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묻은 다방의 키치스러움, 광화문 블루베리 전통찻집

 

지인들과 다녀온 지는 좀 되었는데, 오랜만에 블로깅을 하면서 왠지 이 곳을 먼저 휘리릭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작은가게의 융통성, 개성, 자유로움, 가능성 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가게들이 모여앉은 골목길과 그 동네로 뻗어나가다보니, 마침내 우리 동네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걸까. 그걸 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는 전철속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추위가 한창이던 때 들러서 맛보았던 십전대보탕과 블루베리차의 쌉싸름함과 함께 오래전 다방의 한 구석에 들어앉아 수다떠는 달달함이 일품이었던 이 곳을 기록으로 짧게 남겨본다.

 

광화문에서 지브리 전시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후식겸 들른 어느 건물의 지하 작은 찻집이었는데,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좁고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소파에 모여 앉아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푹신하고 쾌적하고 멋드러진 카페도 많은데, 그렇다고 가격이 싼것도 아닌 이런 다방으로 이끈 지인들이 어떤 의도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또 커피보다야 몸에 좋은 차를 한번 보약처럼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잠시 대기하다가 마침내 좋은 자리가 나서 차지했다.

 

이 찻집 이름은 서울 첫번째 사계절 차 전통찻집이고 보기와 달리, 홈페이지도 있고 QR코드, 주소, 쿠폰까지 겸비한 명함으로 적극적인 홍보수단을 갖춘 가게다. 우리가 갔을 때는 노부부가 친척에게 가게를 넘기는 과정이었고 이어받게 되는 사장님이 바지런히 가게안을 움직이고 있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wowwez/220581717158)

 

사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광화문 블루베리 찻집'을 검색하니 이미 많은 블로깅 글이 나왔고 그 중 명함 사진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색상과 폰트를 섞어서 많은 정보를 하나의 명함에 담아내는 '압축적'인 방식을 아마도 세련된 감성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악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 또한 이 가게의 아이덴티티다. 어쩌면 이렇게 명함과 가게의 모습이 닮아있을 수가 있는지...

 

 

마치 식당과 같은 인테리어에 들통에 사골육수 우리듯 끌여내는 차의 모습이 어떨지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는 공간이었다. 바깥은 첨단을 달리는 서울 한복판인데, 이 곳은 시간이 멈춘 듯 달달하고 뜨끈한 십전대보탕을 휘휘 불어가며 마시고 달달하고 시원한 블루베리차를 호로록 들이키는 시골의 다방의 모습이었다. 왠지 스마트폰은 넣어두어야 할 것 같고 편안하게 툭 터놓고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되 다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조금은 빨리 자리를 비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 곳.

 

 

인사동 한가운데 들어가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적은 양인 것에 비하면 이곳 공간의 투박함은 주력 상품의 품질에 집중하는 내공이 한껏 드러났다고 본다. 함께 나오는 저 곶감과 생밤 조각이 차림새를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면서 오독오독하거나 말캉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식감은 이 공간을 더 추억하게 하는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루베리차는 시원하게 나온다. 얼린 블루베리가 둥둥 떠서 수저로 떠먹으면 한겨울이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차를 내오는 그릇이나 함께 따라나오는 오미자차, 이 가게만의 룰이 느껴지던 순간.

 

작은가게의 개성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런 가게를 그려보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점이나 공방처럼 어느 특정한 가게가 아니라 그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만큼 막연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같은 찻집이라해도 스타벅스와 이 찻집의 간극은 또 얼마나 넓은가를 본다면 그 고민은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집중하고자 하는 가게의 본질을 이 가게가 내부 인테리어와 명함을 통해 끈질기게 드러냈던 것처럼 가게는 본질에 집중, 그것이 다수가 아닌 일부에 만족이면 된다는 생각에 좀 더 자신이 붙었다.

 

문화 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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