소의 단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스위트 스폿 - 자신의 지식이나 가지고 있는 기술을 열거해보자. 어차피 길게 가야 하는 여정이므로 열정을 더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만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스위트 스폿을 떠올렸다면 그 스위트 스폿에 오디언스를 어떻게 추가할 수 있을 지 구상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다. 내가 가진 스위트 스폿은 문화콘텐츠와 문화공간 운영에 관한 지식이다. 직접 공간을 운영하며 행사를 열어 사람들과 만나고 문화예술 워크샵과 강연 등을 기획하고 결과물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등 절차와 반성에 대한 지식이다.

2단계 : 콘텐츠 틸트 - 스위트 스폿에 추진제가 되는 틈새,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이라는 것이 무조건 얄궂고 사람들이 보기에 괴상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성정이나 행동양식과 이질적이지 않아야 오랜 기간 그 콘텐츠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별나지 않은 사람이 유별난척을 하면 곧 탄로나기 마련이다. 차라리 무난하고 소박한 성격을 드러내며 담백하게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개성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오랜 기간 꾸준함이 그 브랜드의 개성을 완성시켜준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계속 말하고 있으니, 콘텐츠의 주제와 목적, 톤과 분량 및 창작 주기 등의 콘텐츠 강령을 꼼꼼하게 작성하고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유명한 블로거, 유투버들이 이 부분을 얼마나 잘 지켜내고 있는가를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3단계 : 토대구축 - 1,2단계에서 플랫폼을 어느정도 염두해두는 것이 좋다. 스위트 스폿이 무엇인가에 따라 타깃이 되는 오디언스가 모여있는 플랫폼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점차 플랫폼의 수를 늘려나갈 수도 있고 그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 볼 수도 있으므로 과감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몇글자 남기지 않는 소소한 일기를 쓰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밤새워 분석한 글을 올려놓는 하나의 미디어가 되는 것이 바로 블로그다. 블로그는 처음에는 1인기업이었다가 저자처럼 콘텐츠 기업으로 발전한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이 블로그의 제목, 닉네임, 주제, 로고나 상징, 콘텐츠의 시리즈 구성, 콘텐츠 발행주기와 일정계획,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외부 인력에 대한 계획까지 모두 염두한다. 대개 2-3개월을 진행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수정하여 고도화시키는 것이 좋다. 

4단계 : 오디언스 모으기 - 어느 책에선가 자신을 지지하는 팬을 1000명 확보하면 무엇인가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하였다. 오디언스는 그 강도가 천차만별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내 콘텐츠에 지지를 보내고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그들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가치를 나누는 입장이므로 서로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을 모으는 방법은 그들이 어디있는 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목록을 작성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콘텐츠를 작성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내 콘텐츠를 활용하고 확장하고 큐레이션하고 다른 미디어와 교환하면서 오디언스를 끌어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5단계 : 다각화 - 이 시점을 잡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고 어쩌면 가장 가슴 떨리는 시점이 될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블로그 등의 플랫폼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 확장을 통해 스스로에게 가치를 찾도록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로 치자면 원소스멀티유즈 혹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등등 하나의 아이디어와 그를 통화 확장한 다양한 경험이 크게 뭉쳐저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시점이 바로 이때인 것이다. 작가가 되거나 강연기회를 얻거나 하는 본격적으로 확장을 위한 발판을 준비한다. 사실 책에서 말하는 다각화에 더하자면 각자가 관심을 갖는 영역의 실제 상품의 기획과 판매를 추가하고 싶다. 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든 잼을 판매하고, 닭을 기르는 방법을 통해 책이나 강연 뿐만 아니라 키운 닭을 입양하고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 교육프로그램이나 연계사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떠올려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것들은 6단계와 관련이 있다. 

6단계 : 수익화 - 다각화 시켜놓은 콘텐츠사업 영역에서 수확을 해야 하는 마지막 단계이다. 다각화와 수익화를 통해서도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나 가이드라인 등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므로 결국 사업 본질이 단단해질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그것을 통해 오디언스를 구축하기 위해 처음 얼마의 기간은 돌아오는 것이 없는 시간이 있다. 그저 취미나 즐기는 동안 친구가 늘어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어쩌면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스스로 즐기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하려는 기질이 있다. 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다음 단계 다음 단계에 어떤 모습일 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비로소가 가질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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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행동을 디자인하다,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

 

옆구리를 슬쩍 콕하고 찍어 똑똑한 결정을 돕는다는 행동 경제학의 <넛지>개념을 보다 친숙한 곳으로 끌어왔다.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목적 이외에 다분히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만족을 통해 일상속에서 우리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서가 바로 <행동을 디자인하다>다. 

많이 알려진 남성 화장실 소변기의 파리나 피아노를 닮은 계단은  '화장실을 깨끗하게 씁시다' 혹은 '건강을 위해 계단을 이용합시다'라는 지루한 문장을 일순간에 놀이로 만들어 놓는다. 우리는 화장실이나 내 건강보다는 내 행동이 어떤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가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냥' 그것을 해볼 뿐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문화기획 강의에서 자주 예로 삼는 톰소여의 일화(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을 놀이로 둔갑시켜 친구들이 직접 동참하게 만들기)도 행동디자인과 연관이 있다. 담장을 깨끗하게 페인트칠 해두려는 본래 목적의 '노동'은 친구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대신 그들이 직접 붓을 들고 나무의 결을 따라 집중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싶어 너도 나도 하고싶어 하는 체험활동이 되고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처럼 원래 목적과 행동하는 이들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은 행동디자인의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행동을 다른 의미로 전환시켜 그 심리상태조차 달리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원래의 목적이 꼭 숨겨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래의 목적을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선의의 본래 목적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재미와 흥미로 기꺼이 움직인 행위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행동 디자인에는 여러가지 개념이 함께 작용한다. 우선 몰입과 관련한 내용인데,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즉, 몰입하여 행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부담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너무 간단하고 유치한 것은 실증이 나기 쉽고 그래서 반복적으로 행동을 유도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물리적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행동은 소극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행동 디자인은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특성과 행위를 일으키는 장소의 특성을 잘 관찰하여 설계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어포던스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이는 행동유발성이라고 해석된다. 사람 신체의 구조와 감각기관의 능력, 삶을 영위하면서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장치를 마련해서 그 행동을 하도록 은근하게 이끄는 것이다. 

한편, 아날로지라는 개념은 맥락적, 문화적인 경험을 떠올려 그와 관련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어포던스와 비교할 때 덜 직관적이미지만 같은 문화권의 같은 사회, 역사적인 맥락을 공유하는 이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디자인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강력한 행동 유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이부분을 주목했다. 문화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개인적 만족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공동체의 공익의 목적을 가진 여러가지 문화이벤트를 기획할 때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 주제를 대상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유용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행동 디자인은 문제해결을 위한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전략수립이다. 또 사람들의 감각기관에 의해 인지되는 감정을 통해 직관적이거나 경험적인 행동을 스스로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여 움직인 것이므로 만족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을 들어거나 많은 비용을 들인 광고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비용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도전의 측면에서 게임요소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 어떤 보상을 예상할 수 있을 지를 떠올려볼 것, 사회규범이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행동을 예상해볼 것,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행위를 설계해볼 것 등 흔히 문화기획자들이 하는 고민을 '행동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엮어 볼 수 있었다는 점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했다고 본다.

제법 많은 인사이트를 주지만 책을 얇아서 출퇴근길 하루면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나서 여러가지 공상을 하는 부작용은 감수해야만 한다. 


저자 마쓰무라 나오히로 홈페이지 http://mtmr.jp/en/

행동디자인과 마케팅을 주제로 한 논문 https://www.aaai.org/ocs/index.php/SSS/SSS13/paper/viewFile/5716/5981

디자이너의 UX관점의 글 http://thought.hitoyam.com/entry/2015-12-15-triggercategories


지금까지

문화기획, 문화와 공간을 연구하는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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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잡지 딴짓, 여섯번째 딴짓을 만나다

 

책방 연희에 들러 손솜씨의 전시를 보고 손솜씨의 엽서와 이 <딴짓>을 사왔습니다. 여섯번째 나온 이 독립잡지는 사기는 4월에 샀지만 나온지는 조금 지난 잡지였습니다. 책방에서 이런저런 책들을 살펴보다가 이 잡지를 넘겨 보았는데, 웹툰 이미지가 원래는 인쇄용이 아니었는지 이미지가 다소 깨진 것 외에는 편집이나 내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나 리타가 관심을 두고 있는 문화공간의 플랫폼, 사람들의 네트워크와 관련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어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네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재미있었구요.

 

 

 

 

사실, 애초에 문학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사색이 깊은 글은 친하지가 않거니와 많은 문장으로 한가지 사유를 이야기 하는 긴 호흡을 못견뎌 하는 성미라서 독립잡지의 글들은 잘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몇 꼭지는 설렁 설렁 보기는 했지만 대개는 단행본보다는 나의 일상과 가깝고 블로그나 인터넷 글보다는 정제된 딱 적당한 글과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름도 '딴짓'이라니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리타가 딱 서른이 되었을 때부터 해왔던 딴짓들에 용기를 주는 것만 같았다고나 할까요. 이번에 브런치의 브런치북 프로젝트 4번째 공모에서 금상을 탔던 것도 다 그런 딴짓들을 망라한 것들이었는데, 이 잡지를 만나는 그 당시에는 아직은 수상도 하기 전이고 내 글들에 대한 의문이나 콘텐츠에 자신이 없었던 (이글처럼 장황하고 복잡한) 그런 상태였기에 더 반가웠습니다. <딴짓>을 펼치는 이들의 소회가 담긴 글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무언가 꽂힌 것을 위해 이렇게 딱 떨어지는 결과물을 연속해서 내보일 수 있는 책임감이나 성실함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밝힌 것 처럼, 리타의 관심거리라서 더 인상깊었던 꼭지는 소파사운즈 코리아 프로젝트 '하다' 였습니다. '하다'는 얼마 전 TV 다큐로 보았던 기억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소파사운즈는 '가장 비밀스러우며, 가장 공개적인 공연'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말 그대로 소파가 있는 누구의 집 거실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인데, 누가 공연하게 될지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른다고 합니다. 관객들은 누가 오든지 현장의 호흡을 나누며 즐겁게 공연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영국에서 시작된 소파사운즈는 한국에서 시작된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은 물론이고 하림, 장미여관, 악동뮤지션과 같이 꽤 유명한 뮤지션들도 플랫폼의 매력에 끌려 참여하면서 다양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리타는 소파사운즈가 각각의 나라에서 진행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가더군요. 형식, 소개말, 역할 등에 대한 꽤 구체적인 매뉴얼이 존재한다는 말에서 자유로움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프로젝트 하다의 경우, 요일별, 시간대별로 사용하는 공간을 셰어하는 방식의 프로젝트 공간입니다. 디자인관련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던 주인장이 음식, 카페, 스튜디오 등 다양한 목적의 주기적으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공간을 나눠 쓰고 있습니다. TV에서 볼 때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지면으로 만나니 또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타도 공간을 운영하면서 공간 대관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대개는 1회성이었고 잠깐이지만 작은 공간을 아티스트의 작업공간으로 셰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개념은 공간의 매력이나 위치와도 많은 관련이 있겠지만, 꽤 니즈가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프로젝트 하다의 시간표

 

 

소파사운즈 코리아와 프로젝트 하다는 메시지와 미디어 혹은 그 둘을 포함하는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아티스트와 관객, 사장과 고객의 다리를 놓는 가교이면서 그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그 곳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부가가치를 만드는 공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겠노라며, 이 들 사례를 취재한 '딴짓'은 '작은 가게들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브런치 글(https://brunch.co.kr/magazine/culturestore)을 쓴 리타의 눈에 쏙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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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앞으로의 책방, 미래의 책방을 생각하다.

 

최근들어 작은 책방들의 소식이 자꾸 눈에 밟히는 중이라 그런지 이 책도 덥썩 읽게 되었다. 일본작가가 쓴 책은 번역을 해도 한자투의 말이라 내용과는 상관없이 영어권의 작가들의 글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요즘은 그 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워낙 책을 많이 읽는 나라라서 우리나라보다는 출판시장 사정이 좋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대체해서 즐길거리가 많은데다가 글로벌 아마존의 진출 등의 온라인의 공세가 우리나라만큼 심해서 일본의 책방들도 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같다. 이 책은 그런 비극적인 출판업계의 현실을 알리는 책이 아니다. 다소 허무맹랑할 수도 있고, 작가가 밝힌것 처럼 공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발산적 생각들로부터 앞으로 책방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하고 애정어린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책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책방의 정의로부터 그 공상, 기획 그리고 독립에 관한 내용이 이어진다. 책방이 사라진다고 해도 책방이라는 말은 남을 것이라는 말이나 물리적 공간인 책방이 줄어들어도 책방인 사람들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책방의 정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첫 단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프라인에 책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SNS를 통해 매일 문을 열고 닫는 '이카분코'이야기다. 오프라인의 공간이 없이도 그렇다고 온라인 서점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책방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만나게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책방이다. 이름은 책방이지만 하나의 단체, 하나의 브랜드로 여겨진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일본인의 아기자기한 면모를 느낄 수 있기도 했는데 그저 사소한 대화에서 시작한 '이카분코' 우리나라말로 오징어 서점은 사장과 정직원, 아르바이트생을 거느리고 2012년부터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책과 어우러지는 잡화를 함께 판매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기존 책방들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시낭송회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하면서 사람들과 흥미로운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책의 구성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터뷰 말미마다 책방의 연혁이라든가 책방의 구조와 운영철학에 관한 이미지를 삽입해 놓은 것이다. 혹시 나중에 독립 서점을 낼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해볼만한 가치가 이 부분에서도 크게 작용할것이다.

 

 

 

 

두번째 단원에서는 책방의 비즈니스모델이라고 부제를 달아도 좋을 흥미로운 공상이 등장한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물건을 재현한 작품을 경매한다든지, 특별한 대상만을 위한 공간을 운영해서 특별함을 높인다든지, 숙박을 겸하면서 맞춤 책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서점 등이 그 내용이다. <작은 책방, 우리 책쫌 팝니다.>(리뷰보기)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하고 있는 책방들의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책방에서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 가장 기쁜일이기는 하지만, 책의 내용이나 책의 모양새, 책에 담긴 추억과 책을 읽는 행위,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는 무궁무진한 가지들이 책방에서 뻗어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세번째 단원은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이다. 이 책을 쓴 작가 기타다 히로미쓰가 직접 진행했던 기획 사례가 나오는데, 책을 주제로 한 서점의 직원으로서 진행했던 기획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방에 방문한 사람들의 사용자 경험을 읽어낸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작가들의 생일을 366(윤달포함)개 뽑아서 문고판으로 제공하여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점이나, 작가나 출판사는 가리고 책의 소개만을 보고 책을 고르도록 구성한 것, 고객의 상황이나 심정에 맞춤하여 관련 책을 처방하여 약봉투에 넣어 제공하는 등의 기획은 생각할 것이 많았다. 물론 이제는 식상한 것이 된 것도 있지만, 책방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곳인가,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책을 만나고 선택하게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결국 사람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전한다. 책은 그 곳에서만 사고 싶게 만드는 책방은 어떤 곳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곳을 채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핵심이다.

 

리뷰를 쓰면서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오기'에 써있는 글을 모조리 베껴놓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저자는 '새벽'같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책방을 운영하는 법과 그 귀중함 그리고 책방이라는 이름에 대한 아직은 선명하지 않은 기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글에서 책을 쓰고, 책을 엮고, 책을 진열하고, 책을 추천하고 마침내 책을 읽는 것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고판이라 진지함의 무게와는 달리 금새 읽고 가슴에 담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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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타이탄의 도구들, 마지막까지 읽자.


시니컬한 독자가 아니라서 자기계발 서적을 읽게되면 그 속에 기꺼이 내 삶을 투영해본다. 내게 걸맞는 상황에 걸맞는 마음가짐 혹은 행동방식이 있다면 나중에 그것을 활용해보기도 한다. 간혹 그런 시도들이 잘 들어맞을 때가 있어서 바닥을 치던 컨디션이 수면위로 올라오기도 하고 우연한 기회를 만나 기분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한다. 


분명 좋은 기운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또 그 사람들도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다.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하고 늘 활력있으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다른 사람들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 가끔은 너무 열정적이라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들과 친하게 지내다보면 그들의 열정이 내게도 옮겨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좋은말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경청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생생한 경험들이 있어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점에서 각자의 삶에서 성공을 거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관심거리가 된다. 문제는 그들이 나를 만나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경험을 세세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삶의 멘토가 될만한 멋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중간중간 내 생활과 다소 먼 이야기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결국 자기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전해주는 깨달음은 분명 내게 에너지가 되었다. 이전 <4시간>이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의 저자이기도 한 팀 패리스는 나 대신 삶의 영웅이 된 이들을 만나 그들의 성취비결 혹은 행복의 열쇠를 대신 물어주었다. 





책의 서두에서는 타이탄이라고 명명한 이들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명상, 메모, 목표, 여유 등에 관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잠자리를 정리하면서 간단한 성취를 맛보면 하루가 그보다 많은 성취들로 채워진다는 말이나 아침 일기를 쓰고 하루의 성취를 적어보는 유리병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다짐만 하는 삶에서 움직이는 삶으로 바꾸는 작은 시작으로 이런 구체적인 조언은 안성맞춤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전에 팀은 그들의 소개를 해둔다. OO의 파운더, OO의 CEO, OOO의 매출을 거두고, OOOOOO의 팬을 확보한... 등의 이야기다. 이런 소개에서 어깨가 움츠려 들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드는 장치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얄궂다는 생각을 했다. 한창 책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야기에는 분명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몰랐다기 보다는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치기 일쑤인 것들을 성실하게 그것도 기꺼운 마음으로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가면서 소소한 성취를 맛보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글들은 더 많이 와닿은 것 같다. 일부 '내가 성취감을 느꼈던 이유가 이래서였구나!' 싶은 것들도 있었고, 반대로 '내가 이래서 힘들었던 것이구나!' 싶었던 내용도 있었다. "자신을 알기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그 시간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 단순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마이크 버버글리아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또 폴로이드 메이웨더의 "내 일은 오늘 밤에 끝나는 게 아니다. 벌써 3개월 전에 끝났다. 오늘 밤은 그냥 보여주는 것뿐이다."라는 말에서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배웠다. 크리스토퍼 소머가 팀에게 보낸 편지 중에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는 사람은 가장 많은 거리를 뛰어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은 앞의 두 말과 잘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 계획을 실천하고 또 지켜지지 못한 부분들을 수정하고 보완해보면서, 내 생각을 시각화하고 그것을 글로 남겨보는 과정은 정말로 조금씩 성취감을 맛보게 하였다.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시각화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습관을 들이면서 명상이나 운동 혹은 식이조절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었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도구는 단순히 기계나 요령이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창조적인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팀의 생각을 담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아니며 무언가를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통해 성공한 이들이다. 이 점에서 나에게 또다른 의미가 있는 책이 되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 혹은 4차 혁명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그런 상황에서도 성공한 사람들은 결국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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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원더랜드, 재미와 놀이가 만드는 세상


인간의 창의성으로 만든 가장 오래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뼈로 만든 피리입니다. 텅빈 뼈에 구멍을 내어 불면 공기의 진동을 통해 소리가 만들어 집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그 소리들이 공진하면 듣기 좋은 소리들이 나옵니다. 이러한 사실은 복잡한 음악도구의 생산을 야기시켰고 자동으로 음악을 연주해주는 장치는 배틀의 자동기계를 만들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원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스티븐 존스가 쓴 이 책에는 이처럼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만드는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여러 주제에서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 경제, 기술에 이르는 다양한 우리네 세상에서의 혁신의 단초를 찾아냅니다. 그 혁신은 그동안의 혁신과는 다른 주제를 다룹니다. 그 주제는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과 게임 그리고 공공장소의 6가지입니다. 

모든 장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여섯 가지의 주제는 길게는 구석기 시대 가깝게는 산업혁명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지금의 커다란 변화를 이끈 나비효과의 근원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먹고사는 것과 무관한, 그러니까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 혹은 쾌락을 위한 것들을 쫓아서 사람들이 몰리고 그 가운데 먹고 사는 데 편리하고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분명 처음에는 허무맹랑하고 이성적이지 않은 것들이 몇몇 괴짜들에 의해 소개되고 그 맥락에서 수많은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스티븐 존슨은 이런 기회가 만들어지는 효과를 벌새효과(hummingbird effect)라고 이름붙입니다. 한 분야에서 일어난 혁신이, 얼핏 그 분야와 무관해 보이는 다른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 합니다. 

귀족적이고 신비한 자주색을 얻기 위해 무모한 항해를 하거나 산업혁명을 이끌어 낸 목화에 열광한 여인네들의 이야기, 쇼핑몰의 탄생과 월트디즈니의 탄생의 연결고리, 뼈로 만든 피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시작, 향신료가 촉발한 욕망과 환상이 남긴 것, 유령과 기술이 만나 인공지능과 로봇을 그리기, 사회 규칙을 담은 게임과 놀이하는 컴퓨터, 계급을 허문 선술집과 박물관 그리고 환상의 놀이공원 등과 같이 흥미로운 벌새효과에 관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누군가는 변화의 경계에서 혁신을 찾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다수가 생각하는 반대로 생각을 해보라고 합니다. 항상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는 것이 가치있는 삶이라고 배운 사람들에게는 그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역사적으로' 허무맹랑한 것들을 위해 목숨까지 걸고 매달린 것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었다는 사실이 용기를 줍니다. 

 

문화는 놀이와 재미를 통해 촉발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정교해진 것들은 규칙이나 규범 혹은 예술과 기술로 자리잡았습니다. 문화콘텐츠학에서 다루는 신화 등의 문화원형, 서사학, 만화와 영화같은 장르, 문화를 산업적 측면에서 고려한 다양한 경제적 이슈들, 문화예술과 관련한 첨단 기기와 그 기술에 대한 것들이 망라된 책이라 이를 전공하는 리타에게는 더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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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의 책리뷰]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책 부제가 '도네서점의 유쾌한 반란'이라는데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둡다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사랑해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애정이 글 곳곳에서 느껴지기에 허투루 읽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글쓴이나 만나본 작은 책방의 주인들이나 유쾌하다기보다는 진지하고 행복합니다. 그것이 그들을 그 작은 책방을 꾸려나가게 하는 원동력이겠죠.

 

 리타도 작은 가게를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책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그리기,글쓰기나 악기를 배우는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간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서 또 그 공간의 성격을 말해줄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많이 찾아줄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책방의 주인장들의 나름의 방식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동의의 고개 끄덕임이라든지, 프로페셔널함에 경의를 갖는다든지, 혹은 개인적으로 꼭 방문해보고싶다는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습니다.

 

 남해의 봄날에서 펴낸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이전에 같은 곳에서 펴내었던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 처럼 여러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엮어낸 책입니다. 이런 방식의 책은 관심있는 분야의 다양한 시각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속의 공통점을 통해 나름의 법칙을 만들어 내거나 다름을 통해서 유연함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충북 괴산에서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 김병록 부부의 전국 서점 탐방이야기쯤 되는 이 책은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백창화의 진솔한 경험담이 되겠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직접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급기야 좋은 책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시골마을로 들어간 용기있는 부부의 실감나는 경험담이 그들이 만난 여러 작은 책방 주인장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입니다.

 

 

책의 디자인도 멋집니다. 주황색 책들, 보라색 책장으로 만들어진 작은 공간들이 한눈에 책방관련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지요.

책방 주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자기 꿈을 담은 공간을 키워나가는 이들의 반짝거리는 눈매를 상상했습니다.

 

 책 권하는 사람, 당신만을 위한 북 큐레이션, 책과 사랑에 빠지는 특별한 공간, 새롱누 책문화 공간의 실험 등의 테마로 인디고 서원, 길담서원, 책방이음, 알모책방, 책과 아이들, 땡스북스, 북바이북, 책방 피노키오, 짐프리, 일단멈춤, 유어마인드, 더북소사이어티, 라이킷, 왓집, 제라진, 소심한책방, 책이 있는 글터서점, 한길 문고, 진주문고, 모티프원, 등 특색있는 작은 책방들을 리뷰하면서 그곳에서 느꼈던 단상부터 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책출판계의 현실, 작은 가게들이 안고 있는 운영, 관리 비용에 대한 현실적 고민 등이 드러납니다. 때로는 그들 공간에서 배울 점을 이야기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취향이 다른 공간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키조 그림책마을을 리뷰하면서 괴산의 그들 공간에 대한 비교와 앞으로의 꿈을 엿볼 수 있기도 했구요.

 

 누구나 자기 입맛이 있기에 어느 책방이 더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맥락위에 있는가에 따라 머물고 싶은 책방은 달라질 것이기에 이들의 네트워크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한 조각 가벼이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부터 마음 두둑히 먹고 훌쩍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공간까지 우리 주변에는 이런 또렷하고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많았다는 것을 일깨우죠.

 

 책방을 연다는 것은 단순히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과 문화를 나누는 따뜻한 삶에 대한 꿈을 현실화시키면서 책과 관련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최소한의 품위 유지는 할 수 있는 자립경제를 달성해야하는 것이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럽의 오래된 작은 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나름의 방법을 찾고 그들의 생존방식과 철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방을 열게 된 저자들의 깊은 고민을 헤아려볼 수 있었습니다.

 

 굳이 나누고 싶지 않지만, 같은 책과 관련한 공간이면서 서로 달리 여겨지는 서점과 도서관. 리타는 그 차이가 횟집과 수족관과 같은 느낌이라 구별됩니다. 싱싱한 활어를 직접 잡아 먹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공간, 왁자지껄하고 무언가 곁들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책방의 새책 냄새와 어우러져 흥분하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독서까지는 힘들어도 책을 만지고 냄새맡고 스르륵 탐색하면서 나름의 지식을 만들기를 좋아하나봅니다.

 

 책방의 목적이 여러 수사를 붙일 수 있지만 결국 '책을 판매한다는 것'이고 그 것에서 최소한의 유지비가 마련이 되야 한다는 전제는 공통적이지만, 책방을 꾸려나가는 정책이나 태도는 달랐습니다. 일부 책방이 책에만 집중하여 관련한 다른 활동을 다소 배제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생기고 결국 책의 판매나 단골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리타가 작은 가게의 문화적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그것때문이죠.

 

 직접 만든 책장과 오두막, 작은 소품들로 숲속 작은 책방은 생기를 찾고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처럼 아끼며 행복해 합니다. 그런 천사들을 맞이하는 이들 부부에게는 나름의 애환과 고민이 있었겠지만 뿌듯함이 있고 자랑스러움이 있음을 하나하나의 글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 공간이 그들을 닮은 많은 사람들에게 책으로 꿈을 키우고 공간으로 영감을 주고 하루 묵어가는 휴식을 통해 멋진 이들을 품어내는 일을 오래오래 더 즐겁게 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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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

 

 두껍지도 않은 책을 한참을 읽었습니다. 가상세계, 가상현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책을 빌려다가 읽고 있는데 가상현실은 고글을 쓰고 4D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다중자아를 받아들이는 보다 심오한 현실이라는 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하에 리타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과연 현실의 '나'인지 아니면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라는 블로그에 존재하는 '나'인지에 대한 생각도 잠시 스치는군요.

 

 두껍지 않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래도 메모할 것은 많았습니다. 가상세계에 대한 정의부터 그 특성과 그곳에 존재하는 가상인간의 등장과 의미, 과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구분할 수 있는가의 질문으로부터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주체가 붕괴, 자아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책 여기저기 간지를 끼워두느라 읽는 속도가 더 더뎠습니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둔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가상현실은 컴퓨터를 이용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 개의 감각을 가상으로 생성하고 조합하여 실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인공적 현실입니다. 이것을 텍스트, 이미지, 영상, 혹은 신체의 촉각까지도 자극시켜서 그야말로 실감나게 연출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우리는 인터넷 시절 여러 커뮤니티에서 가상세계에 속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 경험이 일상화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몰입감이 큰 게임의 경우 그 가상현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른바 '게임폐인'이 있는 것 처럼 그들 자신은 없고 오직 게임 속 아바타만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정체성과 주체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밝힙니다. 정체성에 관하여 가상세계에서의 범죄에 대한 책임이 현실의 나인지 가상세계 속의 캐릭터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고, 주체성에 대해서는 가상세계의 복제 가능성에 의해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주체가 사라지거나 다중적이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상세계와 비슷한 말로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사이버'라는 말은 위너N.Wiener에 의해 정립된 사이버네틱스에서 따온 말이며 여기에 space가 붙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컴퓨터 네트워크에 기반한 정보적 공간입니다. 그래서 통신 네트워크에서 물리적 요소와 정보적 요소를 나누어 생각하고 이러한 요소를 바탕으로 여러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사회적 관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이버스페이스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간이면서 그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컴퓨터 시스템이 산출하고 우리가 다시 적절한 장비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정보로 이루어진 표상세계, 인공세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이버스페이스는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컴퓨터에 의해 유지되고 산출되는 다차원의 인공적인 또는 가상적인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p.37)

 

여기서 가상현실의 '가상'과 '현실'의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단어의 조합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기억할만합니다. 하임M. Heim은 스코투스J.D.Scotus의 철학을 언급하며 '가상현실'이 모순이 아니라고 밝힌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가상적으로'라는 말은 스코투스의 실재론을 구성하는데 핵심개념이라고 합니다. 스코투스는 사물의 개념이 경험적 속성들을 형상적으로가 아닌 가상적으로 담지하기때문에 사물은 단일한 통일체 내부에 자신의 경험적 성질들을 이미 포함하고 있고 그것은 가상적으로 그 성질을 포함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결국 가상적인 것들은 아직 감각기관을 통해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감각 가능한 것들로 세계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이 됩니다. 즉, 경험 가능한 것이 '가상'인 것이라는 거죠.

 

현재와 같은 의미로서의 가상현실 개념은 레이니어J.Lanier가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가상현실 구현기술이란 사용자가 수신한 정상적인 감각 입력을 컴퓨터가 산출한 정보와 대체시킴으로써 사용자가 실제로 다른 세계에 있다고 확신하도록 만드는 기술이고 그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현실은 사용자로 하여금 마치 현실세계처럼 생생한 3차원적 상황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전자적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리타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저자도 우리가 지금 현실로 생각하는 이곳이 사실은 가상세계일 수도 있다고 한 것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어떻게 우리가 상위계층의 현실세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처음 게임을 하게 되면 이것이 게임이고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되어도 게임이 끝나면 현실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사실을 인지한채로 임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기술적,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떤 단계에 다다랐을 때 과몰입이 되고 급기야 현실의 나를 놓아버리는 상황이 되는 걸까요. 게임 속 아바타와 그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로 인지된 그 상황이 되어버린 상태 그래서 다시 현실로 빠져 나오지 않는 상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읽히었습니다. 마치 메트릭스의 키아누리브스나 '네버엔딩스토리'의 끊임없이 게임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의 입장이 된 것처럼 말이죠.

 

 일단 가상현실 구현 기술을 보면, 가상현실은 사용자가 직관적 몰입이 가능하게 하거나 컴퓨터가 만든 동적 환경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여러가지 인터페이스 기술의 조합입니다. 가상현실을 실현시키기위해서는 가상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표현 시스템과 몸의 움직임을 가상현실에 반영하기 위한 인식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상 환경을 총괄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죠. 두번째로 <스타트랙>의 현실화가 있는데요. 군사적목적, 게임, 가상리허설 혹은 대인기피 치료, 신체 모델링이나 건축설계 및 상품 매매 등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 이제 가상세계의 특성을 들어봅니다. 사이버 문화의 특성인 접속성, 익명성, 개방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여기에 이미지성과 상호작용성, 단절성 및 조직가능성, 탈일상성등의 특성이 더해집니다. 이는 <인터렉티브 스토리텔링>에서 다루었던 내용들과 많은 부분이 겹칩니다. 가상세계가 가지는 특성인 상호작용성에 기반한 사이버 혹은 디지털의 서사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 그런 듯합니다.

 

이미지성에 대해서는 유명한 보드리야르J.Baudrillard의 이론이 등장합니다. 바로 실재하는 모든 것은 실재를 모사하는 기호들로 대체되고 이러한 기호나 이미지들의 모사물인 시뮬라크르simulacres가 실재보다 더욱 실재적인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미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자체가 실체가 없는 시뮬라크르의 세계이며 자신의 비실재성을 은폐하기 위해 다른 시큘라크르를 재생산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세계인 것입니다.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고 실재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반응하는 컴퓨터의 연속적 작용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가상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존재 즉, 가상인간의 등장과 의미로 넘어가봅니다. 아바타는 지능을 갖고 있음은 물론 현실인간의 대행자로서 자율성을 지니며 목적 지향적으로 위임받은 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을 탐지하고 일련의 규칙들을 적용함으로써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합니다. 자신이 댛생하는 현실인간의 기호, 습성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돌발적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p49) 반대로 현실 속의 나는 육체성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아바타가 현실세계에 대한 통제력까지 확보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근대적 세계에서 '나'는 항상 육체라는 대상을 필요로 하지만 탈근대적 세계에서는 '나'라는 육체라는 대상을 필요하짐 않으며 단지 '나'라는 상징만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상징은 물리적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해석의 틀과 변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들뢰즈G.Deleuze와 가타리F.Guatarri는 육체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가집니다. 탈육체화된 육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새롭게 구성되는 육체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길들여지고 주체화되기를 거부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육체성의 종말을 고하며 새로운 육체성을 추구하는 일은 가상세계에서 새롤운 정체성의 추구를 추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상 가상현실의 정의, 기술, 특성, 가상인간에 대해 정리하였습니다. 내용이 많은 것 같아서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인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가능성과 정체성의 확인과 주체의 붕괴에 대한 내용을 다음에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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