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카라, 정돈되지 않았지만 정갈한 공간

공간에 들어섰을 때,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럼 문을 열면 새로운 곳으로 뚝,하고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길을 돌아 들어 산울림 소극장 1층에 있는데 간판이나 입구가 요란스럽지 않아 이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려울만하다.

 

가운데에는 차와 음료,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을 둘러싼 테이블에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있고 나머지 공간에 키 낮은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있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개별 공간이 부족해서 편안하게 장시간 앉아있기는 뭣하고, 그렇다고 음식점이라고 하기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마치 도서관 매점처럼 정숙한 수다가 어울린다.

 

유기농을 몸이 알아챌만큼 예민한 편은 아니라서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고 하면 감사히 먹기는 해도 찾아먹지는 않는데, 이 곳은 유기농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애매한 시간이라 식사는 못했지만, 대접과 머그의 중간으로 보이는 그릇에 따끈하게 담아 내온 짜이가 그 말을 증명해주었다. 담백하고 담백하였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케익은 두부케익이었는데 치즈케익만큼 부드럽고 담백하고 적당히 단맛이 우러나와 내 입에는 좋았다.

 

보기좋으라고 놔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직접 담근 차들이 담겨있는 유리통들이 한켠 선반에 올려져있고, 여기 저기 수공예품이나 유기농 재료, 이런저런 물건들이 이 곳만의 규칙에 의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꼭 오랜만에 시골 집에 내려가서 엄마 주방에 들어선 기분이라고 해야 할 지, 뭔가 손때가 잔뜩 묻어서 치워도 티하나 안나는데 또 보면 먼지하나 없는 그런 정갈한 맛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이 허하고 뭔가 내게 힘을 좀 주고 싶을 때 들러서 저 나름의 위치에서 당당한 물건들과 섞여 나도 내 나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 적당히 정돈되지 않은, 그래도 정갈한 공간을 알게 되어 나름 기쁜 마음이 들었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 이었습니다.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하나 달렸습니다.
  1. 홍대나갈일있어서 잘보고갑니다 :D
secret

VR 테마파크 비교, 송도 몬스터VR Vs. 동대문 판타 VR

VR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VR테마파크의 콘텐츠를 경험하고자 송도의 몬스터VR과 동대문의 판타VR에 방문하였다. 갖춘 콘텐츠의 종류나 운영방식, 인테리어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VR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VR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로 기존 교육이나 체험을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콘텐츠를 직접 다양하게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VR테마파크의 역할은 기존 테마파크나 게임방과는 다르다.

 

송도 몬스터 VR, 가족단위의 여가를 즐기는 공간

송도 몬스터 VR은 머리에 장착하는 VR기기인 HMD모습을 한 캐릭터를 내세워 기존 테마파크의 공간 구현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다. 공간 전반의 붉은 톤으로 강렬하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어지러움증이 큰 곳과 비교적 무난한 공간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있고 동선이 단순하게 반듯하게 배치되어 있다. VR게임보다는 VR환경에서 즐기는 어트랙션 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3-4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로 이루어져 있고 평일 오전 방문이어서 그랬겠지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네를 타고 오르내리는 콘텐츠가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HMD를 끼고 오르내리면 실제보다 더 크게 움직이는 느낌이 나서 그런 듯 하다.

 

입구쪽에 배치한 수상보트나 풍선 기구는 HMD를 끼고 가상현실로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구조물을 만들어 두어 좀 더 가상현실에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테마파크의 구조물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아직 VR콘텐츠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먼저 플레이하는 고객의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하고 있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립된 부스에서 입체 음향과 함께 실감나는 그래픽으로 연출된 VR영화를 선보이는 비브스튜디오의 콘텐츠 <닥터X>와 <볼트>가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볼트>가 더 재미있었다.

 

(<볼트>부스의 대기석 보습, 볼트 캐릭터들이 소개되고 있다.)

 

동대문 판타 VR, 또래들의 플레이공간

동대문 판타VR은 송도 몬스터 VR이 테마파크로서의 장소성에 중점을 둔 만큼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게임을 구비하고 있고 인형의 방 등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을 연동시켜 만들어 둔 공포체험공간 구획을 따로 마련하여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단순한 라이드형이 아니라 직접 걷거나 조끼를 착용하여 타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다중 플레이가 가능한 FPS 게임은 흥미를 많이 끌었고 플레이시간도 5분 이상으로 충분히 체험할 수 있었다.

직접 이동하면서 좀비를 물리치는 게임으로 뒤편에서 게임하는 것이 대기하는 관객들에게 덜 챙피할 수 있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좀비때문에 혼비백산하고 낑낑대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운 건 HMD착용 게임의 단점이다.

 

이 카메라는 가상 공간 속에 놓인 내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장치인데, 어차피 HMD를 끼고 게임하는 나는 1인칭으로 좀비와 싸우기 바쁘다. 이 장치는 순전히 주변 대기하는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볼거리. (이상인 배우가 체험한 영상은 꽤나 멋있지만, 내가 싸우는 영상은 민망했을 것 같다.)

 

판타 VR 내부 구조는 이렇다. 가운데 에스컬레이터를 구획으로 크게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고 안쪽 인형의 방 공간이 따로 구획이 되어 있어 미쳐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같다.

 

이상 두 군데 특징을 간단히 찾아보았다.

송도 몬스터 VR은 여가시간을 보내는 테마파크라는 공간성에 중점을 두고 내부 공간을 멋지게 꾸며 놓았다. 상호작용이 필요한 게임은 큐브로 구성하여 기존 바이브나 오큘러스같은 개인 VR기기로도 충분히 즐길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 조금 아쉬었지만, 가족동반의 조금은 문턱이 낮은 접근성이 좋은 콘텐츠로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부작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판타 VR은 테마파크보다는 기존 게임존의 다소 삭막한 공간이지만, 개인 장비로는 체험할 수 없는 햅틱이 추가된 다양한 상호작용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청소년이나 젊은 남녀에게 인기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어느정도 VR기기에 친숙도가 있지 않으면 콘텐츠를 제대로 향유할 수 없어 초기 이용자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주로 HMD를 착용해야만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므로 HMD의 착용과 게임 운영 방법에 대한 소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고객들을 살펴야 하는 운영스텝들이 많이 힘들어 보였지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직접 등을 두드려 놀래키는 등의 개입을 통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운영은 테마파크만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공간은 VR콘텐츠나 미디어 기기의 친숙도를 높이는 체험장으로서 기능하면서 VR콘텐츠 기업의 시험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다양한 VR체험, 게임 공간들이 생기고 있는데, 이들의 공간의 구획과 아이덴티티, 운영방식 등등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세월 묻은 다방의 키치스러움, 광화문 블루베리 전통찻집

 

지인들과 다녀온 지는 좀 되었는데, 오랜만에 블로깅을 하면서 왠지 이 곳을 먼저 휘리릭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작은가게의 융통성, 개성, 자유로움, 가능성 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가게들이 모여앉은 골목길과 그 동네로 뻗어나가다보니, 마침내 우리 동네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걸까. 그걸 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는 전철속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추위가 한창이던 때 들러서 맛보았던 십전대보탕과 블루베리차의 쌉싸름함과 함께 오래전 다방의 한 구석에 들어앉아 수다떠는 달달함이 일품이었던 이 곳을 기록으로 짧게 남겨본다.

 

광화문에서 지브리 전시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후식겸 들른 어느 건물의 지하 작은 찻집이었는데,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좁고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소파에 모여 앉아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푹신하고 쾌적하고 멋드러진 카페도 많은데, 그렇다고 가격이 싼것도 아닌 이런 다방으로 이끈 지인들이 어떤 의도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또 커피보다야 몸에 좋은 차를 한번 보약처럼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잠시 대기하다가 마침내 좋은 자리가 나서 차지했다.

 

이 찻집 이름은 서울 첫번째 사계절 차 전통찻집이고 보기와 달리, 홈페이지도 있고 QR코드, 주소, 쿠폰까지 겸비한 명함으로 적극적인 홍보수단을 갖춘 가게다. 우리가 갔을 때는 노부부가 친척에게 가게를 넘기는 과정이었고 이어받게 되는 사장님이 바지런히 가게안을 움직이고 있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wowwez/220581717158)

 

사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광화문 블루베리 찻집'을 검색하니 이미 많은 블로깅 글이 나왔고 그 중 명함 사진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색상과 폰트를 섞어서 많은 정보를 하나의 명함에 담아내는 '압축적'인 방식을 아마도 세련된 감성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악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 또한 이 가게의 아이덴티티다. 어쩌면 이렇게 명함과 가게의 모습이 닮아있을 수가 있는지...

 

 

마치 식당과 같은 인테리어에 들통에 사골육수 우리듯 끌여내는 차의 모습이 어떨지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는 공간이었다. 바깥은 첨단을 달리는 서울 한복판인데, 이 곳은 시간이 멈춘 듯 달달하고 뜨끈한 십전대보탕을 휘휘 불어가며 마시고 달달하고 시원한 블루베리차를 호로록 들이키는 시골의 다방의 모습이었다. 왠지 스마트폰은 넣어두어야 할 것 같고 편안하게 툭 터놓고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되 다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조금은 빨리 자리를 비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 곳.

 

 

인사동 한가운데 들어가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적은 양인 것에 비하면 이곳 공간의 투박함은 주력 상품의 품질에 집중하는 내공이 한껏 드러났다고 본다. 함께 나오는 저 곶감과 생밤 조각이 차림새를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면서 오독오독하거나 말캉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식감은 이 공간을 더 추억하게 하는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루베리차는 시원하게 나온다. 얼린 블루베리가 둥둥 떠서 수저로 떠먹으면 한겨울이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차를 내오는 그릇이나 함께 따라나오는 오미자차, 이 가게만의 룰이 느껴지던 순간.

 

작은가게의 개성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런 가게를 그려보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점이나 공방처럼 어느 특정한 가게가 아니라 그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만큼 막연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같은 찻집이라해도 스타벅스와 이 찻집의 간극은 또 얼마나 넓은가를 본다면 그 고민은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집중하고자 하는 가게의 본질을 이 가게가 내부 인테리어와 명함을 통해 끈질기게 드러냈던 것처럼 가게는 본질에 집중, 그것이 다수가 아닌 일부에 만족이면 된다는 생각에 좀 더 자신이 붙었다.

 

문화 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비로소 강의] 작은가게하나 열겠습니다

비로소가 문화공간 운영을 위한 강의를 마련했습니다. 강의는 개인 취향이 반영된 작은 가게를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3월 15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5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강의신청하러 가기]

 


작은 서점, 카페, 공방 등 취향을 입힌 작은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게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취향과 경험을 팔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추억이 쌓이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막연하게나마 내가 꿈꾸는 공간을 5주 동안 구체화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비로소가 마련한 이 강의는 매주 워크샵을 포함하여 진행됩니다. 문화공간이 된 작은 가게로 키워나가기 위한 준비단계에 맞게 각자가 원하는 공간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디자인하고 가상의 공간에 직접 작은가게를 오픈시켜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공간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하고 후회하거나 '이렇게 해보니 좋았더라'라는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개인서점이나 전시공연등의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카페, 다채로운 워크샵이 열리는 공방등을 방문하여 분석한 것들, 작은가게 뿐만 아니라 공공 또는 기업이 운영하는 규모가 있는 문화공간이나 브랜디드마케팅, 콘텐츠 속의 공간들을 통해 공간의 브랜딩과 활용에 대해 인사이트를 찾아볼 예정입니다. 



이 강좌는 단순히 가게 창업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가게를 오픈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가게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의 로드맵을 그려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 챙겨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게를 오픈하는 일이 먼 훗날이 될 수도 있고, 이 강좌를 통해 만난 사람끼리 비정기 프로젝트로 공간을 꾸려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각자가 필요로 하는 역량이나 네트워크등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커리큘럼]

1. <토대 다지고 씨앗 심기> : '작은 가게' 살펴보기
 작은 가게 형태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그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곳을 살펴보고
 주인장의 컨셉이 녹아있는 작은 가게에 대한 감을 익힌다.
 - 집, 학교 또는 회사 그리고 제 3의 공간
 - 장소가 되는 힘
 - 취미, 큐레이션, 공유 등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공간들 소개
 <미니 워크숍>
 - 내 공간 이름표 만들기, 하루 일과표 작성해보기
 - 취미, 특기, 경력, 관계 등 공간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내 비밀병기 적어보기
 [과제: 내가 만들 공간의 로고 만들어 오기]

2. <새싹에 거름주기> '작은 가게' 컨셉 기획과 공간 기획
 - 시간에 따른 공간 활용, 공유, 운영
 - 내 가게만의 경험상품 기획
 - 공간의 철학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 만들기
 - 내가 찾은 공간들
 <미니 워크숍>
 - 컨셉, 운영방침, 단골, 주인장의 모습 상상하기
 [과제: 내 공간의 이름(로고)을 담은 블로그나 SNS 만들기]

3. <가지치고 꽃 피우기> '작은 가게' 운영 1 :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프로그램 만들기
 - 트렌드(STEEP) 키워드 탐색하기
 - 일/주/월/계절 및 시즌/1년 운영 가상 그래프
 - 플랜 A/B/C: 세 번 찾도록 만드는 세 가지 방문 목적 만들기
 - 돈과 가치, 무엇을 동력으로 할 것인가
<미니 워크숍>
 - 우리 공간에서 하는 활동의 이름짓기, 규칙정하기
 - 내 공간의 블로그/SNS에 올릴 소개 글 써보기
[과제: 1년 후 내 공간의 모습 상상하기]

4. <가지치고 꽃 피우기> '작은 가게' 운영 2 : 내 가게 발견을 용이하게 만드는 SNS 운영
 - 네트워크, 플랫폼, 콜라보레이션의 기술
 - 함께 의미 있는 프로젝트 기획해볼까
 - 내 가게 브랜드 확장 가능성 열기
 - 공간을 셰어해보자
 - 시 짓고 전시하는 빙그레, 카페 서점 책방으로 변신한 맥심다방, 윤식당과 강식당
<미니 워크숍>
 - 내 공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리하기
[과제: 내 가게의 경쟁상대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5.<열매나누기> 나만의 작은 가게 발표회 : 가게 아이템 기획 및 운영 계획서 중심으로
 - 내 가게의 컨셉에 맞는 이미지 다섯 개
 - 내 가게의 경쟁상대, 차별점
 - 자유로운 피드백
 -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들
 - ‘작은 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수료식


이 강의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 혹은 이메일(chj0327@gmail.com)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비로소가 준비한 첫 프로젝트인만큼 알찬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로소, 장효진입니다.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나영석 예능 브랜드 자산 구축과 활용, 꽃할배에서 알쓸신잡까지

2013년 1월 나영석 피디는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신서유기>, <신혼일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후 알쓸신잡)>까지 다수 예능을 연출했다. 특히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으로 스핀오프되어 '꽃보다 시리즈'로 자리잡았고, 급기야 중국과 미국에 판권을 판매하기도 하였다.(2017년 국내에 미국판이 방영될 예정이다.)

꽃시리즈에 이어 내놓은 <삼시세끼>는 평범한 농어촌에서 하루 세끼 밥을 지어 먹기 위한 자급자족 관찰예능으로, 유명 관광지의 볼거리나 작위적인 게임같은 예능 요소 없이 시도된 새로운 예능이었다. 뒤이어 선보인 <신서유기>는 KBS에서 연출한 <1박 2일>출신의 출연자들로 구성하여 개그, 게임 등 <1박 2일>에서의 재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사랑받았다. 이후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도 전혀 새로운 인물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여 의미있는 재미를 만들어 관심을 받았다.

<신서유기>외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존에 없던 신선한 기획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공중파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미디어 활용이나 PPL등을 활용하는 등의 제작과 관련한 적극적인 활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나영석표 예능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여러가지 특징을 꼽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예능인의 지속적 예능출연, 박장대소 대신 미소

나영석 예능의 시작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예능의 주 출연자들이 젊은층이지만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평균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주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온 노년에게 선물같은 배낭여행은 장년층에게 용기를, 청년층에게는 자신의 부모와 할아버이와의 소통을 각성시켰다. 신체적 한계나 음식 취향, 여행지에서의 태도 등 각 할배들의 개성을 붙잡아 고군분투하는 짐꾼 이서진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비쳤다.

이런 기존 예능의 틀을 벗어난 파격은 <삼시세끼>에서 이어진다. 이번에는 이서진의 위치는 상향조정되고 만만한 형, 빙구 동생과 함께 어리숙한 끼니를 만들어 나간다. 그저 산골마을의 볼거리도 신통치 않고 다른 요리예능에서처럼 화려한 요리메뉴가 등장하지 않으나 한끼를 위해 몇시간을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작은 위안을 느꼈다. 방장대소하는 예능이 아닌 고생하며 일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꽃할배>와 <삼시세끼>는 곧이어 <꽃누나>, <꽃청춘>이나 <어촌편>, <바다목장편> 등으로 시리즈로 제작되고 교차되면서 이서진은 나영석예능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이 페르소나는 무심한듯 예능에 소질없을 것 같은 연예인에게서 발견하는 소탈함, 인간미, 친숙함 같은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씨그램', '아이시스8.0', '고티카커피' 등의 음료와 '알래스카 연어', '드림카카오', '베로카'등의 식품처럼 지속적으로 노출된 ppl뿐만 아니라 충전기, 휴대폰, 노트북 등 출연자가 사용하는 상품의 상표를 그대로 노출하거나 상표를 그대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날것의 예능을 선보였다. 해당 출연자가 ppl상품의 광고모델로 발탁되어 콘텐츠와 상품을 강하게 연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나영석PD가 끌어내는 캐릭터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이후 광고나 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예능 출연을 끌어내는데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캐릭터가 시즌을 지속하면서 성장하고 다른 캐릭터와 관계맺는 모습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었다.

나영석PD가 CJ E&M에서 연출한 프로그램들이다. 2013년의 <꽃보다 할배>부터 2017년 <알쓸신잡>에 이르기까지 일단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시리즈 혹은 스핀오프로 지속성을 가지고 갔다.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 두고 그 속의 캐릭터를 구축, 이어 캐릭터를 교체하거나 배경을 바꾸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기존 시청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에 기존의 출연자를 출연시켜 기존 캐릭터의 유지 혹은 전복을 시도한다. 이서진이 페르소나로서 '꽃보다'시리즈에서 최하층이었던 것에 비해 '삼시세끼'에서는 최상위층으로 올라가는 묘미를 시청자들이 찾을 수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교차 방영되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지속시키기도 하였는데, 한 프로그램의 게스트가 다른 프로그램의 시리즈 출연을 하게 되어 이서진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었다. <삼시세끼>의 최지우, 윤여정은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과 <윤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손호준은 어촌편에 출연하여 이서진이 출연하지 않는 삼시세끼와의 약한 연결을 떠올리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떠나는 컨셉과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컨셉이 반복되면서 균형을 이루기도 하였다.

 

인터넷 매체 포맷이 새로운 방송 포맷으로 진화

<꽃할배>와 <삼시세끼>의 성공에 이어 <윤식당>이나 <알쓸신잡>, <신혼일기>도 같은 출발 선상에 있다. 그런데 <신서유기>는 조금 다르다. <신서유기>는 나영석PD가 KBS에서 <1박 2일>을 연출할 때 출연했던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이 인터넷 방송을 통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이미 구축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서유기>, <드래곤볼>의 역할과 미션을 연출하였다. 이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 시킨 것으로 <꽃할배>나 <알쓸신잡>등과 다른 축을 만들었다. 다수의 캐릭터가 여행지에서 '무엇인가'하는 예능에서 나영석PD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신서유기>의 활용양상은 조금 다르다. 우선,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시작이 인터넷방송이었으므로 특유의 B급 성향이 기존 <1박2일>에서의 처절한 게임과 잘 맞았던 것도 있다. 이는 인터넷 방송이 주로 모바일을 통해 향유된다는 특징에서 여행지관광, 미션수행, 복불복게임 등의 질점은 인터넷 방송에 맞춤한 10분 내외의 분량으로 만들어진 것과도 관련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끈 <신서유기>는 마침내 텔레비전 정규편성이 되고 인터넷과 동시에 공개되게 되었다. 기존 분량 여러개를 편집하여 1회분량으로 만들었는데, 짧은 호흡, 암전되는 편집점등이 <신서유기>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이승기의 군입대로 교체된 안재현은 처음 결혼발표를 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였고, 규현과 송민호는 기존 멤버들과 궁합을 잘 맞춰나가면서 <신서유기>의 재기발랄함을 채워나갔다.

 

나영석 예능 브랜드 활용, 포맷의 융합

예능에 익숙한 캐릭터로 구성되었던 <신서유기>가 안재현, 규현, 송민호의 영입으로 기존 포맷과 같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수혈받은 후, 스펙트럼은 보다 확장되었다. 우선 안재현의 결혼발표와 함께 안재현 구혜선 부부의 <신혼부부>가 시작되었다.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점에서 <삼시세끼>와 같지만, 리얼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관찰예능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종영한 <강식당>의 인기는 이 글을 쓰도록 부추긴 프로그램이었다. <강식당>은 <신서유기>에서 이수근의 농담에서 시작하였는데, '손님보다 사장이 많이 먹는'것이 컨셉인 강호동의 캐릭터를 딴 <윤식당>의 패러디인 것이다. 같은 연출자의 다른 프로그램을 상상한 것도 재미였지만,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캐이블프로그램의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강식당>은 <윤식당>처럼 관광지에 마련된 작은 레스토랑을 일주일간 꾸린다는 컨셉이었다. 메뉴 선정과 연습, 각 출연자들의 역할분담에 이르기까지 윤식당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는 듯 하였다. 예쁘게 세팅된 식당 인테리어, 로고, 소품들은 <윤식당>의 그것과 비슷하였다. 하지만 자막의 폰트, 자막 뉘앙스, 편집 및 음향효과 등은 <신서유기>의 그것을 가져다 썼다. 시청자들은 <윤식당>이면서 <신서유기>인 새로운 <강식당>을 통해 곧 시작될 <윤식당>의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서유기>가 종영한 지 몇달의 시간이 지났어도 이들 캐릭터가 방영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서유기>가 기존 프로그램 포맷을 활용하 다른 예로 송민호의 손가락이 주요했다. 비로 <신서유기>의 문법은 많지 않았지만, 송민호가 그룹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신서유기>의 소원에 따라 <꽃보다 청춘>을 찍게 된 것이다. 나영석의 예능은 시리즈, 포맷을 캐릭터가 넘나들고 이제는 융합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쓸신잡은?

알쓸신잡은 기존 강의 포맷의 예능과 비교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방으로 주제가 뻗어나가는 테이블에 시청자를 앉혀둔다. 어찌보면 쓸데 없을 것 같은 잡학지식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서 익숙한 국내 여행지를 새롭게 보도록 하였다.

알쓸신잡이 2013년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시기의 유명인사가 지금과는 다를뿐더러 강의 포맷의 예능이 많이 않았다는 외부적인 조건도 있겠지만 <꽃할배>, <삼시세끼>와 같은 파격과 여러 프로그램이 얼기설기 연결되는 과정에서 이런 사뭇 진지한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더 신선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더 크다.

한 방송국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그것을 적극활용하여 새로운 시리즈와 포맷을 견인하는 것은 브랜드 자산구축과 활용과 무관하지 않다. 예능에서만큼 나영석 특유의 '여행', '관계', '음악' 등의 대표 아이덴티티를 통한 프로그램들은 따로 또 같이 예능 왕국을 만들어 확장하고 진화해 왔다.

과연 앞으로의 각 프로그램들은 어떤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을까. 또 어떻게 서로를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가가 기대된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책]정유정의 환상방황, 떠났던 내가 일상의 나를 두려워 하지 않기를

아이를 낳고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겠지만, 기본 체력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 운동이나 등산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상념을 떠나보내기 위한 순례, 올래길을 걷고자 일부러 떠난적은 없다. 만약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일상의 내가 슬럼프를 겪어 힘들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어보고싶은 호기심이 더 큰 것일테다. 

하지만, 가끔은, 요즘처럼 아이 돌보고 일하고 공부하면서 일상이 버겁다 싶을 때는, 혼자 아무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곳 어디론가 떠나보고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또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이 쉬운일인가, 뭔가 이루어 놓은 사람들에게나 일탈이자 자극이지 않을까 하는 시니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경제적 비용에 관한 것만은 아닐것이다. 선뜻 주변의 양해나 응원을 받아낼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돌아왔을 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소설가 정유정의 방랑도 그렇게 시작했다. 내연기관의 연료공급이 중단된것 처럼 멀쩡한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작동을 멈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무작정 히말라야 행을 결심했다. 다소 엄살도 섞였겠으나 영어도 못하고 운동실력 없는 중년 초입의 아줌마가 무작정 외국의 오지로 떠난다는 결심을 누가 응원할 수 있었을까. 보내준 가족도 대단하고 하고자 하는 이에게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실력자들이 나타나서 이 문제투성이 아줌마를 정말 100점만점에 200점으로 여행을 마무리 짓게 해주었다. 

비록 일단은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히말라야 여행 하나쯤 앞으로 맞을 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뇌에 차겠지만, 그 상황을 양해받고 환경을 바꾸어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말이다. 

책은 히말라야 트래킹의 정보를 꽤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소설가 특유의 해학과 깊이있는 삶의 관찰력이 넘친다. 125페이지에서 비로소 '환상방황'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 여행기의 재미가 무르익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대책없는 아줌마가 다 있나 싶었다가 인간 본성의 밑까지 내려가 고민하는 작가에 몰입되었다가 질끈 눈물도 흘렸다. 즐거움, 슬픔이나 깨달음 때로는 악동같은 행동들이 내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자연에의 경외감과 사실감 넘치는 문화 묘사 외에도 지금 여기에서 각각의 고민과 피로를 가진 이들에게 자신의 솔루션을 하나하나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엄마의 죽음과 첫딸이라는 인생의 무게와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단편단편의 추억들, 어쩔 수 없이 마딱뜨리고 마는 신체적 한계에서 그는 속절없이, 그래서 내려놓고야 말았다. 내려놓고 나니 보이는 것들을 소설가의 필력덕에 실감나게 간접경험하고보니 나조차도 아주 똑같이는 아니어도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은것마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함께 여행을 했던 혜나는 흐트러짐 없는 여행을 꾸리는 성실함이었다면 검부의 지혜, 버럼의 순수함을 가졌다. 오직 글쓴이 자신만 음식이 맞지 않아 며칠을 굶고 며칠은 변비로 화장실 문제를 겪고 며칠을 고산병 증상으로 고민을 했으며 길을 헤매거나 급기야 동네 강아지들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천덕꾸러기의 못난 모습이었다. 

책을 덮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아무 정보 없이 무대뽀로 여행을 준비한 아줌마를 덜렁 따라나섰던 혜나, 자부심이 높은 가이드 검부, 해맑은 짐꾼 버럼은 어쩌면 길을 떠났던 작가 자신의 또다른 일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성실하고 프로패셔널함, 여러 책 속에서 삶의 정수를 뽑아내어 적용시켜보는 지혜로움,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어 한밤중 산속을 헤맸던 순수함, 그리고 잠시 일상을 떠나 훌렁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솔직함이라는 아이덴티티들이 한데 모여 여행을 했더라는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솔직하지 못하고 또 도망가고 싶고 어쩌면 두려움을 만용으로 뒤덮으려는 되도 않는 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번은 가라앉아 바닥을 치고 힘들어서 누가 손한번 잡아주었으면 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아니라는 사람들은 이 글의 첫 문단의 나처럼 스스로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아마 직접 서점에서 골랐다면 손에 들리지 않았을, 내 관심과 조금 떨어진 주제의 장르의 작가의 책이었다. 하지만 이건 운명처럼 내게 책이 온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속에는 장녀로 초보 엄마로, 아직 사회생활에서 커리어가 자리잡히지 않은 불안한 한 아줌마가 거울을 들여다보듯 들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의 로고 By 배태랑

 

새해가 밝고 본격적으로 강의안을 보완하고 관심있을만한 수강생 모집을 앞두고 있습니다. 강의 내용은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4주에서 5주 분량으로, 내용도 단계별 멀티태스킹에서 매주 태스크 하나의 주제로 변화를 줄 예정입니다. 전체 내용은 변화가 없고 각 장점을 수렴해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지난번 작업실 방문에서 배태랑 작가님이 약속한 강의 로고를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작은가게와 손글씨는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캘리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작가님이 도와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 지 모릅니다. 기운을 얻어서 잘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자세한 강의 내용 확인하러 가기] [강의신청하러 가기]

 


비로소 장효진.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2017 연말 시상식, 한국에서 엄마 아빠로 산다는 것

익명성이 두드러지고 실제와 가상이 혼합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와도 연결될 가능성 안에 우리는 놓여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살고 혼자 먹고 혼자 즐기는 것이 익숙해져있다. 결혼도 하지 않으며, 아이도 낳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으며, 결혼 외에도 가족을 이루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 파격 시상이 눈길을 끌었다. 30일 진행한 SBS연예대상에서 <미운우리새끼>의 네 어머니들이, 31일 KBS연기대상에서는 <아버지가 이상해>와 <황금빛 내인생>의 아버지들이 공동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시상식에서 드라마에서건 진짜 삶에서건 자식들은 이들 엄마와 아빠들의 수상에 눈물을 흘렸다. 드라마와 예능, 배우와 일반인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없는 이 두 수상을 두고 문득, 지금 우리들의 엄마와 아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왜 엄마와 아빠들인가.

방송 시상식에서도 단순히 각 방송사의 시청률이나 각 수상자들이 차지했던 프로그램 기여도에만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엄마와 아빠가 되는 것이 더이상 당연한 것이 아닌 사회에서 이미 엄마와 아빠가 된 사람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연하게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의미가 사회 전반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래서 콘텐츠 속에서 이들의 의미가 얼마나 빛이 났는가를 이번 시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어쩌면 드라마나 예능으로밖에 엄마와 아빠의 사회적 역할을 학습하게 되는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일부 비판하는 이들의 말처럼 구세대의 궁색함이나 부담스러운 희생,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의 종합 선물세트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는 엄마와 아빠들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과 그 핑크빛만은 아닌 면면을 이들 콘텐츠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최근 뉴스에는 자식을 잃은 비통함, 자식을 버린 비정함이 오르내린다. 그 주체는 부모였다. 이 극단적인 두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연민을, 한편으로 분노를 보내며 우리 사회는 엄마와 아빠로서 짊어질 것들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그 전에, '나는 과연 부모가 될 것인가', '공기나 물처럼 말없는 배경이 되어준 부모님들에게 과연 나는 부모가 된다는 부담을 털어낼만큼 값진 자식이었나',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그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자존감을 떨어뜨린 젊은이들이 다른 선택지를 들게 된것은 아닌지.

한국 사회에서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시대적 트렌드 안에서도 남여의 성역할에 대한 인식변화속도 증가 추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마음놓고 키울수 있다는 확신이 전재되지 않는 한 어려운 것이 되고, 희소해지게 될 것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

안산 대동서적 리뉴얼 오픈, 어떤 서점이 될 것인가


새롭게 단장한 안산 대동서적, 오랜기간 준비를 거쳐 드디어 오픈했다. 예정보다 일찍 선보이기 위해 수고롭게 많은 책들을 임시 서점에서 옮기고 진열하는 등 손님들의 편의를 생각한 정성을 알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서점을 찾았다. 평일 오전 오픈 직후라 손님은 많지 않았고 아침의 신선한 햇살과 새 가구들로 채워진 공간의 새것 냄새는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지난번 들렀을 때, 건물 둘레만 서성이다가 발길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들어가서 인테리어와 책 진열,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공간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3개 층으로 나뉘었던 서점이 지하 만화카페에 공간을 내주어 2개 층으로 압축된 만큼 서고는 알뜰하게 공간을 나누어 책을 비치하고 있었다. 기존에는 벽쪽을 제외한 공간 안쪽의 책장들은 어깨보다 낮아서 한 층의 공간이 탁트여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었다면, 바뀐 지금은 서고들의 키가 커지고 구획을 나누어 배치되어 하나의 층이 여러 개의 구획으로 나뉜 느낌이 들었다. 


1층 중앙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 계단은 널찍하게 만들어 고객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마련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카페보다 훌륭한 바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휴식을 취하면서 골라둔 책들을 훑어보거나 서가에서 조금 떨어진 김에 동행과 소근거리며 대화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점 밖에서는 2층에 책을 보는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서점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3층에는 생각보다 메뉴가 다양한 북레스토랑과 세미나실, 독서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기존 북카페의 기능을 식음료 부분과 세미나실로 구분한 느낌이 들었는데 세미나실은 50인이 들어갈 수 있는 본격적인 세미나실과 소규모 인원이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는 회의실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설비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하 만화카페로 내려가보았다. 따뜻한 방에 배를 깔고 누워 읽어야 더 재미있다는 진리가 있는것인지, 별도의 공간으로 나뉘어 만화책을 편안히 볼 수 있도록 쾌적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공간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정서를 갖게 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서점은 사람들에게 책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 책을 경험하도록 부추기고 고객들이 지적 호기심을 채우거나 발견하는 공간이다. 책의 물성, 책에서 파생된 상품, 책의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대동서적은 성실한 책의 진열과 판매위주에서 경험을 파는 공간이 되고자 변신했다. 곳곳에 자리잡은 '앉을'공간들이 이를 대변한다. 조용하고 멋진 인테리어도 공간에 머무르고 싶도록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대동서적이 만들어 둔 '앉을 공간'들에 대해서.

누가 거기에 앉을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1층 중앙 계단에 마련된 앉을 공간이 바라보는 공간, 계단 앞쪽의 책진열대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곳에 책 진열대를 둘 것이 아니라 작은 무대를 만들어 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프로젝터를 띄우고 영상을 보거나 작은 공연을 하거나 작가와의 북토크를 할 수 있는 무대 말이다. 전편에는 대동서적의 예쁜 로고가 반짝이고 사람들은 그 곳을 중계하고 기록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층 서가 안쪽 공간에 마련된 소파는 조금 부담스럽다. 내가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면 다른 손님들은 뒤쪽 책장에 접근하기가 곤란한다. 다른 사람의 독서를 방해하는데에 주저할테니 말이다. 그에 앞서 책장쪽으로 향하는 조명은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기에 충분하지 않다. 소파 옆 탁자의 스탠드를 켜보아도 검은 삿갓이 책을 충분히 비춰주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소파 없이 높다란 원형 테이블만 중간에 있다면 잠깐씩 책을 확인할 손님들에게 유용하지 않았을까. 구획이 나뉘어 다소 좁게 느껴지는 서고가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곳을 탐험하는 손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같지는 않았다. 그 소파는 1층 중앙 계단 앞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게 나을 것 같았다. 

2층 어린이책 코너의 책진열장은 다른 공간의 진열장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구획을 계획하고 새롭게 가구를 짰다면 어렵지 않았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을 찾는 손님들이 몸을 낮추고 아이의 시선을 맞추며 책을 고르는 엄마아빠들이라면 아이들이 손쉽게 책을 보고 만지고 고를 수 있는게 좋을 것이다. 예전 1층 앞쪽에 어린이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을때, 낮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던 어느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을 그려보건데, 그 쪽에는 높다란 바 테이블보다는 귀엽고 포근한 낮은 가구들이 배치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또는 엄마와 아이들이 책을 보고 체험하고 그림책을 그려보는 둥그런 체험 테이블이 자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였다. 출판사와 함께 해볼 수 있는 활동이 있을테니 말이다. 

3층 북레스토랑은 깔끔하고 정갈한 식당의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공간의 세미나실과 회의실도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이 공간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필요에 따라 구획을 나눌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면 어땠을까. 통유리 접이식으로 만들어져서 전층을 활용하는 큰 이벤트를 소화할 수도, 구획을 나누어 차와 다과가 곁들여진 캐주얼한 파티가 가능한 공간으로, 각 공간의 테이블이 따로 또 같이 조합할 수 있는 모듈가구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와 식사도 독서실 회원의 1달 회비에 넣어서 계산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세미나실을 찾는 고객을 위한 인원에 맞춤한 다과 상품이 있으면 어떨까. 이 안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운영하는 인력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지하 1층의 일부, 3층의 일부에도 서점이 존재하고 그 경계를 반듯하게 나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1층 빵집과 서점이 이어지는 테이블 공간이 모델이 되었다. 지하 1층 만화카페 앞 혹은 안에 관련 도서의 판매를 겸하고, 3층 레스토랑에서 책과 관련한 메뉴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이달의 책메뉴로 '신경끄고 후루룩 떡국'+<신경끄기의 기술> 20000->17000같은 기획말이다. 

공간은 단지 그 모습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이미 마련된 좋은 이베트와 기획을 놓쳤을 지도 모른다. 다부지게 작정하고 새로 만들어진 지역 랜드마크인 만큼 그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 이런저런 소설을 써가며 리뷰를 해본 것이다. 그래도 공간을 보자마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간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을 갖추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마련된 공간에서 손님과 직원이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인가를 세심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이상하게 그곳에만 가면 책을 읽고 싶고 책을 사고싶단말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다음번 방문에서는 구석구석 생기발랄한 운영원칙이나 이벤트를 살펴볼 생각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강의확인하러 가기]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비밀댓글입니다
  2.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하셨지만 4가지 달아주신 내용은 상상력이 너무 과하다는 말씀으로 읽힙니다.
    1. 1층 평대를 이동하면 소통공간으로 유연하게 이용가능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1층 중간 유동고객이 많은 자리에 책을 비치하는 게 매출에도 도움이 될테니까요. 공간에도 메인 홀, 대동서적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줄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기에 좀 더 힘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적은 것이었습니다.
    2. 안쪽 소파가 잠시 앉는 공간이라면 심플하고 딱딱한 소재의 의자를 배치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합니다. 소파는 의자보다 오래 앉아있으라는 의미로 읽히지 않을까요.
    3.'다수의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되지만, 아이들 높이에 맞춘 높이에는 성인도 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그렇게 해치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4. 유연성이 너무 과하면 본질적이 주요 기능이 약할 수 있지만, 유연성이 너무 없다면 너무 본질적인 역할만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모듈화가 가능하다면 캐주얼한 세미나나 파티,실내 벼룩시장 같은 공간을 활용 가능성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독서실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말씀하신 본질 때문이었습니다.

    공간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 달게 받겠습니다. 자주 찾아서 변화된 것들도 지켜볼 예정입니다. 댓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secret

배태랑 글씨작업실에 없는것

전시(배태랑 예아 작가의 모노드로잉2 전시 http://biroso.kr/784)를 보고 배태랑작가의 작업실에 들렀습니다. 문화행사가 다양한 펍, 카페 등의 공간에서 작업실을 셰어하다가 자기만의 작업실을 갖추었습니다. 손님이 간만에 와서 그런지 이렇게 정신없었는지 몰랐다며 털털하게 대충 자리를 만들더니 직접 커피를 내려주었습니다.

주인장이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입구의 푯말이 파이프에 가려  '배태랑씨작업실'이 되었습니다. 이도 재밌다 생각했습니다.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중간쯤 주택가 안쪽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작은 규모의 인테리어 혹은 출판사를 품은 주택이 보였습니다. 오면서 열쇠공방이라는 게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왔습니다. 말대로 열쇠를 나누어 갖는 공방이라는 의미였는데 요새는 조금 더 너른 의미로 쓰여 작은 모임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아지트공간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비로소가 준비하는 공간, 작은가게의 운영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트렌드라고 말이죠.

 

이 라떼는 전시장에서 주문했던 커피입니다.

 

배태랑 글씨 작업실에서도 캘리나 낙서를 담은 편안한 습작 수업이 열립니다. 작가라고 하면 어느정도 자기를 브랜딩하고 드러내서 작품을 판매도 하면서 창작활동만 하고도 생활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배태랑작가는 자기를 드러내놓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쩌면 자기는 자기의 성향을 알아갈 수록 직접 누군가를 대면하기보다 글씨와 그림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것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글씨를 쓰는 것은 창작이라기보다는 생활이고 삶의 중요한 기둥이라는 생각까지도 들더군요. 비로소, 개인적으로도 그런 소통의 창구, 미디어가 있었던가. 하는 고민이 스쳤습니다.

배태랑글씨작업실 (연남동 482-11 101호) 

캘리 및 낙서 개인/단체 강의 문의 hereworld@gmail.com

작업실은 방 두개로 되어있는데 개인 공간과 작업공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1월이 지나면 정리를 하고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볼 참이라고 하는데, 마음같아서는 강좌도 활발히 하고 관심기울이는 대안교육의 공간으로도 잘 써보았으면 합니다. 이미 많은 고민을 했을테고 또 드러내지 않고 실천하고 있을테지만요. 분명, 그동안 많은 시도를 해왔고 끊임없이 창작했으며 다른 이들과 소통을 하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한 사람이라 애정이 갑니다. 비로소가 시작하는 새 강좌의 제목 글씨를 부탁했는데 기꺼이 수락을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중요한 글씨를 써준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있고 또 그만큼 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겠지요. 그것은 작가의 작품이 정말로 뛰어나거나 형편없어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비로소는 될 수 있다면 좋은 작품을 하는 예술가가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발전 가능성에 더 많은 점수를 주었으면 합니다.

배태랑글씨작업실에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자기 속도로 걷는 아이들이 선물한 크리스마스카드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들어준 물고기, 영화를 주제로 한 수많은 잡지, 만화책, 수필, 글씨 습작, 포스터, 원두를 담았던 캔, 다양한 필기구와 다이소에 건진 클립이 나름의 원칙아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아마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꼭 같은 기준의 속도를 드러내놓고 표시하는 속도계일것입니다. 자기의 속도로 자기 길을 걸어 가는 것은 느린 것이 아니다. 알맞게 가고 있는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작업실에서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 건진 값진 한마디였기 때문입니다. 비로소도 비로소의 속도로 조바심 내지 않고 걷기로 했습니다.

새해가 밝았으니 봄이 될즈음에는 좋은 글씨 많이 쓰는 그런 모임 만들고 즐겁게 또 다른 전시와 강좌, 이벤트로 만나보기를 희망합니다.

비로소 장효진.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이 없습니다.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