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입구 독립서점 엠프티폴더스 emptyfolders

'좋아서 모아놓은 곳'이라는 꾸밈말이 마음에 듭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5분 정도 들어가면 초등학교 뒤편에 조용하게 자리잡은 독립서점에 다녀왔어요. 저와는 인연이 좀 있습니다. 바로 제가 지난 봄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했던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의에 참여했던 수강생분이 연 서점입니다. 눈 반짝이며 자신의 공간을 상상하고 이름과 로고와 컨셉과 상품을 꾸리고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공간이라 정말 궁금했습니다.

 

미세먼지는 좀 있다고는 해도, 날은 좋았습니다. 포털에 검색도 잘 되고 지도도 잘 되어 있고, 찾아가기도 수월합니다. 주변 주민들도 지나다 한번씩 기웃거리는 것이 조금 지나면 참새방앗간이 될것도 같습니다.

empty folders 라는 이름은 말 그래도 빈 폴더를 의미합니다. 물성을 가진 정말 폴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 컴퓨터의 폴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비워둔 폴더는 무언가를 채울 준비를 한 것이며, 하나의 폴더 안에는 대개 한가지의 주제를 담은 것들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좋아해서 잘 관리해야 하는 것들을 따로 모아둘 폴더라는 의미의 empty folders입니다. 좋은 것은 한가지만은 아니기에 복수겠지요.

 

책방 이름을 보고 이 로고를 본다면 어떤 모양인지 알아차릴테지만, 몰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깔끔한 로고입니다. 꽤 공들여 고른 가구들이 창 너머 보이는데 제가 앞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주인장은 1분 후 깜짝 놀라 저를 맞이했답니다.

 

명함에도 폴더 모양을 살려 후가공을 해주었는데, 정작 사장님 이름을 빼먹어서 책갈피로 요긴하다고 말하는 주인장. 이름은 없어도 필요한 정보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주소, 연락처만 있으면 되지요.

empty folders 서점

https://emptyfolders.modoo.at/ 

인스타그램 @emptyfolders

선물로 들고 간 화분은 공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날이 시원한 음료가 당기는 계절입니다. 오미자차와 드립아이스커피는 대화가 절로 나오게 하지요. 오미자차는 시골에서 시어머님이 직접 담가주신 거라고 하네요. 시원한 걸 마셨는데 마음은 따뜻해지는게 신기합니다.

 

 

 서점에 들렀으니 책은 한권 사가야겠죠. 원숭이띠 딸래미가 생각나서 원숭이 그려진 엽서 한장하고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

 

깎을수록 커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구멍이 답인데요. 구멍, 빈 것, 여백은 꼭 무언가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멍에 꼭 맞는 무언가로, 빈 곳을 채우는 무언가로, 여백에 들어앉는 무언가로 채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설렙니다. 어쩌면 시작이나 서툶과도 연관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직은 무엇으로 채워질지 모르는 공간에서 하나둘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그러다가 익숙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일인가를. 이 작은 공간, empty folders가 오랜시간 좋은 사람들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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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기]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호기롭게 열어보았던 첫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의가 끝난지도 벌써 한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3월, 5주 강의를 진행했습니다.[강의 커리큘럼 보러가기] 담당자분은 첫 강의 치고는 호응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운명처럼 만난 수강생분들이 가진 각자의 가게들은 각자의 배경이나 취향만큼이나 다양하고 톡톡튀는 개성을 가졌습니다. 작은 공간을 하나 열어보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공간을 채우고 지속적으로 꾸려 나가는 것은 그것보다 열배 스무 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분들의 생각을 열심히 듣고 그 속에서 멋진 아이디어를 좀 더 부각시키고 그 외의 것은 과감히 덜어내고 새로운 시각의 아이디어를 더하는 시간을 만들기를 바랐습니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준비와 버텨냄과 가치찾기에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이제야 강의 후기를 쓰게 된 것은 이번 강의를 가장 열심히 들어주셨던 분이 최근 독립서점을 오픈해서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야무진 성격이라 초보 사장이라도 금새 익숙하게 자리잡을거라 생각하니, 지난 강의를 작게 매듭은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수업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꼭 수업하는 목요일마다 비가 내려서 본의 아니게 차분한 수업 분위기가 되어 버렸지만, 결과적으로 따뜻한 차와 갓 구운 빵을 나눠 먹는 친근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좋았습니다.

강의는 컨셉마련부터, 상품구색, 프로그램, 홍보, 활용할수 있는 플랫폼과 생애주기에 대한 대비, 일-주-달-시즌 계획 등을 다뤘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의견을 보태거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진지함에 시간이 정말 금새금새 지나가곤 했어요.

 

강의는 신촌의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출판, 그림책, 영상, 영화, 글쓰기, 건축, 실용음악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제 강의는 조금은 트렌드에 부합하면서 색다른 축에 속하는 편이었습니다.

 

게시판에 이렇게 강의 안내가 붙어있었는데요. 기운차게 '마감임박'을 깜빡이며 홈페이지를 달구던 강의랍니다.

 

첫날 저녁때가 맞지 않아 떡을 조금 사서 나눠드렸더니 다음에는 수강생분들께서 빵도 사오고 음료수도 사오고 그렇게 되었어요. 나눠 먹으면서 정이 좀 들었던 것 같습니다.

미니 워크샵을 병행하면서 강의를 하려니 준비하는 입장에는 조금 신경쓸게 좀 많았습니다. 모두 미래시제의 공간마련에 관심있는 분들이라 그 막연함의 차이도 있었고 주제도 서로 달라서 워크샵의 항목이 매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더군요. 어느 정도 컨셉이나 그에 필요한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제 강의가 조금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겁니다. 그래도 오늘 다녀온 서점 주인장이 그때는 막연했던 내용이 오픈하고 공간을 어느정도 준비하고 나니 실감이 나고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마음 속에 안도가 새어나왔습니다.

 

마지막 날 아쉬움에 근처 차 전문 카페에 들러 백차 한잔씩 했었습니다. 이 찻집도 우리가 관심가졌던 취향이 한껏 살아있는 개인이 하는 카페라서 더 관심있게 둘러보고 사장님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습니다.

좀 더 보강하고 준비해서 더 좋은 강의가 될 수 있게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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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취향껏 살자, 비로소 소장 장효진


코엑스 C페스티벌의 C스토리에 브런치가 함께하면서 브런치 작가로 초청받았습니다. 불특정 다수 앞에서 강의가 아닌 강연은 좀 오랜만이어서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4일에 걸쳐 20명의 브런치 작가가 연사로 참여하는 자리에 첫날 연사로 오르게 되었는데요. 다행히 첫날 첫 연사는 아니라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비가 와서 야외무대에서 실내로 옮기게 되어 좀 헤매느라 고생을 했지만, 멀리서 흥미진진한 강연자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쯤 자연스럽게 길을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날 '취항껏 살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20분의 시간이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데, 저는 원래 시간이 남을 것이라 생각해서 운영진분께 좀 짧게 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관객분들 호응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좀 흥분을 했는지 시간을 가득 채우고도 몇십 초 넘은 것 같아요. 


강연자 소개란을 미리 들어가서 보고는 다른 분들에 비해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소신껏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또 작은 보람을 느낀 것들을 이야기 나누는 편안한 자리로 생각하기로 하니 한결 마음이 진정이 되더군요. 열려있는 이런 무대에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도 좋겠지만 우리 삶에서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와 닿을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헐레벌떡 도착하니 제 앞 연사분의 강연이 진행중이었는데요. 제가 관심을 갖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첫날은 '연결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운영했는데요. 강연하는 다섯명의 이야기도 신통하게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앞 연사분의 멋진 공간들을 잘 운영하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작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멋진 공간들을 염탐하면서 느낀 것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취향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가게는 주인장의 취향과 역량과 이미지가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주인장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오래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운영할 수 있을테니까요. 



신념을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는 것에 비해 그 아우라가 다릅니다. 저는 정말 작은 무언가를 하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소중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그 속에서 만든 가치를 나누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저는 취향을 세 가지 관점에서 보았습니다. 첫째는 '방향', 둘째는 '동사', 마지막 세번 째는 '불변이 아닌', 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신체조건이 취향에 작용할 수는 있습니다. 이 취향이라는 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가르는 것입니다. 취향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가르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놀거나 직업으로 삼거나 하는 선택의 기준을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하는 중요한 행동을 만들어내는 추진체가 됩니다. 충분히 덕질을 하고 난 다음에 만약 그 추진력을 잃게 된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다른 방향을 찾고 그리로 신나게 움직이면 될테니까요. 이런 취향의 집합은 나의 자존감을 만들면서 내 삶을 구성하고 다시 삶을 신선하게 만드는 주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강연은 그런 삶을 살아보는게 어떻겠는지,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이 무언지를 다양한 주제로 자신감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처음과 끝이었습니다. 여기에 제 경험을 살짝 섞었지만요.  


아쉬움도 있었지만, 제 스스로에게도 좋은 경험이었기에 이렇게 기록을 남겨봅니다. 


문화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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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껏 살자, 코엑스 C페스티벌 무대에 섭니다.

5월 2일부터 6일까지 art, media, play, exhibition, lecture 등 다양한 행사가 줄을 잇는 축제가 코엑스에서 C페스티벌(http://www.c-festival.com/)이라는 이름으로 열립니다. 이 축제에 브런치가 함께하면서 브런치 작가들이 미디어가 아닌 무대에서 직접 자기의 이야기를 펼치게 되었어요. 운이 좋게도 그 중에 제가 '연결하다'를 주제로 하는 2일 첫 날 이야기 마당에 서게 됩니다. `   

 

저는 '취향껏 살자'라는 주제로 자신의 자존감을 찾고 행복한 삶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과 행복해하는 것을 위해 보내온 경험을 나누려고 합니다. 불특정 다수 앞에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 다른 강연과는 많이 다를 것이기에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브런치 관련 글 (https://brunch.co.kr/@brunch/128)

 

 

'난생처음 안전빵이 아닌 삶을 살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온라인 세상이 커질수록 오프라인 작은 가게는 가까워졌습니다. '연결하다' 주제로 동네 작은 가게에서 취향껏 사는 삶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

브런치에서 '작은가게 문화공간 만들기'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의 내용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으로 20분동안 편안한 수다를 떨어보겠습니다. 수다떨고 싶은데 그냥 떨고 내려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문화 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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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카라, 정돈되지 않았지만 정갈한 공간

공간에 들어섰을 때,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럼 문을 열면 새로운 곳으로 뚝,하고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길을 돌아 들어 산울림 소극장 1층에 있는데 간판이나 입구가 요란스럽지 않아 이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려울만하다.

 

가운데에는 차와 음료,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을 둘러싼 테이블에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있고 나머지 공간에 키 낮은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있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개별 공간이 부족해서 편안하게 장시간 앉아있기는 뭣하고, 그렇다고 음식점이라고 하기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마치 도서관 매점처럼 정숙한 수다가 어울린다.

 

유기농을 몸이 알아챌만큼 예민한 편은 아니라서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고 하면 감사히 먹기는 해도 찾아먹지는 않는데, 이 곳은 유기농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애매한 시간이라 식사는 못했지만, 대접과 머그의 중간으로 보이는 그릇에 따끈하게 담아 내온 짜이가 그 말을 증명해주었다. 담백하고 담백하였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케익은 두부케익이었는데 치즈케익만큼 부드럽고 담백하고 적당히 단맛이 우러나와 내 입에는 좋았다.

 

보기좋으라고 놔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직접 담근 차들이 담겨있는 유리통들이 한켠 선반에 올려져있고, 여기 저기 수공예품이나 유기농 재료, 이런저런 물건들이 이 곳만의 규칙에 의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꼭 오랜만에 시골 집에 내려가서 엄마 주방에 들어선 기분이라고 해야 할 지, 뭔가 손때가 잔뜩 묻어서 치워도 티하나 안나는데 또 보면 먼지하나 없는 그런 정갈한 맛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이 허하고 뭔가 내게 힘을 좀 주고 싶을 때 들러서 저 나름의 위치에서 당당한 물건들과 섞여 나도 내 나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 적당히 정돈되지 않은, 그래도 정갈한 공간을 알게 되어 나름 기쁜 마음이 들었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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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대나갈일있어서 잘보고갑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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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테마파크 비교, 송도 몬스터VR Vs. 동대문 판타 VR

VR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VR테마파크의 콘텐츠를 경험하고자 송도의 몬스터VR과 동대문의 판타VR에 방문하였다. 갖춘 콘텐츠의 종류나 운영방식, 인테리어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VR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VR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로 기존 교육이나 체험을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콘텐츠를 직접 다양하게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VR테마파크의 역할은 기존 테마파크나 게임방과는 다르다.

 

송도 몬스터 VR, 가족단위의 여가를 즐기는 공간

송도 몬스터 VR은 머리에 장착하는 VR기기인 HMD모습을 한 캐릭터를 내세워 기존 테마파크의 공간 구현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다. 공간 전반의 붉은 톤으로 강렬하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어지러움증이 큰 곳과 비교적 무난한 공간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있고 동선이 단순하게 반듯하게 배치되어 있다. VR게임보다는 VR환경에서 즐기는 어트랙션 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3-4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로 이루어져 있고 평일 오전 방문이어서 그랬겠지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네를 타고 오르내리는 콘텐츠가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HMD를 끼고 오르내리면 실제보다 더 크게 움직이는 느낌이 나서 그런 듯 하다.

 

입구쪽에 배치한 수상보트나 풍선 기구는 HMD를 끼고 가상현실로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구조물을 만들어 두어 좀 더 가상현실에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테마파크의 구조물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아직 VR콘텐츠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먼저 플레이하는 고객의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하고 있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립된 부스에서 입체 음향과 함께 실감나는 그래픽으로 연출된 VR영화를 선보이는 비브스튜디오의 콘텐츠 <닥터X>와 <볼트>가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볼트>가 더 재미있었다.

 

(<볼트>부스의 대기석 보습, 볼트 캐릭터들이 소개되고 있다.)

 

동대문 판타 VR, 또래들의 플레이공간

동대문 판타VR은 송도 몬스터 VR이 테마파크로서의 장소성에 중점을 둔 만큼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게임을 구비하고 있고 인형의 방 등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을 연동시켜 만들어 둔 공포체험공간 구획을 따로 마련하여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단순한 라이드형이 아니라 직접 걷거나 조끼를 착용하여 타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다중 플레이가 가능한 FPS 게임은 흥미를 많이 끌었고 플레이시간도 5분 이상으로 충분히 체험할 수 있었다.

직접 이동하면서 좀비를 물리치는 게임으로 뒤편에서 게임하는 것이 대기하는 관객들에게 덜 챙피할 수 있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좀비때문에 혼비백산하고 낑낑대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운 건 HMD착용 게임의 단점이다.

 

이 카메라는 가상 공간 속에 놓인 내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장치인데, 어차피 HMD를 끼고 게임하는 나는 1인칭으로 좀비와 싸우기 바쁘다. 이 장치는 순전히 주변 대기하는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볼거리. (이상인 배우가 체험한 영상은 꽤나 멋있지만, 내가 싸우는 영상은 민망했을 것 같다.)

 

판타 VR 내부 구조는 이렇다. 가운데 에스컬레이터를 구획으로 크게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고 안쪽 인형의 방 공간이 따로 구획이 되어 있어 미쳐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같다.

 

이상 두 군데 특징을 간단히 찾아보았다.

송도 몬스터 VR은 여가시간을 보내는 테마파크라는 공간성에 중점을 두고 내부 공간을 멋지게 꾸며 놓았다. 상호작용이 필요한 게임은 큐브로 구성하여 기존 바이브나 오큘러스같은 개인 VR기기로도 충분히 즐길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 조금 아쉬었지만, 가족동반의 조금은 문턱이 낮은 접근성이 좋은 콘텐츠로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부작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판타 VR은 테마파크보다는 기존 게임존의 다소 삭막한 공간이지만, 개인 장비로는 체험할 수 없는 햅틱이 추가된 다양한 상호작용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청소년이나 젊은 남녀에게 인기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어느정도 VR기기에 친숙도가 있지 않으면 콘텐츠를 제대로 향유할 수 없어 초기 이용자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주로 HMD를 착용해야만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므로 HMD의 착용과 게임 운영 방법에 대한 소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고객들을 살펴야 하는 운영스텝들이 많이 힘들어 보였지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직접 등을 두드려 놀래키는 등의 개입을 통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운영은 테마파크만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공간은 VR콘텐츠나 미디어 기기의 친숙도를 높이는 체험장으로서 기능하면서 VR콘텐츠 기업의 시험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다양한 VR체험, 게임 공간들이 생기고 있는데, 이들의 공간의 구획과 아이덴티티, 운영방식 등등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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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묻은 다방의 키치스러움, 광화문 블루베리 전통찻집

 

지인들과 다녀온 지는 좀 되었는데, 오랜만에 블로깅을 하면서 왠지 이 곳을 먼저 휘리릭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작은가게의 융통성, 개성, 자유로움, 가능성 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가게들이 모여앉은 골목길과 그 동네로 뻗어나가다보니, 마침내 우리 동네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걸까. 그걸 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는 전철속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추위가 한창이던 때 들러서 맛보았던 십전대보탕과 블루베리차의 쌉싸름함과 함께 오래전 다방의 한 구석에 들어앉아 수다떠는 달달함이 일품이었던 이 곳을 기록으로 짧게 남겨본다.

 

광화문에서 지브리 전시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후식겸 들른 어느 건물의 지하 작은 찻집이었는데,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좁고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소파에 모여 앉아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푹신하고 쾌적하고 멋드러진 카페도 많은데, 그렇다고 가격이 싼것도 아닌 이런 다방으로 이끈 지인들이 어떤 의도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또 커피보다야 몸에 좋은 차를 한번 보약처럼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잠시 대기하다가 마침내 좋은 자리가 나서 차지했다.

 

이 찻집 이름은 서울 첫번째 사계절 차 전통찻집이고 보기와 달리, 홈페이지도 있고 QR코드, 주소, 쿠폰까지 겸비한 명함으로 적극적인 홍보수단을 갖춘 가게다. 우리가 갔을 때는 노부부가 친척에게 가게를 넘기는 과정이었고 이어받게 되는 사장님이 바지런히 가게안을 움직이고 있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wowwez/220581717158)

 

사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광화문 블루베리 찻집'을 검색하니 이미 많은 블로깅 글이 나왔고 그 중 명함 사진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색상과 폰트를 섞어서 많은 정보를 하나의 명함에 담아내는 '압축적'인 방식을 아마도 세련된 감성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악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 또한 이 가게의 아이덴티티다. 어쩌면 이렇게 명함과 가게의 모습이 닮아있을 수가 있는지...

 

 

마치 식당과 같은 인테리어에 들통에 사골육수 우리듯 끌여내는 차의 모습이 어떨지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는 공간이었다. 바깥은 첨단을 달리는 서울 한복판인데, 이 곳은 시간이 멈춘 듯 달달하고 뜨끈한 십전대보탕을 휘휘 불어가며 마시고 달달하고 시원한 블루베리차를 호로록 들이키는 시골의 다방의 모습이었다. 왠지 스마트폰은 넣어두어야 할 것 같고 편안하게 툭 터놓고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되 다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조금은 빨리 자리를 비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 곳.

 

 

인사동 한가운데 들어가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적은 양인 것에 비하면 이곳 공간의 투박함은 주력 상품의 품질에 집중하는 내공이 한껏 드러났다고 본다. 함께 나오는 저 곶감과 생밤 조각이 차림새를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면서 오독오독하거나 말캉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식감은 이 공간을 더 추억하게 하는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루베리차는 시원하게 나온다. 얼린 블루베리가 둥둥 떠서 수저로 떠먹으면 한겨울이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차를 내오는 그릇이나 함께 따라나오는 오미자차, 이 가게만의 룰이 느껴지던 순간.

 

작은가게의 개성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런 가게를 그려보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점이나 공방처럼 어느 특정한 가게가 아니라 그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만큼 막연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같은 찻집이라해도 스타벅스와 이 찻집의 간극은 또 얼마나 넓은가를 본다면 그 고민은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집중하고자 하는 가게의 본질을 이 가게가 내부 인테리어와 명함을 통해 끈질기게 드러냈던 것처럼 가게는 본질에 집중, 그것이 다수가 아닌 일부에 만족이면 된다는 생각에 좀 더 자신이 붙었다.

 

문화 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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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강의] 작은가게하나 열겠습니다

비로소가 문화공간 운영을 위한 강의를 마련했습니다. 강의는 개인 취향이 반영된 작은 가게를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3월 15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5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강의신청하러 가기]

 


작은 서점, 카페, 공방 등 취향을 입힌 작은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게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취향과 경험을 팔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추억이 쌓이는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막연하게나마 내가 꿈꾸는 공간을 5주 동안 구체화시켜보는 건 어떨까요.



비로소가 마련한 이 강의는 매주 워크샵을 포함하여 진행됩니다. 문화공간이 된 작은 가게로 키워나가기 위한 준비단계에 맞게 각자가 원하는 공간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디자인하고 가상의 공간에 직접 작은가게를 오픈시켜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공간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했다면 어땠을까'하고 후회하거나 '이렇게 해보니 좋았더라'라는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개인서점이나 전시공연등의 이벤트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카페, 다채로운 워크샵이 열리는 공방등을 방문하여 분석한 것들, 작은가게 뿐만 아니라 공공 또는 기업이 운영하는 규모가 있는 문화공간이나 브랜디드마케팅, 콘텐츠 속의 공간들을 통해 공간의 브랜딩과 활용에 대해 인사이트를 찾아볼 예정입니다. 



이 강좌는 단순히 가게 창업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가게를 오픈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가게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의 로드맵을 그려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 챙겨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게를 오픈하는 일이 먼 훗날이 될 수도 있고, 이 강좌를 통해 만난 사람끼리 비정기 프로젝트로 공간을 꾸려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각자가 필요로 하는 역량이나 네트워크등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커리큘럼]

1. <토대 다지고 씨앗 심기> : '작은 가게' 살펴보기
 작은 가게 형태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그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곳을 살펴보고
 주인장의 컨셉이 녹아있는 작은 가게에 대한 감을 익힌다.
 - 집, 학교 또는 회사 그리고 제 3의 공간
 - 장소가 되는 힘
 - 취미, 큐레이션, 공유 등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공간들 소개
 <미니 워크숍>
 - 내 공간 이름표 만들기, 하루 일과표 작성해보기
 - 취미, 특기, 경력, 관계 등 공간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내 비밀병기 적어보기
 [과제: 내가 만들 공간의 로고 만들어 오기]

2. <새싹에 거름주기> '작은 가게' 컨셉 기획과 공간 기획
 - 시간에 따른 공간 활용, 공유, 운영
 - 내 가게만의 경험상품 기획
 - 공간의 철학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 만들기
 - 내가 찾은 공간들
 <미니 워크숍>
 - 컨셉, 운영방침, 단골, 주인장의 모습 상상하기
 [과제: 내 공간의 이름(로고)을 담은 블로그나 SNS 만들기]

3. <가지치고 꽃 피우기> '작은 가게' 운영 1 :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프로그램 만들기
 - 트렌드(STEEP) 키워드 탐색하기
 - 일/주/월/계절 및 시즌/1년 운영 가상 그래프
 - 플랜 A/B/C: 세 번 찾도록 만드는 세 가지 방문 목적 만들기
 - 돈과 가치, 무엇을 동력으로 할 것인가
<미니 워크숍>
 - 우리 공간에서 하는 활동의 이름짓기, 규칙정하기
 - 내 공간의 블로그/SNS에 올릴 소개 글 써보기
[과제: 1년 후 내 공간의 모습 상상하기]

4. <가지치고 꽃 피우기> '작은 가게' 운영 2 : 내 가게 발견을 용이하게 만드는 SNS 운영
 - 네트워크, 플랫폼, 콜라보레이션의 기술
 - 함께 의미 있는 프로젝트 기획해볼까
 - 내 가게 브랜드 확장 가능성 열기
 - 공간을 셰어해보자
 - 시 짓고 전시하는 빙그레, 카페 서점 책방으로 변신한 맥심다방, 윤식당과 강식당
<미니 워크숍>
 - 내 공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정리하기
[과제: 내 가게의 경쟁상대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5.<열매나누기> 나만의 작은 가게 발표회 : 가게 아이템 기획 및 운영 계획서 중심으로
 - 내 가게의 컨셉에 맞는 이미지 다섯 개
 - 내 가게의 경쟁상대, 차별점
 - 자유로운 피드백
 -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들
 - ‘작은 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수료식


이 강의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 혹은 이메일(chj0327@gmail.com)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비로소가 준비한 첫 프로젝트인만큼 알찬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로소,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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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예능 브랜드 자산 구축과 활용, 꽃할배에서 알쓸신잡까지

2013년 1월 나영석 피디는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신서유기>, <신혼일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후 알쓸신잡)>까지 다수 예능을 연출했다. 특히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으로 스핀오프되어 '꽃보다 시리즈'로 자리잡았고, 급기야 중국과 미국에 판권을 판매하기도 하였다.(2017년 국내에 미국판이 방영될 예정이다.)

꽃시리즈에 이어 내놓은 <삼시세끼>는 평범한 농어촌에서 하루 세끼 밥을 지어 먹기 위한 자급자족 관찰예능으로, 유명 관광지의 볼거리나 작위적인 게임같은 예능 요소 없이 시도된 새로운 예능이었다. 뒤이어 선보인 <신서유기>는 KBS에서 연출한 <1박 2일>출신의 출연자들로 구성하여 개그, 게임 등 <1박 2일>에서의 재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사랑받았다. 이후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도 전혀 새로운 인물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여 의미있는 재미를 만들어 관심을 받았다.

<신서유기>외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존에 없던 신선한 기획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공중파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미디어 활용이나 PPL등을 활용하는 등의 제작과 관련한 적극적인 활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나영석표 예능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여러가지 특징을 꼽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예능인의 지속적 예능출연, 박장대소 대신 미소

나영석 예능의 시작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예능의 주 출연자들이 젊은층이지만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평균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주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온 노년에게 선물같은 배낭여행은 장년층에게 용기를, 청년층에게는 자신의 부모와 할아버이와의 소통을 각성시켰다. 신체적 한계나 음식 취향, 여행지에서의 태도 등 각 할배들의 개성을 붙잡아 고군분투하는 짐꾼 이서진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비쳤다.

이런 기존 예능의 틀을 벗어난 파격은 <삼시세끼>에서 이어진다. 이번에는 이서진의 위치는 상향조정되고 만만한 형, 빙구 동생과 함께 어리숙한 끼니를 만들어 나간다. 그저 산골마을의 볼거리도 신통치 않고 다른 요리예능에서처럼 화려한 요리메뉴가 등장하지 않으나 한끼를 위해 몇시간을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작은 위안을 느꼈다. 방장대소하는 예능이 아닌 고생하며 일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꽃할배>와 <삼시세끼>는 곧이어 <꽃누나>, <꽃청춘>이나 <어촌편>, <바다목장편> 등으로 시리즈로 제작되고 교차되면서 이서진은 나영석예능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이 페르소나는 무심한듯 예능에 소질없을 것 같은 연예인에게서 발견하는 소탈함, 인간미, 친숙함 같은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씨그램', '아이시스8.0', '고티카커피' 등의 음료와 '알래스카 연어', '드림카카오', '베로카'등의 식품처럼 지속적으로 노출된 ppl뿐만 아니라 충전기, 휴대폰, 노트북 등 출연자가 사용하는 상품의 상표를 그대로 노출하거나 상표를 그대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날것의 예능을 선보였다. 해당 출연자가 ppl상품의 광고모델로 발탁되어 콘텐츠와 상품을 강하게 연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나영석PD가 끌어내는 캐릭터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이후 광고나 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예능 출연을 끌어내는데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캐릭터가 시즌을 지속하면서 성장하고 다른 캐릭터와 관계맺는 모습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었다.

나영석PD가 CJ E&M에서 연출한 프로그램들이다. 2013년의 <꽃보다 할배>부터 2017년 <알쓸신잡>에 이르기까지 일단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시리즈 혹은 스핀오프로 지속성을 가지고 갔다.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 두고 그 속의 캐릭터를 구축, 이어 캐릭터를 교체하거나 배경을 바꾸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기존 시청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에 기존의 출연자를 출연시켜 기존 캐릭터의 유지 혹은 전복을 시도한다. 이서진이 페르소나로서 '꽃보다'시리즈에서 최하층이었던 것에 비해 '삼시세끼'에서는 최상위층으로 올라가는 묘미를 시청자들이 찾을 수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교차 방영되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지속시키기도 하였는데, 한 프로그램의 게스트가 다른 프로그램의 시리즈 출연을 하게 되어 이서진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었다. <삼시세끼>의 최지우, 윤여정은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과 <윤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손호준은 어촌편에 출연하여 이서진이 출연하지 않는 삼시세끼와의 약한 연결을 떠올리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떠나는 컨셉과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컨셉이 반복되면서 균형을 이루기도 하였다.

 

인터넷 매체 포맷이 새로운 방송 포맷으로 진화

<꽃할배>와 <삼시세끼>의 성공에 이어 <윤식당>이나 <알쓸신잡>, <신혼일기>도 같은 출발 선상에 있다. 그런데 <신서유기>는 조금 다르다. <신서유기>는 나영석PD가 KBS에서 <1박 2일>을 연출할 때 출연했던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이 인터넷 방송을 통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이미 구축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서유기>, <드래곤볼>의 역할과 미션을 연출하였다. 이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 시킨 것으로 <꽃할배>나 <알쓸신잡>등과 다른 축을 만들었다. 다수의 캐릭터가 여행지에서 '무엇인가'하는 예능에서 나영석PD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신서유기>의 활용양상은 조금 다르다. 우선,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시작이 인터넷방송이었으므로 특유의 B급 성향이 기존 <1박2일>에서의 처절한 게임과 잘 맞았던 것도 있다. 이는 인터넷 방송이 주로 모바일을 통해 향유된다는 특징에서 여행지관광, 미션수행, 복불복게임 등의 질점은 인터넷 방송에 맞춤한 10분 내외의 분량으로 만들어진 것과도 관련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끈 <신서유기>는 마침내 텔레비전 정규편성이 되고 인터넷과 동시에 공개되게 되었다. 기존 분량 여러개를 편집하여 1회분량으로 만들었는데, 짧은 호흡, 암전되는 편집점등이 <신서유기>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이승기의 군입대로 교체된 안재현은 처음 결혼발표를 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였고, 규현과 송민호는 기존 멤버들과 궁합을 잘 맞춰나가면서 <신서유기>의 재기발랄함을 채워나갔다.

 

나영석 예능 브랜드 활용, 포맷의 융합

예능에 익숙한 캐릭터로 구성되었던 <신서유기>가 안재현, 규현, 송민호의 영입으로 기존 포맷과 같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수혈받은 후, 스펙트럼은 보다 확장되었다. 우선 안재현의 결혼발표와 함께 안재현 구혜선 부부의 <신혼부부>가 시작되었다.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점에서 <삼시세끼>와 같지만, 리얼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관찰예능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종영한 <강식당>의 인기는 이 글을 쓰도록 부추긴 프로그램이었다. <강식당>은 <신서유기>에서 이수근의 농담에서 시작하였는데, '손님보다 사장이 많이 먹는'것이 컨셉인 강호동의 캐릭터를 딴 <윤식당>의 패러디인 것이다. 같은 연출자의 다른 프로그램을 상상한 것도 재미였지만,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캐이블프로그램의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강식당>은 <윤식당>처럼 관광지에 마련된 작은 레스토랑을 일주일간 꾸린다는 컨셉이었다. 메뉴 선정과 연습, 각 출연자들의 역할분담에 이르기까지 윤식당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는 듯 하였다. 예쁘게 세팅된 식당 인테리어, 로고, 소품들은 <윤식당>의 그것과 비슷하였다. 하지만 자막의 폰트, 자막 뉘앙스, 편집 및 음향효과 등은 <신서유기>의 그것을 가져다 썼다. 시청자들은 <윤식당>이면서 <신서유기>인 새로운 <강식당>을 통해 곧 시작될 <윤식당>의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서유기>가 종영한 지 몇달의 시간이 지났어도 이들 캐릭터가 방영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서유기>가 기존 프로그램 포맷을 활용하 다른 예로 송민호의 손가락이 주요했다. 비로 <신서유기>의 문법은 많지 않았지만, 송민호가 그룹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신서유기>의 소원에 따라 <꽃보다 청춘>을 찍게 된 것이다. 나영석의 예능은 시리즈, 포맷을 캐릭터가 넘나들고 이제는 융합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쓸신잡은?

알쓸신잡은 기존 강의 포맷의 예능과 비교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방으로 주제가 뻗어나가는 테이블에 시청자를 앉혀둔다. 어찌보면 쓸데 없을 것 같은 잡학지식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서 익숙한 국내 여행지를 새롭게 보도록 하였다.

알쓸신잡이 2013년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시기의 유명인사가 지금과는 다를뿐더러 강의 포맷의 예능이 많이 않았다는 외부적인 조건도 있겠지만 <꽃할배>, <삼시세끼>와 같은 파격과 여러 프로그램이 얼기설기 연결되는 과정에서 이런 사뭇 진지한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더 신선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더 크다.

한 방송국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그것을 적극활용하여 새로운 시리즈와 포맷을 견인하는 것은 브랜드 자산구축과 활용과 무관하지 않다. 예능에서만큼 나영석 특유의 '여행', '관계', '음악' 등의 대표 아이덴티티를 통한 프로그램들은 따로 또 같이 예능 왕국을 만들어 확장하고 진화해 왔다.

과연 앞으로의 각 프로그램들은 어떤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을까. 또 어떻게 서로를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가가 기대된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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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유정의 환상방황, 떠났던 내가 일상의 나를 두려워 하지 않기를

아이를 낳고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겠지만, 기본 체력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 운동이나 등산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상념을 떠나보내기 위한 순례, 올래길을 걷고자 일부러 떠난적은 없다. 만약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일상의 내가 슬럼프를 겪어 힘들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어보고싶은 호기심이 더 큰 것일테다. 

하지만, 가끔은, 요즘처럼 아이 돌보고 일하고 공부하면서 일상이 버겁다 싶을 때는, 혼자 아무도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곳 어디론가 떠나보고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또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이 쉬운일인가, 뭔가 이루어 놓은 사람들에게나 일탈이자 자극이지 않을까 하는 시니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경제적 비용에 관한 것만은 아닐것이다. 선뜻 주변의 양해나 응원을 받아낼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돌아왔을 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소설가 정유정의 방랑도 그렇게 시작했다. 내연기관의 연료공급이 중단된것 처럼 멀쩡한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 작동을 멈춘 시간이 길면 길수록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무작정 히말라야 행을 결심했다. 다소 엄살도 섞였겠으나 영어도 못하고 운동실력 없는 중년 초입의 아줌마가 무작정 외국의 오지로 떠난다는 결심을 누가 응원할 수 있었을까. 보내준 가족도 대단하고 하고자 하는 이에게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실력자들이 나타나서 이 문제투성이 아줌마를 정말 100점만점에 200점으로 여행을 마무리 짓게 해주었다. 

비록 일단은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히말라야 여행 하나쯤 앞으로 맞을 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고 고뇌에 차겠지만, 그 상황을 양해받고 환경을 바꾸어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시간말이다. 

책은 히말라야 트래킹의 정보를 꽤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소설가 특유의 해학과 깊이있는 삶의 관찰력이 넘친다. 125페이지에서 비로소 '환상방황'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 여행기의 재미가 무르익었다. 처음에는 뭐 이런 대책없는 아줌마가 다 있나 싶었다가 인간 본성의 밑까지 내려가 고민하는 작가에 몰입되었다가 질끈 눈물도 흘렸다. 즐거움, 슬픔이나 깨달음 때로는 악동같은 행동들이 내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자연에의 경외감과 사실감 넘치는 문화 묘사 외에도 지금 여기에서 각각의 고민과 피로를 가진 이들에게 자신의 솔루션을 하나하나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엄마의 죽음과 첫딸이라는 인생의 무게와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단편단편의 추억들, 어쩔 수 없이 마딱뜨리고 마는 신체적 한계에서 그는 속절없이, 그래서 내려놓고야 말았다. 내려놓고 나니 보이는 것들을 소설가의 필력덕에 실감나게 간접경험하고보니 나조차도 아주 똑같이는 아니어도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은것마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함께 여행을 했던 혜나는 흐트러짐 없는 여행을 꾸리는 성실함이었다면 검부의 지혜, 버럼의 순수함을 가졌다. 오직 글쓴이 자신만 음식이 맞지 않아 며칠을 굶고 며칠은 변비로 화장실 문제를 겪고 며칠을 고산병 증상으로 고민을 했으며 길을 헤매거나 급기야 동네 강아지들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천덕꾸러기의 못난 모습이었다. 

책을 덮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아무 정보 없이 무대뽀로 여행을 준비한 아줌마를 덜렁 따라나섰던 혜나, 자부심이 높은 가이드 검부, 해맑은 짐꾼 버럼은 어쩌면 길을 떠났던 작가 자신의 또다른 일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성실하고 프로패셔널함, 여러 책 속에서 삶의 정수를 뽑아내어 적용시켜보는 지혜로움, 소설 속 인물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만족할 수 없어 한밤중 산속을 헤맸던 순수함, 그리고 잠시 일상을 떠나 훌렁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솔직함이라는 아이덴티티들이 한데 모여 여행을 했더라는 생각이다. 

누구에게나 솔직하지 못하고 또 도망가고 싶고 어쩌면 두려움을 만용으로 뒤덮으려는 되도 않는 시도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한번은 가라앉아 바닥을 치고 힘들어서 누가 손한번 잡아주었으면 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아니라는 사람들은 이 글의 첫 문단의 나처럼 스스로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은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책이다. 아마 직접 서점에서 골랐다면 손에 들리지 않았을, 내 관심과 조금 떨어진 주제의 장르의 작가의 책이었다. 하지만 이건 운명처럼 내게 책이 온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속에는 장녀로 초보 엄마로, 아직 사회생활에서 커리어가 자리잡히지 않은 불안한 한 아줌마가 거울을 들여다보듯 들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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