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나 둘 씩 송년회 일정이 생기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대한 다는 생각이 들뜬 연말이 온 것입니다. 연말이 되면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도 새로운 다이어리를 장만하고는 합니다. 그러면서 올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면서 계획을 세워 보려는 거죠. 자그마한 노트한권에 이런 저런 계획을 적어보다 보면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던 일들이 또박또박 새겨진 종이위의 흔적처럼 굳은 다짐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공헌한 그 일들을 지키려고 더 노력하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는 새삼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갖고 싶어졌습니다. 11월의 초순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캐롤을 틀면서 내년 다이어리를 준비하라는 그들의 상술이 미덥지 못하다고 느껴왔었는데 말이죠. 이것은 스마트폰에 매료되어 올해 잠시 아날로그와 담을 쌓고 지내던 것에서 다시 아날로그에 대한 향취에 각성하려던 참에 딱!하고 만난 다이어리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어쩌면, 다이어리를 갖기 위해 며칠이고 꼬박 노력을 기울여야만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더욱 승부욕을 자극하는 이유일지도요.

17잔의 커피를 마시고 받은 스티커를 하나 둘 모아 붙여서 교환할 수 있는 다이어리는 성취욕을 자극합니다. 50일남짓되는 기간 안에 17잔의 커피를 그것도 크리스마스 음료를 3잔을 마셔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12월이 되기도 전에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Oh Humanity! 손글씨로 적어 내려가는 나만의 다짐, 나만의 역사책!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1년에 1.8kg로 세계에서 57위라고 합니다. 1위인 핀란드(12kg)에 비해서는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스턴트 커피와 달리 원두의 소비가 이만큼 늘어나게 된 것은 한집 건너 하나라는 말이 있을만큼 많은 커피전문점의 출현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국내 브랜드의 커피 저문점이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려나가고 이들 커피전문점 시장의 경쟁이 아주 치열해 졌습니다.

사실 스타벅스는 '감성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가장 대표하는 브랜드였습니다.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책을 읽거나 간단한 개인 업무를 하기도 하고 좋은 사람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접근한 것입니다. 인테리어와 음악에 대한 정책이 명료하고 커피의 질과 맛을 유지시키기 위한 직원 교육에 대한 철학도 유명합니다.

물론 최근에 들어 초록, 보라, 파랑 등과 같이 빨대 색깔만 뺀다면 그다지 다를 것 같지 않은 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스타벅스보다 안락한 의자를 가져다 놓고 더 넓은 공간을 들여서 치장한 브랜드들도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스타벅스가 다소 흔해지기도 했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도 찾다 보니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몇번인가 스타벅스 매장을 나서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어울릴 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자신들의 철학을 전달하고 연결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만들어 놓은 브랜드는 그래도 스타벅스만한 것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 '스타벅스 커피'에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명을 바꾸면서 로고의 외부에 둘러있던 글씨를 생략한 로고를 선보였는데요. 이는 그동안 스타벅스가 구축했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여 커피사업 이외의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철학이 깃든 부분이라면 스타벅스에서 자주 본 의자나 그림 혹은 그들이 선택한 음악을 담은 음반이라도 구매하고 싶어하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그들의 오리지널리티는 유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로열티 팔아먹기식의 브랜드 확장은 자칫 충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기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훼손할 염려가 있으니까요.

다시 다이어리 이야기로 돌아와서, 단골이 많은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올해 또 다시 다이어리를 내 놓았습니다. 검은색과 붉은 색의 두 가지 크기의 다이어리죠. 저도 오매불망 바라던 다이어리를 받아 보고는 이리저리 뜯어보았답니다. 2012년이라고 곱게 새겨진 다이어리에는 월, 주 단위의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간단한 메모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어요. 물론 곳곳에 스타벅스와 관련한 여러 정보들을 넣어 홍보하는 센스를 놓치지는 않았습니다.


초록색 스타벅스 '사이렌'로고가 붙어있는 2012년 다이어리,
빨간 바탕에 초록 버튼이 달려있으니 정말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는군요.


엽서가 네 장이 들어 있더군요. 



다이어리 내부 모습들입니다. 깔끔하게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쿠폰입니다. 세장이 들어있는데,
1) 친구와 오면 같은 커피를 무료로 주는 것,
2) 올해 출시된 VIA를 구매하면 무료 커피를,
3) 비오는 날 친구와 오면 친구의 커피는 무료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모아야 하는 스티커는 17장입니다. 크리스마스 음료 프로모션을 위해 그 중 3장은 크리스마스 음료의 빨간 스티커를 붙여야 하구요. 여름에도 비슷한 행사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채워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마무리와 시작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일겁니다. 밤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다를 리가 없음에도 우리는 12월 31일 밤에는 아쉬움과 설렘이 뒤섞이는 통에 잠을 잘 못이루게 됩니다. 그러한 복잡한 감정을 준비한다는 의미에서 이 다이어리의 가치가 더 커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제가 마신 음료로 이 스티커를 모두 모으지는 않았습니다. 게중에는 지인에게 받은 스티커도 몇몇 있고, 가까운 곳을 놔두고 둘러둘러 찾아 친구 것까지 기분좋게 사주면서 받은 스티커도 들어 있습니다. 평소 아메리카노, 기운 없을 때 마시는 카푸치노 이 외에 크리스마스 기운 가득한 휘핑 잔뜩 올린 크리스마스 음료도 기분 전환으로 마시기도 했습니다.

10장은 너무 쉬울 것 같고 20장은 너무 많은 것 같은, 그래서 17장으로 그 것도 홀 수로 만들어 놓은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 물가도 오르고 하다보면 아마 내년에는 그 스티커의 개수는 달라질 지 모르지만 저는 이 개수가 참 적당히 사람들에게 도전의식을 충동질하고 그 만큼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적절한 숫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17은 소수로 어느 숫자로 나눠도 나눠지지 않아요. 두명 세명씩 방문 패턴이 있다면 그 숫자가 애매하게 안맞을 수도 있습니다.)  짧은 기간 내에 그리 만만하지 않은 숫자를 채워 넣기 위해 주변을 끌어 들이게 하는 것이죠. 아니면 스타벅스 열혈 팬이 되어버리든가요. 경쟁업체를 후순위로 돌리면서 말입니다. 이 두가지 모두 스타벅스로는 웃을 일이구요.

게다가 여기에서 받은 다이어리에 들어있는 쿠폰은 친구를 데려오거나 다른 무언가를 구매하여야 하는 것이라죠. 무조건 공짜 쿠폰은 아닙니다. 하지만 1+1이라는 문구 대신에 '함께 온 친구의 커피는 무료로 드린다'고 이야기 하는 그 센스에 마치 내가 마음 넉넉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비오는 날에 친구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커피 쿠폰은 여름 그 어느 날의 촉촉한 날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어쩌면 흔하고 평범할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일상과 경험과 친구와의 관계를 꼼꼼하게 챙겨주는 지혜로운 마케팅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그나저나 다가오는 내년은 올해보다는 더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얻은 빨간 다이어리에 이름과 내 생일과 내 계획을 촘촘히 적어보면서 말이지요.


WRITTEN BY
feelosophy
twitter @birosokr facebook @biroso email : chj0327@gmail.com

받은 트랙백이 없고 , 댓글  2개가 달렸습니다.
  1. 비밀댓글입니다
secret